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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소문은 참 빨랐다.

많은 대기업 인사 담당이 유월영과 접촉했다는 소식은 며칠 사이에 업계에 쫙 퍼졌다.

연재준과 몇몇 친구들은 주말에 경마장에 모여 작은 파티를 즐겼다.

그러다가 유월영에 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눈치 없기로 소문난 소은석이 먼저 말을 꺼냈다.

“재준이 형이 유 비서를 그냥 보내줬다는 게 사실이야?”

“당연히 사실이겠지. 우리 인사 담당자가 며칠 전에 유월영 씨 만나고 왔어. 직종이 잘 안 맞는지 아니면 나랑 재준이가 친구인 걸 알아서 그런 건지 보기 좋게 거절당했지만.”

이혁재가 친구인 연재준의 눈치를 슬쩍 살피고는 불만스럽게 대꾸했다.

검은색 기마복을 입고 백마에 올라탄 연재준은 그 존재로도 멋졌지만 왠지 오늘 따라 고민 있는 사람처럼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친구들이 유월영 얘기를 하는데도 그는 못 들은 것처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연재준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비록 최근 3년 사이 그의 신변에 여자라고는 유월영이 유일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그녀에게 잘해준 것도 아니었다.

친구들은 두 사람 사이에 대해 사적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 있었다.

약혼자도 아니고 한 번도 여자친구라고 인정한 적은 없지만 파트너라고 하기에도 애매했다. 연재준은 한 번도 유월영을 위해 큰 돈을 쓴 적 없었다.

상류층 자제들은 애인이나 파트너를 만나면 비싼 명품을 선물하거나 다달이 용돈을 주는 게 통상적이었다. 예를 들자면 백유진이 매일 들고 다니는 C사 한정판 가방도 연재준이 사준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연재준과 함께 자란 이혁재가 정답에 가장 근접한 결론을 내놓았다. 이용하기 좋은 도구.

정상적인 욕구를 가진 남자로서 연재준도 욕망을 해결할 여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녀 관계에 정성을 쏟고 싶지 않아서 그나마 옆에 붙어 있는 유월영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컸다.

바꿔 말하면 유월영이 그에 대한 감정을 숨기려고 안간힘을 쓸 때, 연재준은 사실 아무런 생각도 없었던 것이다.

백유진은 좀 특별한 경우였다. 그들은 지금도 그녀에게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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