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달려들다가 몇 발짝 떨어져 있던 손성운은 공격은커녕 서 있는 것조차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최서준이 한 발 한 발 내딛는 동안 손성운은 온몸의 모든 뚫린 곳에서 피가 솟구쳤고 저항할수록 죽음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살고 싶으면 무릎을 꿇는 길밖에 없다!그때, 최서준은 물론이고 형인 손성호마저도 손성운을 쳐다보지 않았다.“최서준, 내가 네 상대가 아니어도, 네가 나와 손씨 가문을 무너뜨려도, 네가 아무리 무서운 존재로 성장했어도, 그 사람 앞에서는 여전히 개미에 불과해, 하하하!” 손성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이런 상황에서 웃는 그의 모습에 최서준은 그가 미친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손성호가 큰 소리로 웃을 때 손성운은 더 이상 압박을 견딜 수 없었다.털썩-손성운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동생아, 아직도 모르겠어?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도 저 망할 놈은 우리를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손성호는 비통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고 동시에 혼돈의 기운이 퍼져나갔다. 최서준은 그가 이미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걸 자각하고 원기를 동원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종사 7단계까지 수련한 그가 원기를 뒤집자 종사 8단계의 경지에 도달했다.하지만 그게 다였다.최서준이 휙 움직이더니 다시 나타났을 땐 이미 손성호 앞에 도착해 있었고, 손성호가 미처 따라잡지 못할 빠른 속도로 손성호의 단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그 순간 이미 역전된 원기는 마치 근원이 잘린 것처럼 끊어져 버렸다.이미 한 번 자폭의 고통을 겪은 최서준은 당연히 두 번 다시 걸려들지 않았다.“죽음을 자초한다면 뜻대로 해주지!”최서준은 말이 끝나자마자 손바닥으로 손성호의 머리를 똑바로 내리쳤다.만약 이 손바닥을 정통으로 맞았다면 아무리 종사 7단계의 경지에 이른 몸이라도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바로 그때, 뒤에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손성운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말했다.“최서준, 말할게. 우리 형
“지아야, 약속할게. 결혼하고 네가 연예계에서 발전하고 싶다고 해도 난 똑같이 응원할게.”임지석은 한쪽 무릎을 꿇고 예쁜 선물 상자를 꺼냈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안에 반지가 들어있을 거라는 건 뻔한 사실이었다.“오빠, 이러지 마. 난 단지 오빠를 친오빠로만 생각했다는 걸 알잖아.”이 모습을 본 임지아는 재빨리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최서준 그 자식 때문이야? 지아야, 더 이상 그놈한테 마음 주지 마. 그 자식은 이제 돌아오지 못해. 죽을 운명이라고!”“최서준 씨가 왜, 무슨 일인데?”최서준의 소식을 들은 임지아가 서둘러 물었다.“역시 그 자식 때문이었구나. 그 멍청한 자식이 대체 뭐가 좋다고. 지아야, 그 자식 진릉의 거물을 건드렸어. 이제 죽을 목숨이라고, 절대 돌아오지 못해.”임지석이 단호하게 말했다.“지야, 내 곁으로 돌아와서 임씨 가문 공주님이 되는 게 좋지 않겠어?”“오빠, 그만해!” 임지아는 다시 한번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임지아, 적당히 해. 내가 그동안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네가 연예계에서 발전하고 싶다고 해서 내가 돈도 주고 데뷔 자금도 지원해 줬는데, 그동안 내가 너한테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알아?” 임지석의 말투가 점점 차가워졌다. 부드러운 방법이 먹히지 않자 그는 강하게 밀어붙일 생각이었다.“임지아, 주제넘게 굴지 마. 넌 우리 부모님이 입양한 버려진 아이일 뿐이야. 우리 부모님과 내가 아니었다면 오늘 네가 여기 있을 수 있었겠어? 싫어도 좋다고 해야지.”임지석은 단번에 문을 넘어 임지아의 손을 낚아챈 뒤 입을 맞추려 했다.짜악-임지아는 임지석의 뺨을 때리는 것으로 반격했다.“오빠, 가. 오늘 일은 없었던 걸로 할 테니까.” 이 순간 임지아 역시 분노가 치밀었다.어렸을 때부터 친오빠로 생각했던 사람이 자신에게 딴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임지석은 뺨을 맞은 곳을 손으로 만지며 천천히 임지아에게 다가갔다.그는 손을 들어 올리며 똑같이 뺨을 때렸고 그 자리에서 임
“최서준, 네가 어떻게 손씨 가문에서 무사히 빠져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우리 임씨 가문 일이니 관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가 너였으면 얼른 진릉을 떠나 멀리 가버렸을 거야. 손씨 가문이 널 쫓아오지 않더라도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널 노리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구석에서 벽을 잡고 일어난 임지석은 잔뜩 화가 나 있었다.그 말을 들은 최서준은 덤덤하게 웃었다.보아하니 무림 가문에서는 소식을 차단하고 그날의 내막이 퍼지지 않도록 한 것 같았다.하지만 소문이 나더라도 임지석 실력으로는 거기까지 알 수 없을 것이다.최서준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것을 보자 임지석은 자신이 정곡을 찔렀다고 생각했다.“최서준, 알아들었으면 꺼져. 지금 당장 내가 너 여기 있다고 알리기 전에.”임지석은 약점을 잡은 듯 더욱 무모해졌다.“불쌍하네. 사실대로 알려줄게. 손씨 가문, 내 손으로 전부 죽였어.”최서준은 가볍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하하하, 허풍도 정도껏 떨어야지. 다음에 허세 부릴 땐 미리 대사부터 다듬어서 이런 터무니없는 소리는 하지 마.”임지석은 당연히 믿지 않았다.“믿거나 말거나 상관없지만 이런 식으로 지아 씨 괴롭히면, 너 하나 더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최서준은 확 바뀐 말투로 임지석을 노려보며 말했다.“임지아, 정말 저놈 때문에 날 쫓아낼 거야?”최서준이 정말로 손을 댈 기세를 보이자 임지석은 더 이상 으름장을 놓지 못하고 소파에 앉은 임지아에게 고개를 돌렸다.“임지석, 네가 자기 동생한테까지 손을 대는 음흉한 놈일 줄은 몰랐어. 오늘부터 난 임지석 당신과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이야. 그만 가!”임지아는 방금 전의 장면을 떠올렸고 최서준이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마 몹쓸 짓을 당했을지도 모른다.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그래, 네가 한 말이야. 이제부터 나와 임씨 가문은 너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거야. 임지아, 후회하지 마!”임지석 역시 이 순간 최서준이 자리에 있는 이상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최서준이 여신님과 다정한 모습으로 레드카펫을 걷는 것을 본 방구석 남자 팬들은 불만을 터뜨리며 함께 모여 의논하기까지 했다.레드카펫을 걷고 사인을 한 후 곧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행사장에서 감독은 인사하느라 분주했고 그곳에는 유명 영화 평론가들과 여러 스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작품이 흥행하려면 영화 평론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전문가들이 먼저 높은 점수를 매긴다면 자연스레 다른 팬들도 대거 몰려들 것이고, 이젠 사람들의 SNS 활동도 활발해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었다.그래서 감독님은 바빴지만, 임지아는 낯익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간단히 안부만 물은 뒤 할 일이 없었다.최서준은 더더욱 그랬다.두 사람이 마침 한가할 때 임지아는 뜻밖의 인물을 발견했다.감독님에 의해 작품에서 쫓겨난 이진희뿐만 아니라 그녀 옆에 여러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그중에는 두 사람 다 익숙한 얼굴이 있었으니 바로 임지석이었다.“저분은 장 감독님인데 진 감독님보다 더 선배세요. 최서준 씨, 우리도 가서 인사드려요.”임지아는 최서준을 끌고 그쪽으로 향했다.“장 감독님, 안녕하세요. 여기까지 오실 줄은 몰랐네요. 이쪽은 최서준 씨입니다.”임지아는 당당하게 소개했다.“안녕하세요.”장 감독은 최서준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임지아에게 말했다.“지아 씨였구나. 나랑 진 감독 사이에 당연히 응원하러 와야지, 새로운 캐릭터 물색도 할 겸. 이번 작품에서 연기 기대하고 있어요. 연기가 얼마나 늘었는지 지켜볼 겁니다.”“그런 말씀 마세요, 장 감독님. 전 아직 신인인데 내세울 연기력이 어디 있겠어요. 감독님께서 기회 되면 많이 가르쳐 주세요.”“그래요, 우선 이번 작품부터 봅시다.”장 감독은 웃으며 말했다.“장 감독님, 저희 이번 작품에는 멍청하고 귀여운 캐릭터 없지 않나요?”문득 옆에 있던 이진희가 끼어들었다.이 말을 들은 임지아는 고개를 기울여 이진희를 바라보았다.“지아 씨는 아직 모르겠네. 장 감독님 새 작품
첫 상영이 끝나자 누구부터 시작한 것인지 모를 박수갈채가 상영관을 울렸다.많은 사람들이 몰두해서 영화를 본 후 눈물을 쏟아내며 슬픈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진 감독님, 한마디 하시죠.”“한 마디 해주세요!”영화를 보고 난 사람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입을 모아 외쳤다.진 감독은 그 장면을 보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상영관 내의 대부분 사람을 감동하게 했니 성공이 멀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진 감독은 천천히 무대 위로 걸어 올라갔다.감정을 약간 추스른 그는 그제야 마이크를 들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영화는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와 제작진들의 노력이 가장 많이 들어간 작품이죠. 다른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반 년에 봅시다.”진 감독은 그렇게 간단하게 몇 마디만 얘기한 후 무대를 내려갔다.“진 감독, 축하해. 딱 보니까 그림이 나오네. 이번 해 백상 대상은 진 감독이 받겠네.”장 감독이 진 감독에게로 걸어오면서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과찬이야. 아직 정해지지 않은 일이잖아. 다음에 얘기하도록 하지.”진 감독은 겸손해하면서 얘기했다.“겸손은, 내가 진 감독을 모를까 봐? 다른 건 아니고, 내 새로운 영화가 제작 준비 중이야. 하지만 배우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진 감독한테서 사람을 한 명 빌릴까 해.”“사람을 빌린다고? 누구를?”진 감독이 의아해하면서 물었다.“이 영화의 서브 남자 주인공 말이야.”장 감독이 얘기했다.“서브 남자 주인공? 그건 어려워. 여자 주인공을 빌리겠다고 하면 내가 도와줄 수는 있는데. 하지만 이 영화의 서브 남자 주인공은 아무리 나라고 해도 함부로 모셔 올 수 없어. 나도 정말 우연한 기회에 저분을 모셔 온 거니까.”진 감독은 난감한 표정으로 얘기했다.“그래? 정말 아쉽네. 저렇게 좋은 연기 실력에, 특유의 카리스마까지 있는데. 정말 장은우 역할에 딱이란 말이야.”장철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리고 이 일은 물 건너갔다고 생
남양시.해성 그룹 대표이사 사무실.김지유는 두 눈을 부릅뜨고 연신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젊은 남자를 바라봤다.“뭐라고? 그쪽이 내 약혼자란 말이야?”“맞아. 3년 전에 당신 할아버지가 우리의 혼약을 맺어주셨어. 이건 혼약서야. 못 믿겠으면 봐봐.”젊은 남자의 이름은 최서준이다. 그는 말하면서 옷 주머니에 넣어둔 혼약서를 꺼냈다.김지유는 혼약서를 확인한 후 죽고 싶은 충동까지 생겨났다.이 혼약서는 의심할 여지 없는 진짜였다. 위에 할아버지 김호석의 글씨체가 있고 심지어 인감까지 찍혀져 있었다.김지유는 숨을 깊게 몰아쉬고 차가운 표정으로 되물었다.“그쪽 이름이 최서준이야?”“맞아.”최서준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또렷한 이목구비에 뽀얗고 탄력 있는 피부까지 더하니 아무리 인상을 찡그려도 남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타이트한 정장은 화끈한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는데 그중에서도 한 줌 되는 개미허리가 유난히 인상적이라 프로 모델이 와도 무색해질 따름이었다.그가 야릇한 눈길로 빤히 쳐다보자 김지유는 사납게 쏘아붙였다.“지금 어딜 쳐다봐?”다만 이어진 최서준의 한마디에 그녀는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트렸다.“얼굴은 90점, 몸매는 100점, 내 와이프가 되기엔 뭐 그럭저럭 봐줄 만 해.”“뭐라고...”김지유는 피를 토할 것만 같았다.그녀는 무려 재벌 가문 김씨 일가의 따님이자 해성 그룹 대표직을 맡은 하늘의 선택을 받은 완벽한 여자다.가문의 힘을 빌리지 않은 전제하에 자수성가하여 시가총액 2천억이 넘는 회사를 설립했다.그 외에도 남양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으로 불려 얼마나 많은 훌륭한 남자들이 그녀에게 푹 빠져들었는지 모른다.다만 눈앞의 이 촌놈은 검은 민소매에 헐렁한 바지, 거기에 지저분한 조리 한 켤레를 신고 있다. 잘생긴 얼굴만 빼면 아예 대놓고 촌스럽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런 촌뜨기가 감히 김지유한테 와이프로 봐줄 만 하다고 망언을 내뱉다니?그녀는 차오르는 분노를 꾹 참았다.“말해
김지유는 최서준을 빤히 쳐다보며 얼굴에 거만함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의 옆에 있던 비서 반윤정도 시큰둥한 눈길로 최서준을 흘겨봤다. 거지 따위가 어딜 감히 대표님을 넘보려고?“그렇게 해.”최서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하지만 네 말은 소용없어. 이 혼약은 너희 할아버지가 정해주신 거니 내가 할아버님 병 치료를 다 마치거든 친히 혼약을 해지하셔야 해. 걱정 마, 할아버님만 동의해주신다면 나 절대 집착 안 해.”“아니.”김지유는 그가 미련을 못 버리는 줄 알고 점점 더 야유 어린 눈길로 돌변했다.“이건 내 결혼에 관련된 일이야. 내가 알아서 해. 우리 할아버지 병도 내가 방법 구해볼 테니까 넌 신경 쓸 필요 없어.”그녀는 냉큼 수표 한 장 건넸다.“이건 10억이야. 나랑 이 혼약 해지해주겠다면 이 돈 너 줄게. 나한테 10억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너 같은 최하층 서민들에겐 아마 평생 먹고 놀 수 있을 테니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김지유는 비난 섞인 미소를 날렸다. 마치 거지에게 돈 주듯이 그를 깔봤다.최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됐어. 내가 아무리 가난해도 이런 거지 취급 당할 정도는 아니야.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 결혼 무르겠으면 김호석 씨더러 직접 찾아와서 얘기하라고 해.”말을 마친 최서준은 문을 박차고 뒤도 안 돌아본 채 자리를 떠났다.“대표님, 저 자식 너무 경솔한 거 아닙니까? 뭣 하러 저런 놈한테 예의 갖추세요?”비서 반윤정이 씩씩대며 물었다.“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가여운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뿐이야.”김지유는 입술을 꼭 깨물고 분노 조로 쏘아붙였다.“돈 없으면 남양에서 살아남기도 힘들어. 감히 장담하는데 저 녀석 사흘을 못 버티고 내게 돌아와 구걸할 거야. 에이 됐다, 쟤 얘긴 그만해.”김지유가 머리를 내저었다.“아참, 윤정아, 나 대신 남양 실세 최우빈이랑 약속 좀 잡아줘. 5년 전에 간경화 말기로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던데 천재 의사라고 불리는 신의의 치료를 받고 다 나았대. 그 의사를 모실 수만 있다
30분 후 최서준은 어르신이 알려주신 주소대로 도씨 일가에 도착했다.거실에서 50대로 보이는 도현수가 수중의 편지를 보더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맞아, 그 명인의 필적이 틀림없어.”“아저씨, 이젠 드디어 제 신분을 믿어주시는 거죠?”최서준이 물었다.“사부님은 죽음을 앞두고 아저씨가 도움을 청했다면서 저더러 아저씨네 가족을 보호하라고 하셨어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도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서준아, 그게 실은 나의 비즈니스 상대 중 한 명이 익명으로 메일을 보내와서 우리 딸을 납치하겠다고 했고 난 그 즉시로 딸애에게 경호원 다섯 명을 붙였어. 그런데 그 녀석이 어릴 때부터 응석받이로 커오다 보니 다섯 경호원 모두 도망가버리게 만든 거야. 난 고민하다 못해 너희 사부님께 도움을 요청했어.”도현수는 눈웃음을 지으며 최서준을 바라봤다.“너희 사부님도 방금 네가 갖고 온 편지에 해결방안을 써주셨는데 바로 널 내 사위로 들이라데. 그렇게 하면 네가 정정당당하게 우리 딸을 보호할 수 있으니까.”최서준은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아저씨,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사부님 명령 거역하는 거야?”도현수는 계속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난 널 사위로 정했어. 이 일은 그냥 이렇게 해.”최서준은 어이가 없었다.“좋아요, 하지만 저는 딱 3개월만 아저씨네 따님을 지켜줄 겁니다.”그는 속으로 연신 머리를 내저었다.‘이 영감탱이가 정말 살아서도 애를 먹이더니 죽어서까지 제자를 괴롭히는 거야. 진작 날 해칠 걸 알았다면 ‘러브스토리’ OST도 불에 태워주지 않았을 텐데.’바로 이때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내가 허락 못 해요!”한 여자가 기세등등하게 이쪽으로 뛰어왔는데 화장기 없이 눈부시게 예쁜 얼굴과 긴 생머리가 아주 인상적이고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늘씬하게 쭉 뻗은 새하얀 다리였다.그녀 뒤에 관리를 잘 받은 중년 부인도 서 있었는데 나이는 40대 초반으로 보였다.도연우는 두 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