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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중학교 때의 나민우는 몸매도 좋지 못하고 능력도 없었다. 그는 온지유에 대한 마음을 혼자 간직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라면 널 좋아할 자격이 있을 것 같아.”

온지유는 이런 일이 있은 줄 전혀 몰랐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기도 했다.

나민우는 그녀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나 사실 엄청 오래전에 돌아온 적 있어. 네가 다쳤다는 말을 듣고 바로 귀국했거든. 하지만 그때도 너한테 가까이 가지는 못했어. 네가 괜찮아진 걸 보고 몰래 좋아하기만 했지. 그때 다음에 돌아올 때는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어.”

온지유는 말을 잃었다.

그녀는 나민우의 심정을 알았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녀가 여이현을 좋아하던 시간보다도 길었다.

“다른 사람을 좋아해 본 적은 없어?”

“없어. 우리 집안에 순정파 유전자라도 있나 봐. 그런데 너무 부담 가질 필요 없어. 난 친구로 지내는 것도 괜찮아. 너 같은 친구가 있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아.”

“...”

나민우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지금 그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만 봐도 그랬다. 그와 함께 있을 때는 마음 졸일 필요가 없었다.

마음을 고백하는 데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적어도 고백 한 번 못 하는 그녀보다는 훨씬 용감했다.

“고마워, 민우야.”

온지유의 생각을 잘 알았던 나민우는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뭐 좀 먹자. 내가 한 말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나민우는 온지유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다른 사람과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런 나민우가 그녀는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했다. 내면세계가 아주 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이현은 두 사람과 꽤 떨어진 자리에 있었다. 그들이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한참이나 가까이에서 얘기하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대표님, 저랑 한 잔 마셔줄 수 있을까요?”

이때 서은지가 불쑥 나타나서 말했다. 거절당하기 싫은지 간절한 표정까지 지었다.

여이현은 이제야 온지유에게서 시선을 떼고 술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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