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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7 화

어느새 정신을 차린 단이혁은 그의 말에 실소를 터뜨렸다.

“연 대표가 그렇게 말하니 저도 궁금하네요. 저 단이혁이 대체 어떤 사람이라는 거죠? 제가 꽃다발을 선물해서는 안 된다는 법은 없을 텐데요? 그리고 꽃다발 하나 받은 거로 타락했다고 생각하다니, 그럼 이 세상에 타락하는 사람이 매일 생기겠네요.”

그는 입가에 터져 나온 피를 쓱 닦으며 싸늘한 눈길로 연유성을 보았다.

자신이 막냇동생에게 꽃다발을 주는 모습을 보고 연유성이 오해한 것이었다.

‘비록 장미꽃다발 선물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긴 딱이지만... 연유성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오해를 하는 거지?'

결혼한 3년 동안 자신의 와이프를 해외에 내쫓은 것도 모자라 신경조차 쓰지 않았으면서 지금은 오히려 같지 않은 남편 행세를 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연유성은 강하랑을 자신의 등 뒤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이내 단이혁을 노려보았다.

“단 대표도 어떤 뜻인지 알면서도 지금 뭘 굳이 묻는 거죠? 연예계가 얼마나 더러운지, 단 대표가 더 잘 알 텐데요. 제 와이프는 세상 물정도 모르는 사람이니 그만 단 대표가 포기하죠?”

“연유성, 우리는 이미 이혼한 사이야. 내가 꽃다발 받는 것도 너한테 동의받아야 해? 네가 뭔데?”

강하랑은 그의 손을 ‘탁' 쳐냈다.

이혼이라는 두 글자에 연유성은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풀게 되었고 강하랑은 바로 손목을 빼냈다.

하얗던 그녀의 피부는 어느새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녀는 인상을 쓰며 손목을 문지르더니 바로 단이혁의 곁으로 갔다.

“멍들었어?”

단이혁은 아주 속상했다.

강하랑은 그의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그녀가 돌아온 후 가족들은 그녀는 공주처럼 대하며 행여라도 다치게 될까 걱정하며 아껴주고 있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개자식은 그의 막냇동생의 손목을 멍들게 했으니 복수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파? 올라가서 약 발라 줄까?”

아픈 건 아니었지만 연유성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았던 강하랑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울먹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연유성은 원래 빨갛게 부어오른 그녀의 손목을 보며 다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친근한 모습에 짜증이 치밀게 되었다.

“강하랑, 우리는 그저 이혼 서류에 사인만 했을 뿐이야. 아직 정식으로 접수되기 전까지 넌 내 와이프라고.”

그의 말에 강하랑은 걸음을 우뚝 멈추게 되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이내 조롱의 의미가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와이프라고? 연 대표는 이제야 제가 당신의 와이프라는 걸 인정하네요. 본인이 생각해도 웃기지 않나요? 거기다 이혼 서류 접수도 되지 않았다면서, 서류상은 아직 와이프라면서 당신은 세미를 편들어주고 돌봐줘도 되고, 나는 미리 다음 재혼 상대를 만나서는 안 되는 건가요?”

“재혼 상대?”

연유성은 이를 뿌득 갈았다. 칠흑 같은 눈동자로 강하랑을 빤히 보고 있던 그는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이내 단이혁에게 화풀이를 했다.

“네가 고른 재혼 상대가 이런 사람이라고?”

그의 말에 단이혁은 바로 기분이 불쾌해졌다.

“연 대표, 그거 무슨 뜻이죠? 우리 하랑이 안목이 어때서요? 그래도 내가 연 대표보다 많이 낫다고 생각하는데요.”

연유성은 서늘한 눈빛으로 그를 훑어보았다.

“우리 하랑이?”

단이혁은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우리 하랑이가 아니면 그쪽 하랑이겠어요?”

“그만해!”

강하랑은 초딩 싸움하는 두 사람을 향해 소리를 질렀고 다투던 소리도 끊어지게 되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고 그나마 평온한 얼굴로 연유성을 보았다.

“연 대표님이 여기서 나한테 이럴 거면 차라리 그 시간에 이혼 접수나 처리해주죠? 나도 내 안목이 나쁘다는 걸 알고 있고, 그걸 연 대표가 뭐라 할 자격은 없는 것 같은데요.”

평정심을 점차 찾아가던 연유성은 그녀의 말에 다시 성질이 훅 올라왔다.

“내가 자격이 없다고? 내가 하루하루 미룰수록 넌 계속 내 와이프야. 그런데도 나한테 자격이 없다고?”

강하랑은 입꼬리를 씨익 올리더니 갑자기 그의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연 대표는 지금 강세미랑 결혼하지 않을 생각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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