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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누구한테 전화해?

박태준이 정신을 차렸다.

“왜?”

신은지는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 그를 주시했다.

“몇 번 불렀는데 줄곧 반응이 없었어.”

“미안해.”

그는 고개를 숙이고 무심결에 이마를 꼬집으려 했지만, 손을 들자마자 신은지가 보고 있다는 생각에 그대로 멈췄다.

“어젯밤에 잘 자지 못해서 좀 졸려.”

그의 지친 눈매와 약간 쉰 목소리는 그의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었다.

신은지는 의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럼 얼른 씻고 자.”

“응.”

두통이 도진 박태준은 계속 있다가는 신은지에게 들킬 것 같아 그녀의 말대로 일어나 욕실로 갔다.

그는 사실 욕조에 몸을 담가 몸살 기운을 빼고 싶었다. 하지만 저가 호텔이라 욕조가 없었고, 있다고 해도 이런 공용 욕조는 별로 쓰고 싶지 않았다.

그가 산 집은 호텔에서 좀 멀리 떨어져 있었다. 왕복에 두 시간이 걸리는데, 하루 종일 돌아다닌 신은지가 힘들어해서 집에 돌아가지 않고 호텔에 묵었다.

욕실에서 전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신은지는 카톡을 켜고 메시지를 보냈다.

[자?]

이 시각, 한국은 한밤중이라 답장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카톡을 닫으려 하는데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아직 안 자는데, 왜?]

신은지는 휴대폰을 들고 밖에 나가 상대방의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

“유성아,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태준이 외국 건축에 좀 무감각해?”

그녀가 잘 모르는 박태준의 과거를 나유성은 반드시 알 것이다. 박태준과 더 가까운 사이인 고연우에게 묻는 게 맞지만 그녀는 연우 도련님과 개인적인 친분이 없고 연락처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박태준의 일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을 수도 있다.

나유성은 그녀의 물음에 조금도 놀라지 않고 웃음기 섞인 말투로 물었다.

“또 길을 잃었어?”

신은지는 약간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걔가 정말... 길치야?”

“길치는 아니고, 주변 건물이 비슷할 때 쉽게 헷갈려 하긴 해. 하지만 그런 상황은 두 번밖에 없었고 모두 외국에 있을 때였어. 외국 건축에 무감각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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