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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9 화

오늘은 아마도 계약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가 지금 당장 단이혁과 회사로 들어가면 두 사람이 싸울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단이혁의 손을 아프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고개를 돌린 그녀는 단이혁을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올라가서 약 발라. 난 온마음 씨랑 점심 약속이 있어서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

그녀의 말에 단이혁이 답했다.

“나도 갈래! 마침 온마음 씨한테 우리 회사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물어보려고 했거든. 같이 가.”

연유성은 두 사람을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여기서 한 명이 더 많아진다고 달라질 것 없어 보이는데, 우리 HN 그룹에서도 최근 엠버서더로 온마음 씨를 채택할까 하거든.”

“두 사람 다 따라올 생각하지 마!”

강하랑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일로 만나는 거라면 알아서 따로 약속 시간 잡아. 왜 우리 점심시간을 방해하는 건데?”

그녀는 씩씩 화를 내며 두 사람을 보았다. 그러더니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몸을 틀어 가버렸다.

흰색 BMW가 먼지를 휘날리며 떠나갔다.

단이혁은 살짝 혀를 끌끌 찼다. 회사로 들어가려는 순간 연유성이 그를 불러 세웠다.

“단 대표님, 오늘 본의 아니게 무례를 저지르게 되었군요. 넓은 마음으로 용서해주시죠. XR 엔터는 아직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은 회사이니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바로 말하세요. 저희 HN 그룹은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하랑이를 놓아주셨으면 좋겠군요.”

단이혁은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혀끝을 볼 안으로 밀어 넣어 볼이 툭 튀어나오게 했고 강하랑과 똑같이 생긴 두 눈으로 조롱의 의미가 가득한 눈길로 그를 보면서 피식 웃었다.

“하랑이를 놓아달라고요. 그건 내가 해야 할 말이 아닌가요? 그리고, 내가 진심인지 아닌지 연 대표가 그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죠? 아무리 연예계가 더럽다고 해도 나같이 더러운 물에 오염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연유성은 어두운 눈빛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단 대표 그 말은, 앞으로 우리 HN 그룹이랑 척을 지겠다는 말씀인가요?”

단이혁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

“에이 설마요. 연 대표가 본인의 사적인 감정을 앞세워 일을 처리하는 건데, 왜 제 탓으로 돌리는 거죠?”

HN 그룹은 실물 경제를 주요산업으로 하는 기업이었고 그의 회사는 연예 기획사였기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아무리 한주시에서 연유성을 조심해야 한다고 해도 그의 한 마디로 바로 물러나면 막냇동생의 복수는 어떻게 해주겠는가?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확인 사살이라도 하듯 그는 눈웃음을 지으며 연유성에게 말했다.

“연 대표가 연예 기획사를 운영하는 나를 무시한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난 내 그릇이 아닌 남의 그릇에 담긴 음식을 탐내지는 않거든요. 안 그래요?”

그는 연유성이 바로 화를 내며 그를 욕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연유성은 입술을 틀어 물며 욕이 아닌 변명의 말을 꺼냈다.

“단 대표, 하랑이와 결혼하게 된 건 저의 할아버지께서 마지막 소원으로 하게 된 겁니다. 애초에 제가 선택할 수 없는 일이죠. 그리고 하랑이를 해외로 보낸 것도 희망을 심어주지 않으려고 그런 거예요. 그렇게 해야 이혼 서류에 쉽게 사인을 할 수 있거든요. 전 하랑이가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재혼을 하는 걸 막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하랑이는 이 바닥 사람이 아닙니다. 아무리 단 대표가 하랑이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 해도 단 대표 집안에서 아무런 배경도 없는 여자를 며느리로 받아들일까요?”

단이혁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턱을 매만졌다.

“확실히 연 대표의 말도 일리가 있네요.”

연유성은 마음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지만,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단 대표도 그 도리를 아신다니 마음이 놓이네요. 그러니 하랑이에게 헛된 희망을 심어주지 마세요. 일전에 저지른 무례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죠.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않길 바랄게요.”

단이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등 뒤에 있는 빌딩을 가리켰다.

“할 말 그게 다인가요? 다 했으면 전 이만 일 하러 가야 해서요.”

연유성은 깊어진 두 눈으로 무언가 사색에 잠긴 듯했다.

“단 대표한테 실례지만 궁금한 것이 하나 있네요. 듣기로는 스튜디오 숨의 디자이너 실비아와 협력을 한다고 들었는데, 이미 계약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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