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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바쁘게 돌아치는 나날들

울산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나는 간만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며 창밖의 구름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배현우가 생각났다. 이혼 축하 연락을 끝으로 오랫동안 배현우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배현우도 나에게 주동적으로 연락하지 않았다. 늪에 스스로 걸어 들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왜인지 모르게 자꾸 생기는 실망감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절대 겉으로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려 자제하고 또 자제했다.

그러나 나는 착륙 후 부재중전화 목록을 보고 또 눈치 없이 쿵쿵 방망이질하는 심장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의 이름 세 글자가 제일 위에 떠 있다. 나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결국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딥니까?” 전화를 받자마자 그가 물었다.

“방금 울산에 도착했어요.”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혼자예요?”

“네!”

“그래요, 그럼 조심히 가세요.”

그의 말투는 소원했으며 조금의 미련도 없이 금방 전화를 끊어버렸다.

오히려 서운하고 답답한 것은 내 쪽이었다. 기껏 전화했다는 것이 두 마디를 물어보기 위해서였나? 나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요즘 무슨 일은 없었는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백 개도 넘었는데!

나는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나서 전화를 신경질적으로 꺼버렸다.

진사원은 내가 서울에 온다는 것을 듣고 사람을 보내 나를 마중 나왔다. 오랜만에 본 진사원의 모습은 표정이 한결 밝아진 상태였다.

나는 공항에서 사원으로 간 후 바로 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프로젝트 도킹 회의를 열어 착공을 앞둔 천우 그룹의 프로젝트에 대해 상세히 분석하고 계획 준비에 들어갔다. 우리는 그들이 만든 도면에 근거하여 전반적인 설계와 시공 방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업무 효율은 정말 높았고, 그들이 제시한 협조방안은 나의 사업에 대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주어 나로 하여금 갑자기 앞날에 대한 신심이 차오르게 했다.

회의는 늦게까지 계속되었고 나는 회의실에서 저녁 식사를 배달 음식으로 때울 수밖에 없었다.

회의 후 진사원이 직접 나를 호텔로 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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