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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우리 거래하자

그러더니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나 연기한 거 아니야. 이렇게 하지 않으면 서준 씨 못 볼 것 같아서.”

“보면 어쩔 건데? 아직도 내 앞에서 가식 떠는 거야?”

서준은 눈에 드리운 증오를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만약 민혜경만 아니었다면 그도 하연과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거다.

혜경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손을 내밀어 서준의 팔을 잡으려 했지만 서준은 귀찮다는 듯 쳐냈다.

그러자 입가에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이젠 손도 못 대게 하는 거야? 한씨 가문이 민씨 가문한테 빚졌다는 건 영원히 잊으면 안 돼! 그 빚은 평생 갚아야 한다고!”

서준은 말없이 주먹을 그러쥐었다.

서준이 그동안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던 것도 이 이유로, 혜경도 이 이유 때문에 서준을 손아귀에 잡고 있었다.

“말도 너무 여러 번 하면 효과가 없어.”

서준의 차가운 목소리에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러자 혜경은 더 이상 길이 없다는 듯 밀어붙였다.

“그래서 이번이 마지막이야. 서준 씨, 우리 거래하자.”

혜경은 일부러 목소리를 내리깔더니 둘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낮게 말했다.

“서준 씨가 우리 민씨 가문에 빚 갚으려는 거 알아. 그러니까 한꺼번에 갚을 기회를 줄게. 나 여기서 빼내 줘. 나 더 이상 감옥에 있기 싫어. 서준 씨가 내 목숨 살려주면 우리 두 가문 간의 빚은 없는 셈 쳐줄게.”

이건 확실히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긴 했다.

“서준 씨, 잘 생각해. 이건 한씨 가문에 아무 일도 아니잖아. 좋은 변호사 구해서 내 사건 뒤집어 줘, 날 미리 빼내 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하, 계속 죄짓고 다닐 거 아는데, 풀어달라고?”

서준은 혜경의 요구가 우스웠다.

그러나 혜경은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니야, 나 잘 살 거야. 이번에 나가면 B시도 떠날 거고, 다시 서준 씨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 최하연과 만나는 거 방해하지 않을게, 두 사람이 어떻게 살든 상관 안 해. 그냥 나 살길만 마련해줘.”

하연을 언급하자 서준의 표정은 그제야 미세하게 변했다. 혜경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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