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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제 남편은 저한테 엄청 잘해요

심지안은 황급히 배달 앱을 끄고 채소를 써는 척 칼을 들었다.

“거의 다 됐어요. 훌륭한 셰프의 고급 요리를 맛보려면 기다림은 필수죠!”

성연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서재로 돌아갔다.

그는 만약 상 위에 놓여있는 검게 타버린 브로콜리를 보지 않았다면 아마 그 말을 믿었을지도 모른다.

배달 앱은 21세기 가장 위대한 앱이다. 심지안은 배달되어 온 음식을 모두 접시에 깔끔하게 담아 그럴듯하게 상 위에 차려놓고는 배달 주머니와 그릇들을 모두 깊숙한 곳에 숨겼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난 뒤 그녀가 소리쳤다.

“다 됐어요. 어서 나와서 드세요!”

밥상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심지안은 긴장한 얼굴로 성연신의 낯빛을 살폈다. 별다른 변화 없는 그의 얼굴을 확인하자 그녀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배달 앱이 아주 많이 유용하긴 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속인다면 언젠가는 들키고 말 것이다. 꼬리가 길면 밟히기 마련이니 말이다.

시간을 내어 제대로 요리를 배워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심지안이었다.

그녀는 한편으로 밥을 먹으면서도 한편으론 온갖 잡다한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때 돌연 복부에서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그녀는 가쁜 호흡을 내뱉으며 두 손으로 배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변화를 인지한 성연신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그녀를 보며 말했다.

“왜 그래요?”

심지안이 창백해진 얼굴로 말했다.

“괜찮아요. 그저 배가 좀 아파서 그래요. 전 진통제 하나 먹고 올 테니까 연신 씨는 식사 계속해요.”

말을 마친 그녀는 손으로 상을 집고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한 걸음 한 걸음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성연신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

“진짜 배만 아픈 거 맞아요?”

“네. 고질병이에요.”

해외 출장 기간 동안 그녀는 스트레스 때문에 가끔씩 복통이 있었고 그때마다 진통제 한 알을 먹으면 괜찮아졌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통증은 나아지지 않고 도리어 더 가중되기만 했다.

심지안의 방 문 앞을 지나가던 성연신의 눈에 고통스럽게 배를 끌어안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창백한 얼굴, 찌푸려진 눈썹, 이를 악물고 조용히 고통을 참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힘없고 가엾은 작은 강아지가 끙끙거리는 것 같았다.

성연신이 성큼성큼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예전에 다른 병은 없었어요?”

심지안이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없었어요.”

성연신은 길게 뻗은 손가락을 그녀의 배에 가져가고는 살짝 힘을 주었다.

“여기 아파요?”

“아니요.”

“여기는요?”

“아파요... 살살 해주세요!”

심지안의 눈에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그 부분 맞아요. 너무 아파요...”

성연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바보 같은 사람, 애도 아니고 위가 아픈지 배가 아픈지도 구분 못 해요?”

심지안은 대답을 하려고 입술을 움직여 보았지만 너무 아파 말조차 나가지 않았다.

성연신은 즉시 그녀를 안고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 여자의 체중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가벼웠다. 이런 가녀린 몸으로 감히 그를 속일 생각을 하다니.

그녀의 지적 수준을 똑똑히 가늠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30분 뒤, 병원 응급실.

굳은 얼굴로 검사 결과 차트를 들고 온 의사가 의심이 가득한 눈길로 성연신을 아래위로 훑어보고 있었다.

“당신이 환자분의 남편이에요?”

성연신은 어색하게 “네.”라고 대답했다.

‘서류상... 맞긴 하지.’

“남편이라는 사람이 아내의 위가 거의 구멍이 뚫릴 정도로 망가졌는데 이제야 병원에 데려와요?”

의사가 연필로 검사 차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기름진 음식을 드시면 안 돼요. 왜 이렇게 조심하지 않았어요.”

“선생님, 저 사람 탓이 아니에요. 우린 일 때문에 오랫동안 떨어져서 살았거든요. 저도 얼마 전에야 알게 됐어요.”

심지안은 힘겹게 입을 떼며 성연신을 두둔했다. 그녀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성연신을 바라보며 애써 미소를 쥐어짜 냈다.

“제 남편은 평소... 저한테 엄청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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