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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유월영은 그의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 같은 걸 믿지 않았다. 도박꾼이 영원히 다음번에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미 그녀에게 신빙성이 없었다.

단지 그녀는 엄마의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유현석을 데리고 병실 밖 복도로 나갔다.

“말하세요.”

유현석은 그녀를 보면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얼굴은 안 아파?”

그는 딸의 뺨을 때린 것에 미안한 계속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20여 년 동안 한 번도 너를 때린 적이 없는데...”

유월영은 조금 짜증이 나는 듯 해서 입을 열었다.

“그 얘긴 하지 마세요. 또 다른 할 말 있으신가요?”

유현석은 잠시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20년 동안 가장 자세히 보는 것 같았다. 그는 딸이 점점 더 닮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지면서 말했다.

“네가 처음 집에 왔을 때 겨우 이 정도 크기였어. 하루에 22시간씩 자곤 했었지. 깨워도 깨지 않아 난 네가 아픈 줄 알고 너를 안고 의사들을 찾아갔어. 네 큰 언니는 처음 태어났을 때 너만큼 잠이 많지 않아서 걱정했었거든.”

“의사가 괜찮다고 해서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있는 걸 알고 별로 좋지 않은 이 세상을 마주하기 싫어져서 계속 잠만 자고 있었던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

유월영은 그의 말뜻을 알아채지 못했다. 그저 그가 단지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 이유 없이 이런 말을 왜 하는 거지?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의 말을 끊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

“그때 내가 항상 널 데리고 나가서 햇볕 쬐고, 너에게 장난도 치고 장난감도 사줬었지. 난 너를 잘 돌봐주고 싶었어. 그런데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이니...”

“뭘 해도 열정이 오래 가지 못했어. 그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너를 네 엄마에게 맡기고 더 이상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어. 이 몇 년 동안 너에게 미안하단 생각이 들어.”

유월영은 이것은 아버지 한 사람만이 이런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시절 가부장적인 아버지들이 다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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