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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이도윤은 고개도 들지 않고 소지아가 건네는 과일을 받아먹었다. 지아를 향한 무조건적인 믿음이 있었다.

미셸은 그제야 자신이 웃음거리가 된 것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호흡이 잘 맞았는데, 도윤이 실수로 과즙을 입가에 흘리자, 지아는 빠르게 휴지로 입가를 닦아주었다.

과일을 먹고 난 후 지아는 침대 옆에 앉아 한참을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 시간 괜찮으면 약을 새로 갈아야 할 것 같아.”

“그래.”

도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화장실에서 미지근한 온수와 물수건을 챙겨나오며 미셸에게 말했다.

“미셸 씨, 지금 약을 다시 갈아야 할 것 같은데요.”

“도윤 오빠 약 가는 걸 제가 보면 안 돼요?”

미셸은 속에서 천불이 나고 있었다. 자신이 깎은 사과는 나 몰라라 하고, 지아가 깎은 건 잘만 받아먹었으니.

지아가 대체 무슨 수로 도윤을 구워삶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 아내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 내 상처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셸은 억울해서 외쳤다.

“하지만 도윤 오빠! 두 사람은 이미 이혼했잖아요.”

도윤은 지아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난 재결합하고 싶지만, 아직 지아가 허락하지 않아 못하고 있는 거야. 아무리 우리가 이혼했더라도 내 마음속 아내는 지아 하나뿐이고.”

미셸은 발을 쿵쿵 구르며 병실을 나갔다.

하지만 지아는 미셸을 잘 알고 있었다. 아마 내일 아침쯤에는 도시락을 들고 또 쫄래쫄래 찾아올 것이다.

미셸은 도윤의 마음을 집요하게 갈구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 포기했을지 몰라도 미셸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지아는 문을 닫고 침대 곁으로 다가와 약 몇 가지를 챙긴 채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옷 벗어.”

며칠 사이 지아는 약을 가는 과정을 자주 지켜봐 온 탓에 거의 간호사처럼 익숙해졌다.

도윤은 꼼짝도 하지 않고 지아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벗겨줘. 움직이면 등이 당겨서 못 하겠어.”

‘핑계하고는... 참 뻔하네.’

‘아파서 못한다고? 마취도 안 하고 견딘 사람이 고작 이걸 참지 못한다니 말도 안 되지.’

‘그래 나 대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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