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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이준혁이 그녀에게 사랑을 줄 수 없다면 그의 동정 따위는 필요 없다.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한 윤혜인은 숨을 고르다가 이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가 하신 말은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어차피 저는 홀로서기를 해야 돼요. 당신이 계속 저를 케어 할 수는 없으니까요.”

“혜인아, 우리가 앞으로 부부가 아니어도 넌 내 가족이야, 난 계속 너를 돌볼 거야.”

이준혁이 그녀의 말에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차안에는 온통 이 남자의 향기로 가득했지만 윤혜인은 이제 이 향기를 끊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 자신을 속일 수가 없다.

이준혁이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의 동정은 받고 싶지 않았다.

윤혜인이 살짝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저희는 이혼하고 나서 더 이상 서로를 안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준혁 아내가 아니라면 그 어떤 신분으로 그의 곁에 남아있든 그녀는 마음이 아플 것이다.

“혜인아…”

인상을 찌푸린 이준혁이 입을 열려고 하던 순간, 핸드폰이 급하게 울렸고 윤혜인이 담담하게 말했다.

“가요, 준혁 씨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잖아요.”

가는 내내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청월 아파트에 도착하자마자 윤혜인은 차에서 내려 뒤도 안 돌아보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녀가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할 때까지도 밖에서는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윤혜인은 왜 이준혁이 바로 가지 않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임세희가 오매불망 그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하지만 이런 문제도 그녀가 신경 쓸 건 아니었다. 지금 그녀의 가장 큰 바램은 하루 빨리 이혼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녀도 마음이 흔들릴까 봐 매일 걱정하진 않을 테니.

다음날, 윤혜인은 종일 집에서 휴식을 취했고 일요일 오전 소원이 그녀를 데리고 쇼핑하러 나갔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쇼핑을 즐기다가 소원은 얼굴 마사지를 받으러 가자고 했지만 윤혜인은 마사지 제품들이 뱃속의 아이에게 안 좋을까 봐 자신은 받지 않고 소원을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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