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7화

욕실 문을 열자 지유가 욕조에 앉은 채 온 힘을 다해 몸을 벅벅 문질렀다. 혹시나 이현이 들을까 봐 그러는지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지유야, 그만해!”

이현은 얼른 그쪽으로 다가가 자기 몸에 상처를 내고 있는 손을 낚아챘다.

지유는 눈시울이 빨개서는 이현의 손을 뿌리치며 발버둥 쳤다.

“건드리지 마요. 나 더러워요…”

“너 안 더러워.”

이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두 손으로 지유의 몸을 끌어안으며 더는 상처를 내지 못하게 막았다.

“너 아주 향긋해.”

지유의 머릿속엔 온통 이 대표의 배에 단단히 눌려있는 장면이 떠올라 속이 메슥거렸다. 이현이 살짝 건드려도 지유는 자기가 더럽다고 생각해 고개를 저었다.

“위로하지 마요. 나 더러워진 거 맞아요. 내가 생각해도 역겨워요.”

지유는 이미 빨갛게 달아오른 몸을 마구 비벼댔다.

“온지유.”

이현이 어떻게 부르든 지유는 들리지 않았다. 몸 곳곳을 벅벅 문지르며 계속 중얼거렸다.

“나 더럽혀졌어. 씻어야 해.”

“나…”

지유가 같은 말을 반복하려다 멈췄다. 떨리는 입술로 경악을 금치 못하며 촉촉한 눈빛으로 이현을 바라봤다. 이현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에 키스한 것이다.

“지유야, 너 안 더러워. 깨끗해. 더러운 건 다른 사람이야.”

이현의 차가운 목소리는 마치 따스한 햇살처럼 그녀를 어둠에서 끌어냈다. 목소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행동도 바로 보였다.

이현의 입술은 지유가 벅벅 긁어서 빨갛게 달아오른 자리에 놓였고 이 대표가 만졌던 곳에 놓였다. 그는 마치 보물을 대하듯 부드럽게 그녀의 몸 곳곳에 키스하며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여기도 내가 소독했어. 여기도. 그리고 앞으로 절대 너를 괴롭힐 사람은 없을 거야.”

이현은 아까 있었던 일로 지유를 역겨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상처에 키스하는 것으로 모든 흔적을 지워주려 했다.

지유의 눈동자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발버둥 치던 것도 멈추었다. 힘을 주며 버티던 손도 스르르 풀렸고 흐느끼는 말투로 이현을 불렀다.

“이현 씨.”

“응?”

이현이 고개를 들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