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나는 조금 힘이 빠졌다.집으로 돌아가겠다고 결정한 것도 사실은 최숙의 말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충동적으로 온 것이다.물론 집으로 오기까지 이미 충분히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강하랑과 함께 강변을 걷던 사진이 찍히고 누군가가 인터넷에 올려 허위 사실을 유포했을 때 그녀는 덤덤히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송유나는 다음번에 또 언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지 몰랐다.그리고 적당한 시기가 언제인지도 몰랐다.“적당한 때는 유나 씨가 팀원을 이끌고 우승했을 때여도 좋고, 다음 명절 때여도 좋아요. 아니면 또...”단
본가에서 일하는 도우미가 많았기에 두 사람의 등하교도 전부 기사님이 해주었고 부모님의 사랑이 필요할 땐 외숙모 정희월이 사랑을 주었다. 심지어 아버지의 따끔한 훈계가 필요할 때도 외삼촌 단지헌과 큰형 단원혁이 해주었다. 만약 두 사람이 큰 사고를 치기라도 한다면 둘째 외삼촌과 외숙모 부부가 본가로 찾아오기도 했었다.비록 단지희와 도성민을 자주 볼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가족의 사랑을 전부 받아본 단오혁과 단유혁이었다. 물론 친부모가 필요한 순간도 있었다.그럼에도 단오혁과 단유혁은 확신했다.젊었던 두 사람의 부모님은 그저 둘만의
송유나는 아직 그 답을 몰랐다.아직 답을 내릴 수도 없다.지금은 이미 시간도 늦었으니 호텔로 돌아가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다.머리 아픈 일은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길가에 멈춰서서 얘기를 나누고 강변만 몇 바퀴 드라이브하다 보니 시간이 늦어져 도로엔 지나가는 차가 별로 없었다. 단오혁은 묵묵히 속도를 내어 호텔로 돌아왔다.주최 측에서 호텔 한 층을 전부 빌렸기에 단오혁은 마침 송유나를 방으로 데려다줄 수 있었다.그는 송유나 방문 앞에 멈춰 섰다.“들어가서 푹 쉬어요. 다른 생각 하지 말고요. 내일부터 휴가니까 아지
바깥엔 여전히 불빛들로 가득했다.큰 도시처럼 모든 건물에 조명이 켜진 건 아니었지만 호텔 앞 가로등은 무조건 꺼지지 않을 것이다.강하랑은 소파를 창문으로 끌어와 앉아 가만히 창밖의 풍경을 보았다.가로수, 가로등, 달, 그리고 달빛에 생겨버린 건물의 그림자까지... 모든 게 조용하고 아름다웠다. 시끄럽고 복잡한 시어스와는 차원이 달랐다.그녀는 이런 고요한 분위기를 아주 좋아했다.그렇게 야경을 구경하다 보니 마음도 평온해졌다.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조용하고 한적한 유럽의 마을로 가 정원에 나무
강하랑은 의아한 기분으로 시어스의 시간을 확인했다. 7시간의 시차가 있는 시어스는 저녁 11시인 이곳과 달리 한창 놀기 좋은 오후였다. 앨런의 일상 패턴을 생각해 봤을 때 그가 한창 미쳐 날뛸 시간이기도 했다.그러나 시어스에는 놀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다. 앨런도 대부분 시간 연바다를 따라 일만 했다. 휴식이라고는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밖에 없었다.‘내 문자에 답장하지 않을 리가 없는데... 혹시 일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아픈 몸을 이끌고 돌아가더니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야?’강하랑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앨런
잠시 후 연바다는 무언가 떠오른 듯 강하랑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혹시 앨런 때문에 나한테 전화한 거야?”“응.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답장이 없길래. 급하게 퇴원해서 시어스에 갔다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되네. 그래서 너한테 전화했어.”연바다는 잠깐 침묵하다가 물었다.“...나는?”“네가 뭐?”강하랑은 그의 질문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나도 시어스에 왔잖아. 회사 일을 제치고 온 나는 걱정이 안 돼?”이제야 그의 질문 의도를 알아챈 강하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것
연바다는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상처를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국내에서 온 메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회사를 물려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자리까지 비우자, 골치 아픈 일은 아주 많았다. 그는 최대한 빨리 시어스의 일을 처리하고 의사와 함께 국내에 돌아가야 했다.자신 때문에 앨런이 또다시 입원하게 되었다는 것이 떠오르자 연바다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 서류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상처도 괜히 아픈 것 같았다.그는 결국 의자에 잠깐 기대어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가운을 걸치고 서재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튿날 아침, 강하랑은 일찍이 단오혁 등과 헤어졌다. 커플 사이에 껴서 데이트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송유나가 아무리 부탁해도 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단오혁의 흐뭇한 눈길을 받으며 단유혁의 차에 올라탔다.연유성은 당연히 그녀와 함께 돌아갔다. 그러나 차를 가져온 관계로 뻔뻔히 단유혁의 차를 타지는 못했다.서해에 돌아가는 길, 두 대의 차량은 나란히 움직였다. 서해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점심밥을 먹을 때였다.강하랑은 급하게 집에 돌아가지 않고 시내에서 먹을거리를 찾았다. 그러다가 최근 핫한 중식당이 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