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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방 안은 또다시 정적이 흘렀고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김인우는 당황한 기색도 없이 말을 이어갔다.

“형수, 갖고 싶은 건 말만 하면 내가 지금 가서 사줄게.”

세상에 공짜가 없고, 하늘에서 떡이 그냥 떨어질 리가 없었다.

박민정은 김인우가 분명 좋은 의도가 아니라고 느꼈다.

“아니요, 나도 직접 살 돈이 있어요.”

김인우는 조금 당황한 듯 말문이 막혔다.

“남준아, 뭐 필요한 거 있어?”

유남준은 대답 대신 되물었다.

“할 말 있어?”

김인우는 열정적인 자신과 다르게 시큰둥한 두 사람을 보며 화내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

“할 일 없으면 와서 같이 놀면 안 돼?”

어제 고영란은 박민정에게 오늘도 약혼식장을 어떻게 꾸몄는지 확인하러 가자고 했고, 그녀는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뒤 자리를 떠났다.

박민정이 나가자마자 유남준은 김인우에게 아니꼬운 얼굴로 말했다.

“할 일 없으면 돌아가.”

“남준아, 너 그러면 나 속상하다? 차 한 잔도 대접 안 해줘?”

유남준은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고, 김인우는 거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김인우는 막 도착한 터라 금방 떠나고 싶지 않아 소파에 앉아 혼자 TV를 켰다.

TV에서 뉴스가 재생되자 그는 울고 있는 이지원의 모습을 보았다.

순간 장난기 가득하던 그의 표정이 금세 진지해졌다.

“남준이가 저 여자 정신병원에 보내지 않았나, 대체 언제 나온 거야?”

그는 더 이상 앉아 있지 못하고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서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다.

“시간 줄 테니 오늘 내로 이지원 내 눈앞에 데려와.”

두 시간도 되지 않아 이지원은 다시 진주 정신병원으로 돌아왔고, 검은 눈가리개가 벗겨지자 눈앞이 다시 또렷해졌다.

이지원은 자신이 있는 곳이 낯익은 곳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동공이 급격히 작아졌다.

“난 미치지 않았어, 빨리 날 내보내 줘!”

그녀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병실 문이 열리자 외부의 강렬한 빛이 들어왔고, 김인우가 구두를 신은 채 불빛을 등지고 그녀에게 걸어왔다.

사실 박민정보다 이지원을 더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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