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94화

“오 비서님.”

애써 슬픔을 참아내던 민지훈이 어딘가 잠긴 목소리로 오민을 불렀다.

“네, 대표님.”

근처에 서 있던 오민이 부랴부랴 앞으로 다가갔다.

“연아 집으로 데려다줘요.”

“네?”

잠깐 멈칫하던 오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오민이 조연아를 위해 차문을 열어주자 조연아가 나지막히 말했다.

“고마워.”

민지훈의 눈빛이 너무나 슬퍼서일까?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마음 약해지지 마.’

주먹을 꽉 쥔 조연아가 한발 한발 걸음을 옮겼다.

지척에 세워둔 차로 향하는 길이 왠지 천리길처럼 느껴졌다.

‘민지훈, 당신을 사랑했고 증오했어. 그런데... 그렇게 미운데도 당신을 잊는 건 안 되더라.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들 너무 지치고 힘들었어. 남은 인생 맘 편히 살려면 당신한테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할 것 같아.”

말없이 차에 타는 조연아를 바라보는 민지훈의 눈시울이 점차 붉어졌다.

...

차창 밖을 스쳐지나는 조용한 밤거리를 바라보며 조연아는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내일부터... 내일부터 진짜 다시 시작하는 거야.’

...

“연아 씨.”

백미러를 통해 조연아를 바라보던 오민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네, 오 비서님.”

“이런 말씀 무례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왜 대표님께 기회를 한 번 더 주지 않으시는 겁니까? 연아 씨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했떤 지난 1년 동안 대표님은 말 그대로 시체처럼 살아오셨습니다. 매일 아침 눈만 뜨면 연아 씨의 납골당으로 향하셨죠. 말없는 유골함만 바라보며 연아 씨가 들을 수 없는 말을 전하고 또 전하셨습니다.”

하지만 오민의 진심어린 목소리 역시 이미 얼어붙은 조연아의 마음을 녹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요?”

싱긋 웃은 조연아가 자신의 표정을 숨기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

30초 정도 흘렀을까? 조연아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쭉 죽었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것도 나쁘즤 않겠네요.”

“아...”

생각보다 단호한 그녀의 태도에 오민은 한숨을 푹 내쉬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