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은 의아한 기분으로 시어스의 시간을 확인했다. 7시간의 시차가 있는 시어스는 저녁 11시인 이곳과 달리 한창 놀기 좋은 오후였다. 앨런의 일상 패턴을 생각해 봤을 때 그가 한창 미쳐 날뛸 시간이기도 했다.그러나 시어스에는 놀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다. 앨런도 대부분 시간 연바다를 따라 일만 했다. 휴식이라고는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밖에 없었다.‘내 문자에 답장하지 않을 리가 없는데... 혹시 일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아픈 몸을 이끌고 돌아가더니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야?’강하랑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앨런
잠시 후 연바다는 무언가 떠오른 듯 강하랑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혹시 앨런 때문에 나한테 전화한 거야?”“응. 전화도 안 받고, 문자도 답장이 없길래. 급하게 퇴원해서 시어스에 갔다가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되네. 그래서 너한테 전화했어.”연바다는 잠깐 침묵하다가 물었다.“...나는?”“네가 뭐?”강하랑은 그의 질문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나도 시어스에 왔잖아. 회사 일을 제치고 온 나는 걱정이 안 돼?”이제야 그의 질문 의도를 알아챈 강하랑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런 것
연바다는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상처를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국내에서 온 메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회사를 물려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자리까지 비우자, 골치 아픈 일은 아주 많았다. 그는 최대한 빨리 시어스의 일을 처리하고 의사와 함께 국내에 돌아가야 했다.자신 때문에 앨런이 또다시 입원하게 되었다는 것이 떠오르자 연바다의 눈빛은 점점 어두워졌다. 서류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상처도 괜히 아픈 것 같았다.그는 결국 의자에 잠깐 기대어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가운을 걸치고 서재 밖으로 걸어 나갔다
이튿날 아침, 강하랑은 일찍이 단오혁 등과 헤어졌다. 커플 사이에 껴서 데이트를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송유나가 아무리 부탁해도 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단오혁의 흐뭇한 눈길을 받으며 단유혁의 차에 올라탔다.연유성은 당연히 그녀와 함께 돌아갔다. 그러나 차를 가져온 관계로 뻔뻔히 단유혁의 차를 타지는 못했다.서해에 돌아가는 길, 두 대의 차량은 나란히 움직였다. 서해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점심밥을 먹을 때였다.강하랑은 급하게 집에 돌아가지 않고 시내에서 먹을거리를 찾았다. 그러다가 최근 핫한 중식당이 마음에
연유성은 전화 받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무음 모드로 해놓은 다음에는 다시 확인하지도 않았다.“중요하다고 할 만한 일은 없어요. 있다고 해도 GN 쪽 일이겠죠. 근데 회사는 제가 없어도 잘 굴러가요. 월말에 보고 받을 일만 있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잖아요. 잠깐 받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강하랑은 연유성이 왜 GN을 언급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녀도 GN의 직원이다. 굳이 출근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가본 적이 있었다.GN은 완벽한 체계가 구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연유성이
영상통화가 연결되고 핸드폰에는 연성태의 쇠약한 얼굴이 나타났다. 적지 않게 화가 난 모양인지 지난번 병원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수척해 보였다. 그게 핸드폰 카메라를 통해 보일 정도면 말이다.그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잔뜩 잠긴 목소리는 완전한 구절 하나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연유성의 이름을 부르는데 멈췄다.연유성은 콧방귀를 뀌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아프면 몸 관리나 할 것이지, 회사 일에 신경 써서 뭐 해요? 이러다가는 회사 일을 알아볼 시간도 없게 생겼네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즐기기나 하세요. 병원에만 있는 게 답
병원 병실.연성태는 적지 않게 열 받았다. 영상 통화가 끝난 다음 손에 힘이 없는 것만 아니었어도 그는 핸드폰을 내던졌을 것이다.그가 거친 숨을 몰아쉬는 것을 보고 온서애는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곧장 밖으로 나가 의사를 데려왔다.의사가 진정제 주사를 놓은 다음 온서애는 조심스레 다가가서 물었다.“이제 좀 어떠세요?”연성태는 여전히 화난 얼굴로 온서애를 힐끗 보고는 빈정대는 식으로 대답했다.“보면 모르냐. 죽지 않고 살아있다.”허약한 목소리에는 짜증도 섞여 있었다. 온서애는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곁에 서서 물었다.
“엄마, 저 배달 음식 별로 안 먹어요. 시간이 맞을 때는 시혁 오빠를 불러서 요리사로 부려 먹어요. 시혁 오빠 요리 솜씨 장난 아니거든요.”강하랑은 정희월이 걱정할까 봐 집 근처의 식당을 전부 가봤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도 마냥 거짓은 아니었다.단시혁은 자주 먹을 것을 가져다줬다. 시간이 있을 때는 그녀의 집에서 요리해서 같이 먹고 다시 일하러 가기도 했다.그녀는 지금의 상태가 딱 좋았다. 동네 구경도 하고 서해 음식도 먹어봤으니 말이다. 귀찮을 때는 부려 먹을 오빠도 있어서 완벽했다.정희월이 도시락을 보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