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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승자와 패자

“레이디 퍼스트.”

송승헌이 자리에 앉은 채 손을 뻗어 의사를 표했다.

하연이 주사위 상자를 들고는 책상 위에서 무심히 한번 흔들었다. 가느다란 손을 주사위 상자 위에 올려 두고는 가볍게 주사위 하나를 손에 쥐었다.

“됐습니다.”

송승헌이 음침하게 웃으며 하연을 바라보았다. 하연은 진지하지 않은 것이 어쩐지 질 작정인 듯했다.

구경꾼들은 이런 하연의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게 다입니까?”

“확실하게 결판을 내려야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는 법이지요!”

“주사위가 몇 개인지도 모르시는 건 아니겠지요?”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날 이기시겠다?’

‘어림없지!’

송승헌은 상대가 여자임에도 봐 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송승헌은 사이먼의 특종에 대한 정보를 반드시 얻고 싶었다.

몇 초 동안 뜸을 들이던 송승헌은 몸을 일으켜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주사위 상자를 몇 분간 흔들었다. 자리에 있던 모두가 지칠 때쯤, 송승헌이 매섭게 탁자 위에 주사위를 내려놓았다.

4개의 5!

‘됐다.’

‘역시, 나 같은 프로가 저런 아마추어에게 질 리 없지.’

송승헌은 아주 득의양양했다.

‘송승헌, 아직 여전하네.’

구경꾼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송 사장님, 대단하십니다. 최 사장님께서 판을 뒤집기는 힘들겠어요!”

하연의 곁에 선 여은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송 사장님이 대단하신지 아닌지는, 우리 최 사장님의 주사위도 열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뻐하시긴 이릅니다.”

하연이 여은을 향해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은아, 네가 열어봐.”

하연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말 그대로 오락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여은이 주사위를 들고 있던 손바닥을 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 비친 숫자는... 4개의 6!

하연이 의자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웃을 가치도 없다는 듯 말했다.

“제가 이겼군요.”

송승헌의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말도 안 돼, 나를 이기다니.’

하연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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