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루안은 다실로 돌아와 주위에 앉아 있는 스승 백무소를 바라보고 또 눈 앞의 조경을 보았다. 두 사람 모두 평범한 표정이어서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진루안은 스승 백무소가 필연적으로 조경과 무슨 말을 했고, 자신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아주 은밀한 말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다만 자신은 조경의 스승으로서 모든 것을 알 권리가 있다.“조경, 이리 좀 나와 봐!” 조경을 바라보며 손짓을 한 진루안은 몸을 돌려 다실 밖으로 나갔다.백무소는 원래 자기가 조경과 이야기를 나눈 후 어떤 의외의 일도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제자 진루안이 뜻밖에도 이 방법을 쓸 줄은 몰랐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이 때문에 백무소는 더 이상 침착할 수 없게 되었다. ‘만약 진루안이 조경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진루안의 성격으로 볼 때 정말 뭔가 저지를 거야.’“무슨 할 말이 있어? 네 사부인 내게 등을 돌리고 말이야?” 백무소는 호기롭게 외치면서 다실을 나서려던 진루안을 노려보았다.진루안은 백무소의 말을 듣고 얼굴에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그냥 사소한 일입니다.”“오히려 스승님은 방금 전에 조경과 무슨 이야기를 나누셨어요? 제자인 저도 모르는데요!”진루안은 깊은 뜻을 담은 눈빛으로 조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계속 밖으로 나갔다.백무소는 또 진루안을 막으려 했지만 자신이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진루안은 필연코 이미 뭔가 발견했기에 끝까지 조경을 따라 나오라고 하는 거야. 그러나 조경을 나가게 해서 이 일을 진루안에게 알려주기보다는, 차라리 내가 시원하게 말해야겠어.’“네 녀석이 이겼어. 허세 부리지 말고 빨리 들어와!”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지은 백무소는 고개를 저으면서 이미 문을 나서려던 진루안을 향해 퉁명스럽게 말했다.진루안은 바로 씩 웃으면서 몸을 돌려 백무소의 곁에 앉았다.조경은 앞에 앉아 있는 진루안과 백무소를 보았지만 모두 범상치 않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요?” 지금 이미 충격을 받은 조경은 말을 하지 못한 채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진루안은 단숨에 정통을 찔러서 신원 비밀을 폭로했고 조경의 온몸을 떨리게 만들었다. 자신이 홀딱 벗은 모습을 진루안이 한 번 둘러본 느낌이 들었다.‘이 사부님은 백무소 태사부님보다 더 무서워.’‘태사부님은 그래도 나를 핍박해서 내가 어쩔 수 없이 신원의 비밀을 말하게 했어.’‘그러나 진루안 사부님은 바로 의심하기 시작해서 한 걸음씩 앞당겨 조사했고, 최종적으로 결과를 얻었어.’이런 치밀함과 신중함에 조경은 남몰래 탄복하게 되었다. 결국 왜 진루안이 용국의 새로운 전신이고, 왜 진루안이 임페리얼의 궐주인가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그는 이럴 자격도 실력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네 녀석은 오히려 충분하게 준비했구나!”백무소는 얼굴에 복잡한 기색이 가득했다. 원래 이 비밀을 말하지 않으면 진루안이 좀 덜 위험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진루안은 일찌감치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고 또한 조경의 신분도 알고 있었다.이렇게 되면 스승인 그가 제자를 보호하려는 의미도 없어지게 된다.백무소는 진루안이 이미 완전히 자랐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새끼 독수리가 아니라 독날개를 펴고 구만리 하늘을 날고 있는 독수리였다. 자신의 비호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의 후배를 비호하기 시작했다.이것이 바로 전승이다. 한 세대씩 이어지면서 전승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정말 스승님께 죄송하지만, 제자가 줄곧 치밀하게 일을 했습니다!”진루안은 백무소를 향해 잘못을 인정해서 백무소가 쑥스러워하지 않게 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백무소는 이 비밀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고, 심지어 조건을 제시해서 조경이 준수하도록 했지만, 자신에게 있어서는 전혀 가치가 없었다.보통 사람이라면 벌컥 화를 내거나 굴욕을 참지 못할 것이다.그러나 백무소는 당연히 일반인이 아니다. 그가 만약 이 정도의 포용력만 있다면 지금의 백무소가 될 수 없었을
진루안이 사람을 기다려야 한다고 하자, 백무소는 자연스럽게 재촉하지 않았다. 게다가 칼자국이 앞서 이미 물어봤기 때문에, 이미 자신의 제자가 무엇을 할 것인지 알고 있었다.조기가 이미 손을 쓴 이상 진루안이 반격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만약 국왕 조의가 이 일로 진루안을 책망한다면, 스승인 내가 도대체 무엇이 규칙이고 무엇이 마지노선이라는 건지 국왕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해.’ ‘물론 국왕 조의의 사람됨으로 볼 때 그는 이 일을 위해 진루안을 책망할 수는 없을 거야. 이런 각오조차 없다면 국왕이 될 수 없어.’시간이 조금씩 지나갔다. 진루안이 이미 태자 조기를 동강시로 명확히 초청했기 때문에, 만약 지금 조기가 감히 오지 못한다면 태자는 개망신을 당하게 될 것이다. 진루안도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없이 태자 조기를 격파하게 된다.조기가 약간의 담력과 기백이 있다면 당연히 동강시에 오지 않을 수 없다. 동강시가 진루안의 땅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조기는 그래도 나타날 것이다. 태자 조기는 아주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가질 정도였다.이런 성격에 직면해서, 진루안은 줄곧 상대방의 성격 결함을 이용했다. 상대방의 결함을 무제한 수없이 확대한 후 멸망을 자초하게 만들 것이다.‘예를 들면 자부심이 넘치는 태자가 어떻게 단시일 내에 지위도 명예도 잃고,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겠어?’‘아주 간단해, 그가 왕위를 찬탈하도록 모반하게 하면 돼.’‘그가 자부하면서 자신이 앞당겨서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 그때가 바로 그가 참혹한 말로를 맞게 될 때야.’‘태자를 상대하는 것은 정말 너무나 쉬워. 태자 자리가 비록 그를 보호하는 우산이지만, 그의 목숨을 빼앗는 칼이기도 해.’‘이 모든 것은 어떻게 조종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야. 잘 조종하면 태자도 별 거리낌이 없을 거야. 단지 더러운 쟁탈 수단이 좀 더 많을 뿐이지.’만약 진루안이 이런 수단을 쓸 가치가 없다면, 심지어 3일 안으로 태자 조기를 등극할 가
자신의 큰할아버지 진봉산은 스승의 사형이기 때문에 자신의 할아버지와 스승이 백무소와 사귀는 것도 합리적이었다.‘나도 진작 이 점을 생각했어야 했어.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때 사부님이 직접 동강시에 와서 나를 데려갔을까? 정말 우연의 일치일까?’ 이전의 진루안은 그렇게 믿었지만, 복잡한 사회와 인생을 겪은 후 진루안은 이른바 기연의 우연을 믿지 않았다.‘필연코 백무소 사부님이 일찍부터 내 신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먼저 나를 데려가서 제자로 받아들이신 거야.’“나와 네 사부는 정말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어. 아마 열 몇 살 때부터 우리가 알고 지냈을 거야!” 빙그레 웃으며 수염을 늘어뜨린 진봉교가 진루안에게 대답했다.백무소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그때 나는 19살이었고, 네 할아버지는 15살이었어!”“나는 사탕 하나 때문에 네 할아버지하고 정신없이 싸웠는데, 마지막에는 때려서 머리까지 다 깨졌던 것도 기억이 나는구나. 하하!”어린 시절의 재미있는 일을 생각하면서, 백무소는 자신도 모르게 놀리면서 웃었다.진봉교는 그의 큰 웃음을 들었지만 결코 화를 내지 않았다. 눈빛에는 추모의 기색만 보였다. 그때 그의 큰형 진봉산은 25살이었다. 자신과 백무소를 데리고 세 사람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당시의 적지 않은 고대무술계 강호의 인물들을 알게 되었다.나중에 이 땅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큰형 진봉산은 의연히 종군해서 백무소를 데리고 전장으로 나갔다. 자신은 진씨 가문 집안의 가주로 내정되었기에 그들을 따라 참전할 기회가 없었다.어느덧 이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서, 두 사람은 이미 머리가 희끗희끗해졌다. 무려 30년 가까이 만나지 못한 것이다.“진 선생님, 밖에 사람이 왔습니다!”두 노인이 끊임없이 감개무량하게 회상하고 있을 때, 황지우가 황급히 밖에서 걸어 들어왔다. 얼굴의 표정이 아주 무거웠다. 지금 이렇게 무거운 표정을 짓게 만든 걸 보면, 사람들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진루안은 황지우의 뒤에서 위일천과 황홍비를 보
황지우는 갑자기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진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지만 그 사람은 결국 태자다. 누가 태자를 만났을 때 정상적인 심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어?’‘용국이 전체가 몇 명이 있지? 물론 진루안도 자연히 그 중의 하나야.’“진루안은 어디에 있어? 내가 왔는데도 나와서 나를 맞이하는 걸 보지 못했어. 설마 임페리얼왕이 태자인 나보다 더 대단한가?”조기의 혐오스러운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서 구두로 한 줄이 바닥을 밟는 소리가 아주 선명했다.뚜벅뚜벅 소리가 점점 급해지면서 가까워졌다.결국 용국의 태자 조기가 다실 입구에 나타났다. 수척한 얼굴은 칼로 깎은 듯했고, 초롱초롱한 두 눈은 보기만 해도 두려움이 생길 정도였다. 특히 날카로운 검과 같은 까맣고 짙은 두 눈썹에는 풀리지 않는 차가운 기운이 배어 있었다.온몸에는 칠흑처럼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고, 구두는 사람의 그림자까지 비칠 정도였다.1미터 80센티미터의 조기 뒤에는 같은 양복을 입은 10여 명의 경호원이 따라다니며 다실 안으로 들어갔다.“왜 떠들고 그래? 아바마마께서 규칙을 가르쳐 주지 않았어?”백무소는 한창 진봉교와 지난날을 이야기하면서, 예전의 파릇파릇하던 시절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조기의 고함소리는 이 노인을 아주 불쾌하게 만들었다.조기가 태자인지 아닌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설사 국왕 조의라 하더라도, 정말 그를 화나게 하면 감히 욕을 할 것이다. 더군다나 순조롭게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는 태자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누가 X발... 어, 백 군신이세요?”큰 소리로 욕을 하려던 조기는 어색하게 말을 거둬들였다. 마음속으로는 자신이 말을 거둬들인 속도가 아주 빠르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렇지 않았다면 백 군신이 가볍게 자신의 따귀를 몇 대 때렸을 것이다. 백무소는 눈살을 찌푸리고 태자 조기를 힐끗 보았다. 조기는 몇 년 전에 비해 다소 침착해졌지만, 오히려 떠벌리기와 경망스러운 면은
동강시, 터미널 밖.황토색의 셔츠와 회색 청바지에 낡은 스니커즈 차림의 진루안은 낡아 빠진 포대 자루를 들고 있었다.어느새 많이 변한 동강시에 진루안은 탄식을 뱉었다. "6년 만에, 내가 돌아왔다!"6년 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는 스승님인 백 군신을 따라 동강시를 떠났었다.6년 뒤, 드디어 돌아왔다!주위 사람들은 진루안을 흘깃 쳐다보다 이내 더럽다는 듯 인상을 쓰며 코를 막았다.바로 그때, 3, 40대 정도 되는 파란색 포르쉐 911차량 대오가 두 줄로 나뉘어 빠르게 다가왔다.주위 사람들은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보다 이내 진루안을 업신여기며 흘겨봤다.쓰레기나 줍는 저런 사람은 아마 평생 저런 차를 사지 못할 게 뻔했다.차가 제대로 서기도 전에, 첫 번째 차에서 연미복을 입은 노인이 내렸다. 잔뜩 긴장한 듯 연신 땀을 닦고 있었다.숨을 헐떡이며 진루안의 앞에 다가온 그는 숨 한 번 크게 쉬지 못했다."궐주님, 정말 죄송합니다. 오는 데 길이 막혀서요, 용서해 주십시오."순간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이 똥이라도 씹은 듯 굳어버렸다.다른 차에서 내린 수십 명의 검은 옷차림의 경호원들은 그들이 놀라든 말든 곧장 그들을 쫓아냈다.진루안은 자신의 앞에 있는 연미복 차림의 노인을 쳐다봤다. 이 사람은 건성의 그 유명한 전 영감, 전광림이었다.전광림은 말 한마디로 온 건성의 격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러나 그런 그도, 감히 진루안 앞에서는 조금의 위세도 펼치지 못했다.만약 이 모습을 건성의 큰인물들이 보았다면 두 눈이 휘둥그레졌을 것이 분명했다."궐주님, 건성 쪽에서 이미 모든 일정을 다 준비해 놓았습니다. 타시지요."전광림은 아첨하며 진루안을 쳐다봤다. 이분은 용국의 호국전신, 임페리얼의 궐주로 무수한 공적을 쌓은 명예롭기 그지없는 존재였다. 그런 사람에게 감히 무례를 범할 수는 없었다."됐어요, 사치는 별로 안 좋아해서요!"포르쉐 대오를 흘깃 본 진루안은 고개를 젓고는 곧바로 자리를 떴다.그가 동강시에 돌아온 것
차가운 눈으로 이윤희를 노려보는 안유아의 얼굴에는 경멸이 가득했다."네가 우리 오빠 아이를 임신하지 않았다면, 네까짓 게 어디 우리 집안에 들어올 자격이나 있었겠어?'안유아는 저런 돈밖에 모르는 여자는 자기 오빠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속에서 열불이 차오른 이윤희는 진루안을 노려보며 벌컥 화를 냈다. "진루안, 당장 꺼져!"저 진루안 때문에 자신마저 안유아에게 모욕을 당하다니. 겨우 시누이의 환심을 샀는데 눈 깜짝할 새에 전부 다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진루안은 고개를 저으며 한때 자신의 여자친구였던 이윤희를 쳐다봤다. 당시에도 이윤희는 재벌가에 시집가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재벌 가문이 어디 들어가기가 쉬운 곳이던가?"이야, 우리 옛 동창이잖아. 진루안, 너도 왔어?"신랑인 안명섭은 술잔을 든 채, 잔뜩 붉어진 얼굴로 다가왔다.그러다 자기 여자인 이윤희가 진루안과 함께 서 있는 것을 보자, 두 눈에 음산함이 드러났다.안명섭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알아챈 이윤희는 얼른 다가가 팔짱을 끼려 했다.하지만 짜증을 내며 그 손을 뿌리친 안명섭은 이내 진루안을 깐깐하게 훑어봤다. 진루안의 남루한 차림을 본 안명섭의 눈에 이내 경멸이 반짝였다."친구야, 결혼 축하해!" 진루안은 시원하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지만 안명섭은 코웃음만 치며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허공에 쓸쓸히 내밀어진 손에 진루안은 몹시 난처해졌다."어쩌다 이렇게 궁상맞은 꼴이 됐어? 설마 아직도 쓰레기나 주우면서 사는 거야?""친구끼리, 말해봐. 내가 도와줄게!" 안명섭은 진지한 척하며 물었다. 특히 진루안이 포대 자루를 들고 있는 것을 보자 진루안이 여전히 폐품을 주우며 살아가고 있다고 더더욱 확신했다.고등학생일 때도 진루안은 폐품을 주워 판 돈으로 학교를 다녔었다. 말은 근검절약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가난때문이 분명했다!다른 동창들도 술잔을 든 채 다가왔다. 방금전까지 진루안을 무시했던 그들은 지금 하나둘 구경하러 다가왔다."진루안, 너 왜 이렇게 입고 왔어
"무슨 볼일 있어?" 진루안의 성격을 잘 아는 이윤희가 조용히 물었다. 진루안이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건 분명 이유가 있었다."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무심하게 대답한 진루안은 이내 한 마디 덧붙였다. "내 약혼녀."그 말을 듣자 안명섭과 안유아는 조금 멍해졌다.이윤희도 그 말이 조금 믿기지가 않았다. 그녀를 떠난 지 5년이 된 진루안에게, 약혼녀가 있다니?"하하, 약혼녀라니, 누군데? 설마 여기 종업원은 아니지?" 진루안의 말에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린 장근수는 진루안을 무시하는 마음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그 사람이 누군지, 너랑 무슨 상관인데?" 진루안은 시린 냉기가 담긴 눈빛으로 장근수를 흘겨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순간 흠칫한 장근수의 얼굴이 이내 점차 음산해지기 시작했다.진루안이 자신에게 이런 태도로 나온 것이 벌써 두 번째였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반드시 품위를 유지해야 했기에 더는 진루안을 상대하지 않았다.'나중에 두고 보자!' 장근수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바로 그때, 호텔 문이 열렸다. 이내 바깥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직원이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서씨 가문 아가씨이자 서화 그룹의 대표, 서경아 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검은색의 치마를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은 어깨에 늘어트려 놓고 있었고, 눈처럼 새하얀 피부의 그녀는 목에 엄청난 가격의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완벽한 계란형의 얼굴은 조금 차갑고 도도해 보였다.그녀가 천천히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순식간에 주인공이 되었다."진짜로 서경아네, 서씨 가문 아가씨 말이야!""진짜로 직접 참석했네. 보아하니 이번에 안씨 가문에 체면이 좀 서겠어.""서경아뿐이야? 아마 한씨 가문의 한준서도 올 거라던데.""진짜? 그 두 사람 우리 동강시의 유명한 선남선녀잖아!""누가 아니래? 소문에 두 집안에서 결혼을 할 지도 모른대."주위 사람들은 분분히 놀라움에 탄성을 내질렀고, 서경아의 등장은 현장을 뒤흔들었다.서경아, 동강시 서씨 가문의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