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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8화 정신을 잃은 게 아니었다면 어떡할 건데?

양현숙이 검사받으러 간 탓에 병실에는 승우만 앉아 있었다.

승우를 본 순간 시윤은 몸을 돌려 떠나려 했지만, 뒤에서 그녀를 붙잡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아. 엄마 곧 돌아와. 몸도 불편한데 와서 앉아. 내가 나갈게.”

일부러 자리를 피하는 승우의 모습에 시윤은 마음이 아팠다.

그도 그럴 게, 상대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오빠니까. 더욱이 그 오빠가 수술이 끝나는 대로 해외로 떠난다는 말까지 어머니한테서 듣고 난 터라 마음이 더 불편했다.

그 생각에 시윤은 한참 침묵하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

“그냥 앉아.”

시윤의 말이 의외였는지 승우는 놀란 듯 허둥대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어, 그래. 고마워.”

오빠가 이토록 조심스러운 모습에 시윤은 마음이 아파 끝내 질문했다.

“왜? 왜 그랬어?”

이건 편지가 떨어진 그날 이후 두 사람이 처음으로 차분하게 얘기하는 거다.

승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 나도 생각이 짧았어. 그냥 그때는 그 편지를 어머니한테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숨기는 데 급급했지 아버지를 해칠 줄은 몰랐어. 나중에 솔직히 털어놓고 편지를 보여줄까 생각도 했지만 매번 망설여졌어. 네가 나 싫어하는 눈빛을 보기 무서웠거든. 날 외면하는 것도 무서웠고...”

한창 얘기하던 승우의 목소리는 점점 가랄졌다.

“그런데 지금 그 악몽이 현실이 됐네. 벌받은 거지 뭐.”

언제나 당당하고 활기차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인 오빠가 이렇게 된 걸 보고 마음이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시윤의 기억 속에 승우는 늘 다정했다. 심지어 다리가 부러져 장애를 갖게 되었을 때도 오히려 저를 위로하던 오빠였는데.

지금 승우의 눈에는 핏발이 서있고, 턱에는 거뭇거뭇한 수염이 나 있어 다리를 못 쓰게 되었을 때보다 더 피폐한 모습이었다.

시윤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사실 그날 우리가 아빠랑 차에 탔어도 무사히 도망치진 못했을 거야. 공은채가 아빠를 이용하기 위해 죽음으로 협박했거든. 절대 아빠 쉽게 놓아줄 리 없어.”

승우도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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