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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박 대표님, 바보랑 무슨 대화를 하겠어요. 전 하나도 안 믿어요.”

주변에 있던 정지용이 더 이상 못 봐주겠다는 듯 말했다. 이내 김예훈의 폴더폰을 빼앗아 바닥에 내던지며 소리쳤다.

“하루 종일 허풍이나 떨고 있어! 증거라고? 웃기고 있네!”

“당장 나가! 같은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 역겹다고!”

“우리 정 씨 가문에 어떻게 저런 놈이 있을 수가 있는지!”

“파렴치한 놈!”

하나 둘씩 정 씨 일가에 먹칠을 한다며 김예훈을 욕하기 시작했다.

김예훈이 대표이사일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순간 김예훈에게 당했다는 생각에 수치심이 밀려왔다.

“이게 왜…….”

하은혜가 3년 전에 사용하던 전화번호를 더 이상 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휴대폰을 바꿨다는 말도 해주지 않다니, 하은혜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짜악!

전혀 예상치 못했다. 모두가 이 소동을 즐기려고 하던 그때, 한 편에 앉아있던 임은숙이 갑자기 일어나 김예훈의 뺨을 내리쳤다.

김예훈조차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하고 그만 바닥에 고꾸라질 뻔했다. 얼굴도 부어올랐다.

“개자식, 아직 덜 망신 당했다 이거야? 우리 집 개에 불과한 놈이 누가 입을 놀리라 했어!”

“네가 정말 뭐라도 된 것 같니? 새 대표이사라고?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하하하하!”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모두가 코미디라도 보듯 흥미진진한 눈빛이었다.

정민아는 복잡한 표정으로 머뭇거렸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오늘 일 때문에 감정적일 수밖에 없는 건 알겠지만 왜 이렇게 뻔히 들킬 거짓말을 하는 거야? 이럴 필요 없어. 이혼하겠다는 말 안했으니까.”

“당장 박동훈 대표님께 사과해. 이 일이 새어나가 YE 대표이사가 알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일이야.”

김예훈은 잠시 멍해졌다. 정민아가 자신의 편이 되어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순간 박동훈은 참을 수 없었다. 김예훈이 계속 발악을 하는 것이 이득이었다.

“어르신, 이렇게 허풍을 치다가는 큰일날 지도 모릅니다.”박동훈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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