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사람들이 경기 결과를 지켜보다가 탄식을 내뱉었다.진릉에서 무술 협회 회장이 나섰다는 건 곧 끝을 의미했다.그런데 이번에는 무술 협회장뿐 아니라 손씨 가문 가주까지 가세하니 실로 두렵기 그지없었다....“내 손아귀에 있는 사람을 살리려 하다니, 감히 주제도 모르고!”최서준은 날아오는 손씨 가문 형제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최서준은 그 틈에 방어 차원에서 묵직한 주먹을 날리는 등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그런데 그는 정작 자리에서 잠시 비틀거리더니 주먹으로 조씨 가문 가주의 얼굴을 정면으로 강타해 얼굴 전체가 함몰되었다.조씨 가문의 가주는 죽음을 각오한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날렸는데 최서준 옆으로 청록색 빛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조씨 가문 가주의 주먹은 손가락뼈부터 시작해 손목 팔뚝까지 서서히 무너져 버렸다.청록색 빛 그림자는 조씨 가문의 마지막 주먹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그의 팔 전체를 부숴버리고 손씨 가문 형제의 합동 공격도 막아냈다.보이지 않는 파문이 퍼져나가자 안쪽 홀에는 무술 수련 고수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이 충격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모두 부서져 안쪽 홀은 엉망이 되어버렸고 바깥 홀에 있던 사람들도 진작 모습을 감췄다.무술 수련자들도 이미 십여 미터 정도 떨어진 채 가까이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이미 거기까지가 한계였고 더 가까이 다가가면 서로 주고받는 공격에 그들까지 부상을 당할 것이 뻔했다.“오늘부터 진릉에 조씨 가문은 존재하지 않는다!” 최서준은 손씨 가문 형제의 가운데 서서 차갑게 말했고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조씨 가문 가주가 저렇게 죽을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그러게, 남양 최 대가의 힘이 조씨 가문 가주를 죽이고 손 회장 형제의 공격까지 막아낼 정도로 강할 줄이야.”“오늘 이 전투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며 우리 모두 역사의 증인이야!”그 말에 다들 들뜨기 시작했다.더 이상 최서준이 상대가 되지 않을 거란 말은 나오지 않았고 거듭
“쳇, 이럴 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사람을 시켜 불을 지르게 하지 말고 내가 직접 남양으로 달려가서 널 죽였어야 했어!” 손성호는 이 순간 무언가를 떠올리며 섬뜩하게 말했다.“진짜 당신이었네!” 이 말을 들은 최서준은 급격히 살기에 휩싸였다.단지 떠본 것뿐이었다. 손항준이 수상하다고 손씨 가문 전체가 그런 건 아닐 테니까. 그런데 확인해 보니 역시나 손씨 가문 위아래가 전부 다 알고 있었다. 얼음장 같은 냉기가 이곳 전체에 퍼져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사람의 살기가 이토록 짙을 줄이야.뼛속까지 사무치는 증오심이었다.최서준의 머릿속에는 한성 보육원의 형제자매들이 떠올랐고 더 나아가 원장의 자상하고 인자한 얼굴이 떠올랐다.이 모든 비극이 자신 때문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게 더 힘들었다.이윽고 그는 몸을 휙 움직여 손씨 가문 사람들 곁에 나타났고 상대는 그대로 쓰러져 죽어버렸다. 또다시 휩쓸며 지나다니는 곳마다 손씨 가문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졌다.“아버지, 살려주세요!”“최서준, 난 그때 그 사건에 찬성하지 않았어!”“네 형제들을 죽인 건 가주야!”“나도 어렸어, 나도 어린애였다고!”“미안해요, 최 대가.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여기 모인 사람들은 손성운이나 손성호의 직계 후손들이었다.최서준은 자비를 구하는 이들의 호소를 못 들은 척했다.세상을 떠도는 사악한 악귀처럼 나타나는 곳마다 목숨을 거두어갔다.“최서준, 죽여버릴 거야!” 손씨 가문 두 형제의 마음도 순간 분노로 가득 찼다.두 사람은 최서준의 뒤에 따라붙었지만 그저 쫓아다닐 뿐 자신의 후손들이 연이어 학살당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절망적이야?” 손씨 가문 사람들 뒤에 최서준의 모습이 나타났다.“화가 나?” 말하며 그는 어느새 이미 다른 곳에 나타나 있었다.“그래, 그런 느낌이야.” 최서준의 잔영이 보일 때마다 손씨 가문 사람들의 목숨이 사라진다는 걸 의미했다.서서히 수십 명에 달하던 손씨 가문 사람들 중
“하나, 둘, 셋...”손으로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세어보았다.“손성운, 이제 여섯 명밖에 안 남았어. 그해 사건의 내막을 말하지 않으면 손씨 가문은 오늘 멸망할 거야!” 차갑게 말하는 최서준의 흉흉한 살기에 사람들은 그가 말한 대로 할 거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최서준, 꿈 깨. 넌 죽기 전까지 진실을 모를 테니 걱정 마.” 태허결 공법의 특수성으로 인해 손성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원기가 소용돌이치며 파문을 일으켰다.“최서준, 오늘 손씨 가문의 치욕을 네 목숨으로 갚아야 할 거야!” 손성운은 자신의 생일잔치를 열던 손씨 가문 저택이 이미 피로 붉게 물든 것을 맹수처럼 충혈된 두 눈으로 바라보았다.흑과 백의 원기가 충돌했지만 최서준은 이를 외면했다.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며 두 사람이 지키고 있던 여섯 명 중 한 명, 또 한 명이 쓰러졌다.“바람아!”손성호는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죽은 사람은 그의 자식 중 한 명이었고 또다시 그림자가 번뜩이며 한 명이 죽었다.그렇게 몇 차례 반복 끝에 자리에 남은 손씨 가문 사람은 오직 두 형제뿐이었다.손성호 형제는 최서준을 전혀 따라잡지 못했고 최서준이 자식들을 모두 죽이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한수영, 저놈이 살인에 미쳐서 우리 두 가문까지 몰살시키는 건 아니겠지?”옆에 있던 엄씨 가문 가주가 이 지옥 같은 광경을 보고 중얼거리자 한씨 가문 미인이 말했다.“정말 죽이려 한다면 엄씨 가문이 도망칠 수 있을까요?”한수영이 되물었다.하긴, 저 무서운 고수가 자신의 가문을 죽이려 했다면 진작 아비규환이 됐겠지, 그가 이곳에서 가만히 지켜볼 틈이 있었을까.“최서준, 네가 날 이렇게 만든 거야!” 손성호가 버럭 소리치며 그의 모습이 허공에서 희미해지더니 곧 시야에서 사라졌다.“손 회장이 죽기 살기로 싸우려는 거야!” 이 장면을 본 한씨 가문 가주는 충격에 휩싸여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소문에 손 회장은 좀처럼 나서지 않는데 한번 나서면 필시 사람이 죽는다고 했다.
먼저 달려들다가 몇 발짝 떨어져 있던 손성운은 공격은커녕 서 있는 것조차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최서준이 한 발 한 발 내딛는 동안 손성운은 온몸의 모든 뚫린 곳에서 피가 솟구쳤고 저항할수록 죽음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살고 싶으면 무릎을 꿇는 길밖에 없다!그때, 최서준은 물론이고 형인 손성호마저도 손성운을 쳐다보지 않았다.“최서준, 내가 네 상대가 아니어도, 네가 나와 손씨 가문을 무너뜨려도, 네가 아무리 무서운 존재로 성장했어도, 그 사람 앞에서는 여전히 개미에 불과해, 하하하!” 손성호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이런 상황에서 웃는 그의 모습에 최서준은 그가 미친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손성호가 큰 소리로 웃을 때 손성운은 더 이상 압박을 견딜 수 없었다.털썩-손성운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동생아, 아직도 모르겠어?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도 저 망할 놈은 우리를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손성호는 비통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고 동시에 혼돈의 기운이 퍼져나갔다. 최서준은 그가 이미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걸 자각하고 원기를 동원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 준비를 마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종사 7단계까지 수련한 그가 원기를 뒤집자 종사 8단계의 경지에 도달했다.하지만 그게 다였다.최서준이 휙 움직이더니 다시 나타났을 땐 이미 손성호 앞에 도착해 있었고, 손성호가 미처 따라잡지 못할 빠른 속도로 손성호의 단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그 순간 이미 역전된 원기는 마치 근원이 잘린 것처럼 끊어져 버렸다.이미 한 번 자폭의 고통을 겪은 최서준은 당연히 두 번 다시 걸려들지 않았다.“죽음을 자초한다면 뜻대로 해주지!”최서준은 말이 끝나자마자 손바닥으로 손성호의 머리를 똑바로 내리쳤다.만약 이 손바닥을 정통으로 맞았다면 아무리 종사 7단계의 경지에 이른 몸이라도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바로 그때, 뒤에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던 손성운이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말했다.“최서준, 말할게. 우리 형
남양시.해성 그룹 대표이사 사무실.김지유는 두 눈을 부릅뜨고 연신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젊은 남자를 바라봤다.“뭐라고? 그쪽이 내 약혼자란 말이야?”“맞아. 3년 전에 당신 할아버지가 우리의 혼약을 맺어주셨어. 이건 혼약서야. 못 믿겠으면 봐봐.”젊은 남자의 이름은 최서준이다. 그는 말하면서 옷 주머니에 넣어둔 혼약서를 꺼냈다.김지유는 혼약서를 확인한 후 죽고 싶은 충동까지 생겨났다.이 혼약서는 의심할 여지 없는 진짜였다. 위에 할아버지 김호석의 글씨체가 있고 심지어 인감까지 찍혀져 있었다.김지유는 숨을 깊게 몰아쉬고 차가운 표정으로 되물었다.“그쪽 이름이 최서준이야?”“맞아.”최서준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또렷한 이목구비에 뽀얗고 탄력 있는 피부까지 더하니 아무리 인상을 찡그려도 남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타이트한 정장은 화끈한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는데 그중에서도 한 줌 되는 개미허리가 유난히 인상적이라 프로 모델이 와도 무색해질 따름이었다.그가 야릇한 눈길로 빤히 쳐다보자 김지유는 사납게 쏘아붙였다.“지금 어딜 쳐다봐?”다만 이어진 최서준의 한마디에 그녀는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트렸다.“얼굴은 90점, 몸매는 100점, 내 와이프가 되기엔 뭐 그럭저럭 봐줄 만 해.”“뭐라고...”김지유는 피를 토할 것만 같았다.그녀는 무려 재벌 가문 김씨 일가의 따님이자 해성 그룹 대표직을 맡은 하늘의 선택을 받은 완벽한 여자다.가문의 힘을 빌리지 않은 전제하에 자수성가하여 시가총액 2천억이 넘는 회사를 설립했다.그 외에도 남양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으로 불려 얼마나 많은 훌륭한 남자들이 그녀에게 푹 빠져들었는지 모른다.다만 눈앞의 이 촌놈은 검은 민소매에 헐렁한 바지, 거기에 지저분한 조리 한 켤레를 신고 있다. 잘생긴 얼굴만 빼면 아예 대놓고 촌스럽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런 촌뜨기가 감히 김지유한테 와이프로 봐줄 만 하다고 망언을 내뱉다니?그녀는 차오르는 분노를 꾹 참았다.“말해
김지유는 최서준을 빤히 쳐다보며 얼굴에 거만함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의 옆에 있던 비서 반윤정도 시큰둥한 눈길로 최서준을 흘겨봤다. 거지 따위가 어딜 감히 대표님을 넘보려고?“그렇게 해.”최서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하지만 네 말은 소용없어. 이 혼약은 너희 할아버지가 정해주신 거니 내가 할아버님 병 치료를 다 마치거든 친히 혼약을 해지하셔야 해. 걱정 마, 할아버님만 동의해주신다면 나 절대 집착 안 해.”“아니.”김지유는 그가 미련을 못 버리는 줄 알고 점점 더 야유 어린 눈길로 돌변했다.“이건 내 결혼에 관련된 일이야. 내가 알아서 해. 우리 할아버지 병도 내가 방법 구해볼 테니까 넌 신경 쓸 필요 없어.”그녀는 냉큼 수표 한 장 건넸다.“이건 10억이야. 나랑 이 혼약 해지해주겠다면 이 돈 너 줄게. 나한테 10억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너 같은 최하층 서민들에겐 아마 평생 먹고 놀 수 있을 테니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김지유는 비난 섞인 미소를 날렸다. 마치 거지에게 돈 주듯이 그를 깔봤다.최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됐어. 내가 아무리 가난해도 이런 거지 취급 당할 정도는 아니야.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 결혼 무르겠으면 김호석 씨더러 직접 찾아와서 얘기하라고 해.”말을 마친 최서준은 문을 박차고 뒤도 안 돌아본 채 자리를 떠났다.“대표님, 저 자식 너무 경솔한 거 아닙니까? 뭣 하러 저런 놈한테 예의 갖추세요?”비서 반윤정이 씩씩대며 물었다.“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가여운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뿐이야.”김지유는 입술을 꼭 깨물고 분노 조로 쏘아붙였다.“돈 없으면 남양에서 살아남기도 힘들어. 감히 장담하는데 저 녀석 사흘을 못 버티고 내게 돌아와 구걸할 거야. 에이 됐다, 쟤 얘긴 그만해.”김지유가 머리를 내저었다.“아참, 윤정아, 나 대신 남양 실세 최우빈이랑 약속 좀 잡아줘. 5년 전에 간경화 말기로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던데 천재 의사라고 불리는 신의의 치료를 받고 다 나았대. 그 의사를 모실 수만 있다
30분 후 최서준은 어르신이 알려주신 주소대로 도씨 일가에 도착했다.거실에서 50대로 보이는 도현수가 수중의 편지를 보더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맞아, 그 명인의 필적이 틀림없어.”“아저씨, 이젠 드디어 제 신분을 믿어주시는 거죠?”최서준이 물었다.“사부님은 죽음을 앞두고 아저씨가 도움을 청했다면서 저더러 아저씨네 가족을 보호하라고 하셨어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도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서준아, 그게 실은 나의 비즈니스 상대 중 한 명이 익명으로 메일을 보내와서 우리 딸을 납치하겠다고 했고 난 그 즉시로 딸애에게 경호원 다섯 명을 붙였어. 그런데 그 녀석이 어릴 때부터 응석받이로 커오다 보니 다섯 경호원 모두 도망가버리게 만든 거야. 난 고민하다 못해 너희 사부님께 도움을 요청했어.”도현수는 눈웃음을 지으며 최서준을 바라봤다.“너희 사부님도 방금 네가 갖고 온 편지에 해결방안을 써주셨는데 바로 널 내 사위로 들이라데. 그렇게 하면 네가 정정당당하게 우리 딸을 보호할 수 있으니까.”최서준은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아저씨,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사부님 명령 거역하는 거야?”도현수는 계속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난 널 사위로 정했어. 이 일은 그냥 이렇게 해.”최서준은 어이가 없었다.“좋아요, 하지만 저는 딱 3개월만 아저씨네 따님을 지켜줄 겁니다.”그는 속으로 연신 머리를 내저었다.‘이 영감탱이가 정말 살아서도 애를 먹이더니 죽어서까지 제자를 괴롭히는 거야. 진작 날 해칠 걸 알았다면 ‘러브스토리’ OST도 불에 태워주지 않았을 텐데.’바로 이때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내가 허락 못 해요!”한 여자가 기세등등하게 이쪽으로 뛰어왔는데 화장기 없이 눈부시게 예쁜 얼굴과 긴 생머리가 아주 인상적이고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늘씬하게 쭉 뻗은 새하얀 다리였다.그녀 뒤에 관리를 잘 받은 중년 부인도 서 있었는데 나이는 40대 초반으로 보였다.도연우는 두 눈에
“그래? 그럼 혼자 가서 물건 사.”도연우가 싸늘하게 한마디 내뱉고 머리를 홱 돌렸다.최서준은 어깨를 들썩거리다가 홀로 길옆에 나가 택시를 잡았다.“기사님, 지오 그룹으로 가주세요.”도연우는 스타벅스에 들어가 자리에 앉은 후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화났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직장 동료들 단톡방에 문자를 보냈다.「짜증 나 죽겠어.」이 단톡방엔 멤버가 고작 5명이다. 다들 도연우와 아주 친한 동료들이다.곧이어 진아영이 답장을 보냈다.「연우 왜 그래? 누가 또 우리 연우 기분 잡치게 했어?」「아빠가 어디서 되지도 않는 촌놈을 데려와서 나보고 기어코 결혼하래.」도연우는 하소연할 상대라도 찾은 것만 같았다.「뭐라고?」「헐! 진짜야?」순간 단톡방이 발칵 뒤집혔다.「내가 너희들 속여서 뭐 해?」도연우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타자했다.「가장 어이없는 건 아빠가 글쎄 나더러 그 촌놈을 우리 회사에 들어오게 소개해주래. 날 보호해준다나 뭐라나. 거절할 수가 없었다니까.」「괜찮아, 연우야.」오민욱이 답장했다.「이 일은 나한테 맡겨. 내일 바로 그 자식 찍소리도 못하고 멀리 꺼지게 해줄게.」「하하, 민욱이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그 녀석 내일 큰코다치겠다.」「그럼. 민욱의 외삼촌이 우리 이퓨레 인사팀 매니저잖아. 민욱의 한마디면 그 녀석 우리 회사 발도 못 들여.」「꽤 재미있겠는데.」뭇사람들이 신나게 떠들어댔다.도연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타자했다.「오민욱, 너무 모질게 굴지 마. 살짝 따끔하게 혼내주면 알아서 물러설 거야.」「걱정 마, 내가 알아서 해.」오민욱이 답장했다.휴대폰을 내려놓은 후 그녀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최서준, 너와 내 차이가 얼마나 큰지 똑똑히 보여줄게.’지오 그룹 안에서.한 정장 차림에 위엄이 넘치는 남자가 최서준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그간 무사하셨습니까 도련님.”만약 누군가가 밖에서 이 장면을 본다면 식겁하여 말을 잇지 못할 것이다.이름 최우빈, 지오 그룹 오너이자 남양 실세로 불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