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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쿠르릉!

또다시 울리는 번게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린 조연아는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다 지난 일이야. 더 이상 떠올리지 말자. 지난 일이야. 전부 다 지난 일이야...’

...

“대표님, 손 교수님을 부르는 게 어떨까요?”

조연아가 화재 사고를 당한 뒤로 민지훈은 별장 직원들을 모두 교체했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곁에 두기로 한 것이 어렸을 때부터 그를 봐왔던 박 집사, 하지만 그의 말에도 민지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 비서, 대표님 설득 좀 해보게.”

뒤늦게 사춘기라도 온 건지 반항을 하는 민지훈의 모습에 박 집사는 속이 타들어갔다.

하지만 오민이라고 뭐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집사님, 대표님 성격 잘 아시잖아요. 저도... 딱히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어느새 어스푸름하게 밝는 하늘을 바라보던 오민이 문득 뭔가 떠올린 듯 중얼거렸다.

“예전에 비오는 날이면 연아 씨가 항상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시곤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우셨던 것 같아요...”

오민의 말을 들은 민지훈이 고개를 홱 돌렸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말을 어떻게 들은 건지...

오민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언젠가 제가 대표님 심부름으로 저택에 들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봤습니다. 창밖의 빗줄기를 바라보시는 뒷모습이 조금 떨리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울고 계셨던 것 같네요.”

“기다리는 사람이 오지 않으니 속상할 수밖에요.”

박 집사가 민지훈을 힐끗 돌아보았다.

“그랬구나...”

이 집에서 겪었던 외로움과 슬픔을 남편이었던 그보다 이 저택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니.

‘민지훈, 네가 그러고도 남편이야?’

“젠장.”

제 화를 못 이긴 민지훈의 주먹이 벽장을 내리쳤다.

쿠당탕.

부랴부랴 달려온 박 집사가 벽장에서 떨어진 물건들을 정리하던 그때.

액자를 집어든 그가 사진 뒤에 적힌 글씨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대, 대표님. 여기 뭔가 적혀있는데요.”

액자에 든 사진은 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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