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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뭐?”

김지유와 반윤정은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거의 동시에 폭소를 터트렸다.

“이봐요 최서준 씨, 방금 뭐라고요? 그쪽이 여기 산다고요?”

반윤정이 박장대소하며 말했다.

“여기 별장이 얼마나 하는진 알아요? 아무거나 하나 갖다 대도 7, 80억 한다고요. 촌놈 주제에 평생 벌어도 화장실 하나 못 사는 데 뭐가 어쩌고 어째? 아이고, 나 죽네. 당신 때문에 웃겨서 배 터지게 생겼다고요.”

그녀는 말하면서 배를 끌어안고 자지러지게 웃었다.

김지유도 한심하다는 듯이 그에게 쏘아붙였다.

“말해봐, 그래서 너희 집은 어딘데?”

“산꼭대기에 있는 나인원 크라운 별장이야.”

최서준이 여유 넘치게 대답했다.

김지유는 그런 그 때문에 웃다가 쓰러질 지경이었다.

차라리 나인원에서 아무거나 하나 갖다 대도 어쩌면 믿어줄 텐데 하필 천재 의사가 지내는 나인원 크라운이라니, 대체 그 별장이 촌놈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걸까?

그녀는 야유에 찬 눈길로 질문을 이어갔다.

“최서준, 지금 네 꼴이 엄청 피에로 같은 거 알아? 보기만 해도 짜증 나!”

“믿거나 말거나.”

최서준은 어깨를 들썩거리고 몸을 돌려 계속 걸어갔다. 두 여자와 더는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경비 아저씨가 발견하기 전에 얼른 가 그냥. 더 있다가 뒷감당 어떻게 하려고 그래?”

김지유는 이 한마디만 내던진 채 반윤정에게 시동을 걸라고 하고는 산 정상을 향해 달렸다.

산 정상의 나인원 크라운 별장에 도착한 후 그녀는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렀다.

“천재 의사님, 저는 남양시 김씨 일가 첫째 딸 김지유예요. 다름이 아니라 선생님께서 저희 할아버지를 구해주셨으면 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어요...”

그러나 입이 닳게 말해도 별장 안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대표님, 그 천재 의사분이 외출하신 것 같아요. 우리 다음에 다시 올까요?”

반윤정이 물었다.

“그럴 수밖에.”

김지유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벤틀리를 타고 오던 길로 돌아갔다.

그녀는 줄곧 길옆을 쳐다봤지만 최서준의 그림자가 안 보였다.

김지유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

“녀석 진짜 얼렁뚱땅 들어왔다가 경비한테 들킬까 봐 몰래 도망쳤나 봐. 하루빨리 천재 의사를 만나서 할아버지의 병을 치료해야 해. 그래야만 나도 최서준 그 녀석을 떼어낼 수 있어.”

최서준은 숲길을 따라 산꼭대기에 올라왔다.

눈앞의 화려한 별장을 보며 그는 흡족한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영감탱이가 드디어 양심 있는 일 하나 했네. 내게 이런 고급 별장을 남겨주고 말이야.”

이때 도현수가 전화 왔다.

“서준아, 시간 되면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 받고 내일 연우네 회사로 면접 보러 가.”

“네.”

최서준은 전화를 끊고 곧장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사결과가 제일 빨라도 한 시간 후에 나오니 그는 시간을 때우느라 병원을 돌아다녔다.

한 병실을 지날 때 안에서 매우 슬픈 흐느낌이 들려왔다.

병실 안에 어르신이 혼미상태로 누워서 겨우 연명하고 있었다.

어르신 앞엔 잘 차려입은 사람들이 가득 둘러싸여 있었는데 하나같이 침통한 표정으로 어르신을 쳐다봤다.

“손 신의님, 우리 할아버지 정말 가망 없나요?”

스무 살 남짓한 젊은 여자가 충혈된 두 눈으로 물었다.

“세 시간이라도 목숨을 연장해주세요. 네?”

어르신은 주씨 일가의 기둥이라 일단 무너지면 큰 충격을 일으켜 가문 전체가 발칵 뒤집힌다. 단 3시간만 생명을 연장하면 어르신은 많은 일을 해결할 수 있다.

손 신의라 불리는 정장 차림의 노인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천명은 정해져 있으니 더이상 바꿀 수 없어요. 주 어르신은 일찍이 나라를 위해 싸웠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수없이 많은 상처를 입으셨어요. 인제 지병이 발작하여 장기가 쇠약해져 한계에 다다랐으니 이 늙은이가 아니라 전설 속의 천재 의사라 해도 속수무책일 겁니다.”

뭇사람들은 억장이 무너져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이때 문 앞에서 피식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못해낸다고 모두를 싸잡아서 말하면 되나요? 대체 무슨 자격으로 천재 의사의 실력을 논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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