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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도발

유리 반사의 이유로 심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사람의 얼굴을 보려 했지만, 태양 때문에 눈물이 나서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눈을 문지르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창가의 그림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때, 아주머니가 다시 나왔다.

“아가씨께서 컨디션이 안 좋으셔서 오늘은 여러분을 뵐 수 없을 것 같아요. 미안하지만 돌아가 주세요.”

성연신의 깊은 눈동자에 예리한 빛이 스쳤다. 그는 심지안의 어깨를 팔로 감싸고 친근하게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이따가 우주랑 같이 밥 먹을래요?”

갑자기 훅 다가온 성연신 때문에 당황한 심지안은 생각도 없이 그를 밀어내려 했다. 성연신은 그녀의 반응을 예상한 듯 더 단단히 그녀를 끌어안고 두 사람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나지막이 말했다.

“피하지 말고, 연기를 이어가 줘요.”

“연기라니요?”

심지안은 토라진 표정으로 투덜거리며 성연신을 째려보았다.

“고청민이 자기 발로 걸어 나오게 만들어요.”

심지안은 눈을 크게 뜨고 저항을 멈추며 별장 쪽을 힐끔 쳐다봤다.

“어디 있는데요?”

“아까까지는 2층에 있었지만, 지금은 확실하지 않아요.”

심지안은 갑자기 숨이 막혔다.

‘창가에 있던 사람 그림자가 청민 씨였구나!’

성연신의 이번 계획은 실패였다. 심지안과 아무리 다정한 척을 해도, 고청민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창가에 있던 그림자는 마치 그들의 착각인 것처럼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민가를 침범할 수는 없기에, 그들은 돌아가서 다시 방법을 생각하기로 했다.

민채린은 가방에서 포장된 한약을 꺼내 여자의 손에 쥐어 주었다. 희귀 암을 지연시킬 수 있는 약이었다.

심지안이 물었다.

“뭘 준 거예요?”

민채린은 아무것도 아니란 듯이 싱긋 웃으며 답했다.

“별거 아니에요.”

그녀가 말하기를 꺼리자, 심지안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민채린을 집에 데려다준 후, 성연신은 심지안과 함께 성우주를 데리러 학교로 갔다.

“사람을 시켜서 강제로 고청민을 끌어낼 수는 없을까요?”

“할 수는 있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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