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영은 그의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 같은 걸 믿지 않았다. 도박꾼이 영원히 다음번에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미 그녀에게 신빙성이 없었다.단지 그녀는 엄마의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유현석을 데리고 병실 밖 복도로 나갔다.“말하세요.”유현석은 그녀를 보면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얼굴은 안 아파?”그는 딸의 뺨을 때린 것에 미안한 계속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20여 년 동안 한 번도 너를 때린 적이 없는데...”유월영은 조금 짜증이 나는 듯 해서 입을 열었다.“그 얘긴 하지 마세요. 또 다른 할 말 있으신가요?”유현석은 잠시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20년 동안 가장 자세히 보는 것 같았다. 그는 딸이 점점 더 닮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지면서 말했다.“네가 처음 집에 왔을 때 겨우 이 정도 크기였어. 하루에 22시간씩 자곤 했었지. 깨워도 깨지 않아 난 네가 아픈 줄 알고 너를 안고 의사들을 찾아갔어. 네 큰 언니는 처음 태어났을 때 너만큼 잠이 많지 않아서 걱정했었거든.”“의사가 괜찮다고 해서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는 걸 알고 별로 좋지 않은 이 세상을 마주하기 싫어져서 계속 잠만 자고 있었던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유월영은 그의 말뜻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그가 단지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 이유 없이 이런 말을 왜 하는 거지?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의 말을 끊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그때 내가 항상 널 데리고 나가서 햇볕 쬐고, 너에게 장난도 치고 장난감도 사줬었지. 난 너를 잘 돌봐주고 싶었어. 그런데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니...”“뭘 해도 열정이 오래 가지 못했어.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네 엄마에게 맡기고 더 이상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어. 이 몇 년 동안 너에게 미안하단 생각이 들어.”유월영은 이것은 아버지 한 사람만이 이런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시절 가부장적인 아버지들이 다 그랬었다.
그 후 며칠 동안 유현석은 나타나지 않았고, 유월영도 그를 신경 쓸 틈이 없었다.조린 의사가 신주시에 오자 그녀는 어머니의 치료를 주선하랴 설도 보내랴 바쁘게 보냈다.유월영은 밤새도록 어머니를 지켜보다 접이식 침대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 그때 품에 있던 전화기기 진동하였다.그녀는 약간 몽롱한 상태에서 전화기를 받았다. “여보세요?상대방이 말이 없자 유월영은 스피커로 바꿨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의사 선생님이신가요?”“당신 남편.”유월영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화면을 보자 연재준의 전화였다. 그녀는 이 며칠 동안 어머니를 돌보느라 바빠서 그와 카톡으로 몇 마디 나눈 게 다였다. 그가 집에서 설날을 보낸다는 것을 알고 재벌 가는 규칙도 많아 아마 그녀에게 연락할 시간이 없어 그런 줄 알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요?”“무슨 일이라니? 그걸 나한테 물어?”연재준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쁜 눈으로 달력을 한 번 봐봐. 오늘이 무슨 날인지.” 유월영은 무의식적으로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달력을 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유월영이 대답이 없자 연재준은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오늘 구청에서 출근합니다. 부인, 내가 지금 병원 아래에 있어. 가족관계증명서랑 잊지 말고 챙겨와.”“...”유월영은 그제야 새해 지나고 혼인신고 하러 가기로 약속했던 걸 기억해 내고 벌떡 일어섰다.연재준이 재촉했다.“굼벵이 아가씨, 빨리 내려와.”연재준은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유월영은 아직도 머리가 멍한 듯 서있었다. 그러다가 점차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비록 설 전부터 두 사람이 얘기했지만 그녀는 그동안 완전히 잊고 살았다. 그래서 너무 갑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나와 재준 씨 혼인신고를 하고 부부가 된다고?’ 침대 위에서 듣고 있던 이영희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정신을 차리라는 듯 웃으며 재촉했다.“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 빨리 씻고 내려가.”유월영은 어머니의 말대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씻고 나오니 정신이 좀 드는 듯했다
유월영은 당연히 조서희의 충격을 받았는지 알지 못한 채 그저 연재준도 오늘 흰 셔츠를 입은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유월영은 그가 하얀 셔츠를 입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 예전에는 검은색이 차분해 보이고 귀티가 나서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하얀색 셔츠를 입은 그를 보니 의외로 부드러운 기질에 온유해 보이기도 했다. 유월영은 그에게 다가가서 작은 소리로 불평했다.“어제 문자 보낼 때도 알려주지 않고. 난 오늘 준비도 못 했다고요.”어젯밤 그는 그녀에게 사촌 여동생의 고양이가 공중제비하는 영상을 보내줬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고양이가 공중제비할 수 있다니 그녀는 너무 신기해서 그에게 몇 개 더 찍어 보내달라고 했다.“이 고양이 좋아해? 내가 가서 뺏어 줄게.”유월영은 왠지 그가 여동생의 고양이를 훔치는 짓도 당당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급히 그가 입을 열기 전에 말을 돌렸다.“어렸을 때 나도 고양이를 키웠던 적 있어요. 매일 밤 데리고 같이 자기도 했어요.”그 말을 듣자 연재준이 바로 생각을 바꿨다.“안 뺏어줄래. 넌 나랑만 자야 해.”두 사람은 이렇게 시시콜콜한 얘기만 하면서 보냈다. 연재준은 혼인신고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었다. 연재준은 씩 웃으며 조수석 차 문을 열어줬다.“뭘 준비하려고? 넌 사람만 오면 돼.”유월영이 걸어가서 허리를 굽혀 차에 타려다가 조수석에 놓여있는 붉은 장미 꽃다발을 발견했다.연재준은 팔을 차 문에 올려놓고 살짝 몸을 숙인 채 안을 가리켰다. 잘생긴 눈매는 꽃보다 더 눈부셨다.“이번에는 내가 준 꽃을 버리지 않겠지?”“요 며칠 보낸 꽃들도 다 버리지 않았어요.” 그는 요 며칠 음식 외에도 두 번이나 꽃을 보내왔다. 매번 그녀는 꽃병에 잘 꽂아두었다가 시들어서야 버리곤 했었다. 연재준은 옛날 일을 떠올리면서 말했다.“내가 처음으로 선물한 꽃을 쓰레기통에 버렸잖아. 윤영훈이 사진도 찍어 보내줬었어.”유월영은 그런 일이 있는 줄 몰랐지만 그가 화냈을 걸 생각하니 웃음이 나
유월영은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옷매무시를 다듬었다. 그러다 뭔가 생각이 난 듯 고개를 돌려 연재준에게 물었다. “연 회장님, 우리가 혼인 신고하러 가는 걸 알아요?”“아직 말하지 않았어. 훼방을 놓을까 봐, 다 한 다음에 말하려고.”연재준은 무서울 게 없는 듯 말했다.하지만 유월영은 연 회장이 그러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그는 전에 그녀와 연재준이 잘되기를 바랬으며 그녀는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재준 씨, 시은이라는 분 알아요?”“아니. 누군데?”그녀는 조서희네 고향에 있는 임신한 신비한 여자였다. 유월영은 처음에 그 여자가 연재준의 애인이라고 의심했었다.그러다 서정희 부모로부터[상속인은 너 하나가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또 연재준이 간병인을 매수하여 이영희를 해치려던 사람이 문 부인이라는 말을 들은 후 유월영은 어렴풋이 뭔가를 깨달은 듯했다. 그 여자와 배 속의 아이가 연재준과 관련이 없다는 확신이 들어 그에게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그저 마지막으로 확인해 보는 셈이었다. 유월영은 가방을 열다가 그 옅은 노란색 봉투를 보고 눈을 깜박이다 꺼내 들었다.연재준은 두 손으로 핸들을 잡고 큰길을 달리다, 곁눈질로 힐끗 보고는 천천히 차의 속도를 늦추었다. “다 버렸다고 하지 않았어?”“버렸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냥 치워놨다가 그날에 다시 찾았어요.”유월영은 봉투를 열고 노란 종이를 꺼냈다. 하늘하늘한 한 페이지가 소년 연재준을 담고 있었다.그녀는 일부러 물었다.“이 말 무슨 뜻이에요?”연재준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답했다.“무슨 말? 너무 오래돼서 뭐라고 썼던지 기억 안 나.”방금 그에게 ‘괴롭힘’을 당했기에 지금 그 복수를 할 시간이었다.“그러면 읽어 줄게요. [고개를 들어 달을 보려고 하는데 왜 당신의 모습만 보일까.] 이 구절은 시 같은데, 어느 시인의 시인지 연 대표님은 기억하시나요?”연재준은 다시 도도한 척했다.유월영이 핸드폰을 꺼내면서 계속 이어 말했다.“연 대표님도 모르시는 것 같네요
화이빌딩은 구청과 매우 가까웠다. 바로 코앞에 거리였다. 유월영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바로 구청에서 뛰쳐나왔다!연재준이 빠르게 쫓아와 그녀의 팔을 잡아당겼다. 통화 내용을 듣지 못한 그는 이해가 안 되는 듯 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이야?”유월영은 그녀를 막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다. 그 사람들이 아버지가 죽었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믿을 수 없었으며 직접 가서 봐야 했었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갑작스러운 비극은 인간의 본능을 뺏어갔다. 유월영은 말하는 법을 잊은 듯 그저 애원하는 눈빛으로 연재준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놓아달라고, 보내달라고, 빨리 가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연재준은 그녀가 처음으로 이런 애원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조금 전의 웃음을 거두고 미간을 찌푸린 채 입술을 깨물다가 그녀를 잡은 손을 놓았다. 유월영은 단숨에 달려갔고 강렬한 움직임에 그녀의 귀는 마치 얇은 막이 덮인 듯 주면 소리가 귀 안에서 메아리 울리는듯했다. 바람은 그녀의 얼굴을 아프게 때렸다. 화이빌딩 앞에 도착하자 비로소 걸음을 멈추었다. 일은 한 시간 전에 발생하였으며 시신은 이미 장례식장에서 가져갔었다. 현장은 피가 흥건했으며 청소부들이 물줄기로 흔적을 지우고 있었다. 바닥에 있던 피가 물에 희석되었지만, 지하 하수관에 흘러 들어간 물은 여전히 검붉은색을 띠고 있어 참혹한 현장을 알 수 있게 했다. 주변에 구경꾼들이 있었고 경찰차도 서있었다. 투신 사건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술에 취해 발이 미끄러져 떨어졌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니다 법의학자가 술에 취했다는 얘기는 없었다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 법의학자 왔으니 혹시 살인사건은 아닌지 추측이 나왔고, 또 어떤 사람은 비정상적으로 죽으면 다 법의학자들이 검사를 하러 온다고 설명하면서 이건 자살이라고 덧붙였다...마지막에 또 어떤 사람이 탄식했다.“설 명절에 자살한 걸 가족들이 알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유월영은 유현
경찰이 그 편지를 가져왔다. 유월영은 한눈에 그것이 아버지의 글씨라는 걸 알아봤다. 그는 단 두 마디를 썼다. [나의 인생은 정말 실패했다. 사는 것도 정말 의미 없어. 내 딸도 내 말을 안 듣고. 꼭 그 연 씨라는 놈과 결혼한다고 하지..그냥 내가 죽을 테니 여기서 끝내자.]“…”그러니까 그는 그 결혼 때문에...꼭 연재준과 결혼하려고 하니 막을 수 없으면 차라리 죽어서 안 보는 게 속 편하다고 생각한 걸까?유월영은 아버지가 이런 이유로 자살할 줄은 몰랐다. 아버지가 연재준과의 결혼을 반대하는걸 알았지만 이정도로 싫어하는줄은 꿈에도 몰랐다. 연재준이 그녀를 부축해서 경찰서를 나오는 순간, 그녀는 그의 품에서 기절하였다. 연재준은 그녀를 데리고 동해안 저택으로 가서 의사를 불러들였다. 의사는 진찰 후 그녀가 그저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 것뿐이며 조금 있으면 깨어날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목소리도 안 나오고 말을 못 하는 경우가 있어요.”연재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실어증은 일반적으로 마음의 문제입니다. 사모님 깨어나서도 그런 상황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아마 정신과 의사를 찾아 상담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연재준은 마음이 무거워 고개를 끄덕여 알았다고 했다. 의사가 간 후 연재준은 방으로 들어가 유월영의 이불을 잘 덮어주고 밖으로 향했다.집을 나오면서 그는 잠시 생각하다 핸드폰으로 동해안 저택의 대문을 잠갔다. 그는 차에 올라탄 후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어딘가요?”윤영훈은 짜증 난다는 말투로 대답했다.“방금 장례식장에서 나오는 길이에요. 유현석이 정말로 투신자살하다니. 쯧. 좋은 단서가 여기서 끊겼네요.”연재준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한마디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별장에서 뵙죠.”그는 바로 차를 몰고 별장으로 향했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윤영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연재준은 그의 멱살을 잡고 벽으로 밀어붙였다. “ 설 전날에, 내가 떠난 뒤 유현석에게 또 무슨 말 했어요?”연재준은 윤영훈의 눈을
연재준은 동해안의 저택으로 돌아왔지만 유월영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다. 그는 재빨리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올라가 그녀를 껴안은 채 귀에 낮게 속삭였다.“괜찮아 질거야. 다 괜찮아 질거야.”하지만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유현석이 죽고 거기다 60조가 사라졌으니 앞으로 유월영의 삶은 더 이상 전과는 같지 않다는 것을.그리고 그의 예감이 맞았다. 유현석이 죽자, 원래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보려던 서력들이 모두 꿈틀대기 시작하였다. 마치 암벽 밑에 깊이 숨겨져 있던 용암들이 한 번의 진동을 거친 후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폭발하는 그날, 모든 것은 불길 속에서 잿더미가 될 것이다....투신자살은 자살 결과중에서 가장 결과가 처참한 방식이었다. 유현석의 시신은 산산조각이 났고, 큰 언니와 큰 형부가 마지막으로 확인한 후 시신은 장례식장에서 화장되어 작은 상자에 담겼다. 큰 언니는 울다 실신하여 업혀 나왔다. 길 건너편에 검은색 승용차에서 뒷좌석 창이 내려졌다. 남자는 이 모든 걸 아무 말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앞에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타고 있었고 남자는 바로 영안에서 유월영을 몰래 사진 찍다가 걸린 지남이었고 여자는 비서 한세인이었다. 그래서 뒷좌석의 사람이 누구인지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연희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유용우도 이제 죽었으니 그 사람들 다음 목표는 유씨 아가씨 아니면 유씨 부인일 겁니다.”현시우는 차창을 올리면서 눈을 감은 채 말했다.“월영이 더는 연재준 옆에 있게 할 수는 없어.”...유월영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황혼 무렵이었다.방에는 그녀 혼자였고, 이불을 끌어안고 침대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일몰의 주황빛은 세상을 밝게 하다 다시 어둡게 만들어, 사람에게 외롭고 쓸쓸하며 마음이 텅 빈 느낌을 주었다. 어깨에 옷이 걸쳐지자 유월영이 고개를 돌렸다. 연재준이었다. 그는 홈웨어로 갈아입었다. 부드러운 베이지색 스웨터가 그의 인상이 한층 더 부드러워 보이게
“아니, 없어.”연재준이 말했다.“당신 아버지하고 내가 만난 건 총 세 번뿐이야.”그는 새해 첫날 길에서 한 번, 봉현진에서 인사드릴 때 한 번, 그리고 섣달그믐날 별장에서 한 번, 그렇게 총 세 번이라고 했다. 유월영은 앞에 말만 듣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연재준은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얼굴을 감싸며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자기, 어떻게 하면 이 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유월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이 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자기 죽은 그 사람은 그녀의 아버지였다. 그녀가 기억을 잃지 않는 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연재준은 갑자기 그녀 얼굴에 다가와 키스하려 했지만 유월영은 자기도 모르게 피했다. 그는 더는 강요하지 않고 그저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기만 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그의 눈을 찬찬히 볼 수 있었으며 평소의 날카로움은 없고 그녀에 대한 걱정만 있을 뿐이었다.유월영은 입술을 깨물다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잠옷을 벗으면서 나지막이 말했다. “나 경찰서 다시 가보려고요.”그녀는 옷장을 열고 자기 옷을 찾아냈다. 그리고 돌아서자 연재준이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 “경찰서에 가서 뭐 하려고?”“자살이라고 해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경찰을 찾아 더 자세히 조사 부탁드려야겠어요.”유월영은 그를 밀어내면서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설 연휴도 지났으니 재준 씨도 회사 나가 봐요. 난 괜찮으니까.”말을 마치고 그녀는 화장실로 씻으러 들어갔다.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연재준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유월영은 이성적이라고 하기엔 분명히 이 일에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제정신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외출 하기 전 냉장고에서 빵과 우유를 챙길 정신은 있었다. 문이 닫히자 연재준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이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하정은 씨.”유월영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문을 열자마자 하정은이 차 옆에 서 있는 걸 발견했다. “사모님. 연 대표님께서 걱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