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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이를 본 윤정이 술을 받으며 말했다.

“이 대표님, 온 비서님은 술 안 마십니다. 제가 대신 마실게요.”

하지만 그 대표는 별로 탐탁지 않은 듯한 눈빛이었다.

“이러면 재미없는데.”

윤정은 난감해졌다. 사회 초년생이라 일 처리가 그렇게 매끄럽지 못했고 혹시나 실수해 일을 그르칠까 봐 무서워했다.

“온 비서님, 본인이 마셔야 할 술을 부하한테 미루는 건 아니지 않나요?”

지유와 윤정은 다 여자였기에 이 대표는 점점 더 눈에 보이는 게 없었고 말투도 매우 거칠었다.

“여 대표님을 대신해서 왔다면서요. 여 대표님도 이 자리에 나오면 술을 마다하지 않는데 온 비서님은 더더욱 안되죠. 왔으면 하나가 돼야지. 그래야 재밌지.”

“자, 내가 한 잔 쭈욱 따를 테니 마음 놓고 마셔봐요.”

다른 대표들도 맞장구를 쳤다.

“온 비서님, 좋은 말로 할 때 마셔요. 이 대표님이 마시라면 마셔야지, 핑계 찾지 말고.”

“흐름 깨지 마요. 여 대표님이 이러는 거 알면 엄청 혼낼걸?”

지유는 이런 장소가 싫었다. 이현이 술을 마신다고 해도 핍박에 의해서 마시지는 않았을 것이다. 허리를 굽신거려도 모자랄 판에 이현이 싫어할 짓을 할 리가 없었다. 결국엔 지유가 여자라서 어떻게든 해보려는 것이다.

지유는 업무를 하면서 불공평한 상황을 많이 참아왔지만 이런 모욕을 참기는 싫었다.

이 대표는 와인잔을 지유의 입가에 갖다 대며 이렇게 말했다.

“온 비서님, 마셔요.”

윤정은 그들이 지유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온 비서님.”

지유는 고개를 돌리며 이 대표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

“제가 말했을 텐데요. 술 안 마신다고.”

이 대표는 표정이 변하더니 와인잔을 테이블에 쾅 하고 내려놓았다. 힘을 너무 세게 줘서 그런지 와인잔이 깨졌고 빨간 와인이 테이블을 적시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에 윤정이 화들짝 놀랐다.

“온 비서님, 왜 이렇게 주제를 모르실까? 우리 앞에서 도도한 척이라도 하는 거예요?”

알코올의 작용하에 이 대표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발악했다.

“여 대표님이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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