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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아까는 조금 아팠는데 이제는 별로 안 아파요.”

윤혜인이 솔직하게 말했지만 사실 조금의 거짓말이 섞여 있었다. 마취없이 봉합한 상처는 조금이 아니라 눈물이 날 정도로 심하게 아팠다.

물론 이준혁도 조금이라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녀가 아픈 걸 제일 무서워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며 잠자리에서 첫경험을 할 때도 그녀가 너무 아파해서 꽤 힘들었었다.

그래서 이준혁은 그녀와 잠자리를 할 때마다 그녀가 불편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뤘다.

그랬던 지금의 윤혜인은 창백한 얼굴에 머리까지 식은땀으로 젖어서 너무 병약해 보였고 이준혁은 그런 그녀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목이 메었다.

그는 주먹을 꽉 쥔 채 그녀를 이렇게 만든 사람을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윤혜인은 그런 이준혁을 보면서 그가 이혼을 못해서 이렇게 화가 난 줄로 착각했다. 그녀가 지금 손에 붕대를 둘둘 감고 있는데 이 상태로 본가로 가면 할아버지가 걱정할 것이 뻔하기에 일단 손이 좀 나으면 붕대를 풀고 본가에 가서 문현미에게 사실대로 설명할 생각이었다.

“걱정하지 마요. 제 손이 심하게 다친 것처럼 보여도 빨리 나을 거예요. 손에 감긴 붕대만 풀면 바로 어머님에게 설명할 테니 너무…”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준혁이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고 턱에 그녀의 머리를 괴며 낮게 깔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 말도 하지 마. 조금만 이러고 있자.”

윤혜인은 넋이 나가버렸다. 이준혁이 그녀에게 신경 쓰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지만 이내 자신을 비웃었다.

그가 임세희를 애지중지 아끼는 모습을 그렇게 여러 번 목격하고도 어떻게 이런 착각을 계속 하는 걸까? 만약 그때 당시 임세희가 외국으로 가지 않았다면 윤혜인은 이준혁에게 접근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모든 게 우연의 연속이었을 뿐이다. 윤혜인은 우연히 할아버지의 마음에 들었고 그렇게 우연히 이준혁과 함께 하게 되었다.

반려동물을 키워도 2년이면 정이 들기 마련인데 더군다나 윤혜인은 말까지 통하는 사람이니 이준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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