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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30분 후 최서준은 어르신이 알려주신 주소대로 도씨 일가에 도착했다.

거실에서 50대로 보이는 도현수가 수중의 편지를 보더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맞아, 그 명인의 필적이 틀림없어.”

“아저씨, 이젠 드디어 제 신분을 믿어주시는 거죠?”

최서준이 물었다.

“사부님은 죽음을 앞두고 아저씨가 도움을 청했다면서 저더러 아저씨네 가족을 보호하라고 하셨어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도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서준아, 그게 실은 나의 비즈니스 상대 중 한 명이 익명으로 메일을 보내와서 우리 딸을 납치하겠다고 했고 난 그 즉시로 딸애에게 경호원 다섯 명을 붙였어. 그런데 그 녀석이 어릴 때부터 응석받이로 커오다 보니 다섯 경호원 모두 도망가버리게 만든 거야. 난 고민하다 못해 너희 사부님께 도움을 요청했어.”

도현수는 눈웃음을 지으며 최서준을 바라봤다.

“너희 사부님도 방금 네가 갖고 온 편지에 해결방안을 써주셨는데 바로 널 내 사위로 들이라데. 그렇게 하면 네가 정정당당하게 우리 딸을 보호할 수 있으니까.”

최서준은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

“아저씨,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사부님 명령 거역하는 거야?”

도현수는 계속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난 널 사위로 정했어. 이 일은 그냥 이렇게 해.”

최서준은 어이가 없었다.

“좋아요, 하지만 저는 딱 3개월만 아저씨네 따님을 지켜줄 겁니다.”

그는 속으로 연신 머리를 내저었다.

‘이 영감탱이가 정말 살아서도 애를 먹이더니 죽어서까지 제자를 괴롭히는 거야. 진작 날 해칠 걸 알았다면 ‘러브스토리’ OST도 불에 태워주지 않았을 텐데.’

바로 이때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내가 허락 못 해요!”

한 여자가 기세등등하게 이쪽으로 뛰어왔는데 화장기 없이 눈부시게 예쁜 얼굴과 긴 생머리가 아주 인상적이고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늘씬하게 쭉 뻗은 새하얀 다리였다.

그녀 뒤에 관리를 잘 받은 중년 부인도 서 있었는데 나이는 40대 초반으로 보였다.

도연우는 두 눈에 불을 내뿜었다.

엄마랑 함께 쇼핑하고 왔을 뿐인데 아빠가 그사이에 약혼자를 정해주시다니.

게다가 아빠가 정해주신 약혼자는 거지꼴이 말이 아니었는데 그녀 친구들이 알면 배를 끌어안고 비웃을 것이다.

“당신 미쳤어요? 이 녀석이 지금 우리 연우랑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도현수의 아내 하은숙도 차갑게 쏘아붙였다.

“나도 다 연우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 내가 왜 그랬는지 다 알게 될 거야.”

도현수가 위로하듯이 말을 건넸다.

도연우는 발을 동동 굴렀다.

“아빠, 난 죽어도 이런 거지 같은 남자랑 결혼 못 해요.”

“나도 반대에요.”

하은숙이 큰소리로 반박했다.

이에 도현수가 버럭 화를 냈다.

“이미 정한 일이야. 상의할 여지 없어. 서준아, 우리 딸 앞으로 잘 부탁해. 너한테 믿고 맡긴다.”

“걱정 마세요, 아저씨. 제가 잘 보호하겠습니다.”

최서준도 마지못해 대답했다.

도현수는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연우야, 서준이랑 함께 생활용품 사러 가. 얘가 처음 와서 모든 게 낯설 거야. 그리고 내일 아침 서준이 데리고 너희 회사로 가서 면접 보게 해. 너 아는 동료의 삼촌이 인사팀 매니저라며? 그 동료랑 얘기해서 서준이를 너희 회사에 배정해줘.”

도연우는 화가 나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빠가 진짜 크게 화내셨으니 마지못해 최서준을 힐끗 째려봤다.

외출 뒤 그녀는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최서준을 쳐다봤다.

“어이, 최서준이라고 했나. 경고하는데 나한테 신경 꺼. 난 너처럼 빌붙어 사는 인간한테는 관심 없으니까 너도 그만 마음 접어.”

그녀는 최서준이 거절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무렇지 않게 맞받아쳤다.

“시간이 되면 내가 알아서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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