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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악행을 숨겨주는 곳

그들은 동시에 일어섰다. 그 여자는 배현우와 대화를 하며 손을 뻗어 팔짱을 끼려 했다. 그녀는 오만한 시선으로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그녀는 화려하게 이쁜 건 아니었지만 수수하면서도 뿜기는 기운이 남달랐다.

배현우는 내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예민한 그 여자는 배현우의 눈길을 따라 내 쪽을 보았고 그녀는 마치 큰 충격이라도 받은 듯 표정이 매우 안 좋았다.

나는 잘못 본 게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녀의 표정은 정말 예사롭지 않았다.

내가 어리벙벙해 있을 때 배현우는 덤덤하게 그녀를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내 눈앞에서 사라져 갈 때쯤 그 여자는 다시 한번 나를 째려보았다.

이미연은 내가 배현우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눈치챘는지 소리 높여 말했다. “가자! 내가 보니까 너 술 몇 잔 마셔야 할 거 같은데, 빨리 가자!”

나는 곧바로 찬성했다. 오늘 같은 날에는 술이라도 좀 마셔서 머리를 맑게 하고 싶었다.

이미연은 차에 나를 태우고는 다크바로 갔다. 솔직히 말하면 좀 거부감이 들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위스키 두 잔을 시켰고 위스키에 대해선 잘 몰랐던 나는 그녀가 주는 대로 받아서는 단숨에 들이켰다.

그러고는 바텐더에게 한 잔을 더 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야! 천천히 마셔! 취하고 싶은 거야?” 이미연은 소리치며 나를 말렸다. “천천히 음미해 봐. 취해가는 과정을 느껴야지. 지금 넌 빨라도 너무 빨라!”

나는 어이가 없어서 콧방귀를 뀌었다. 과정? 나한테 지금 남은 건 과정밖에 없는데!

“아 맞다, 장영식에 대해 알려준다는 걸 깜박했네!” 이미연은 반쯤 엎드린 채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조사해 보니까 이력서에 쓴 거랑 별 차이는 없었어. 이제 귀국한 지 한 달도 안 됐던데?”

옆에서 들려오는 음악의 소리가 아주 시끄러워 나는 문제 없다는 한마디밖에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술 두 잔을 들이켜자 배가 뜨거워지면서 술기운이 확 올라왔다. 뒤끝이 이렇게 심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아직 정신이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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