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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의외의 손님

가족을 건드린다면 그 누구도 냉정을 유지할 수 없다.

때문에 권미란이 일부러 이런 말을 했다는 걸 알면서도 권하윤은 그녀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오빠한테 무슨 일 있어요?”

권하윤의 마음은 타들어갔지만 권미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메이드에게 명령했다.

“차가 식었구나. 새로 바꿔와.”

메이드가 새 차를 내왔음에도 권미란은 권하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옆에 방치된 권하윤은 깊은숨을 들이켜더니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아까는 제가 무례를 범했습니다.”

권하윤의 누그러든 태도에 권미란은 그제야 그녀에게 눈길을 돌렸다.

“너도 알겠지? 내가 없으면 권씨 가문이 없다는 걸. 네 몸뚱이는 고사하고 네 목숨까지 없어지는 거야. 그런데 네가 여기에서 무얼 하고 싶고 무얼 하기 싫은지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 말을 듣자 권하윤은 알아차렸다.

그녀가 권씨 가문의 비호를 받는 한 절대로 권씨 집안사람들의 어떠한 명령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

곧게 편 허리는 다시 굽어졌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사모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더 이상 구부릴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숙인 허리를 보자 권미란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치 은혜라도 베풀 듯 입을 열었다.

“네 오빠는 걱정 말거라. 내가 이미 해외에서 전문적인 의료진을 고용해 치료하게 했으니.”

“오빠를 대신해 감사드립니다.”

“됐다. 시간도 늦었으니 홍옥정에 갈 준비나 하거라.”

“네.”

-

경성의 유흥업소가 즐비한 거리는 밤이 되자 바로 시끌벅적해졌고 오색찬란한 등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유독 길거리에서 울리는 차 경적 소리만이 경치를 조금 흐리는 듯했다.

길이 막혀 화를 내는 기사와는 달리 뒤에 앉은 권하윤은 조용하기만 했다. 그녀는 창밖으로 느릿느릿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차가 영원히 도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길이 아무리 막혀도 언젠가 뚫릴 때가 있고 결국은 도착하게 되어 있다.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경찰의 지휘하에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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