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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5분 20초...”

최서준이 담담한 눈길로 임상아를 쳐다봤다.

“지각이야.”

“죄송합니다, 대표님.”

임상아는 가슴이 움찔거렸다.

순간 장내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

그녀의 일련의 행동에 모든 이가 충격에 휩싸였다.

그중에서도 정세훈이 가장 놀란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임상아는 회사 부대표라 대표님 바로 아래 직급이다.

잠깐...

방금 뭐라고 불렀지?

대... 대표님?!

정세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최서준을 쳐다봤다.

“너... 네가 바로 새로 온 최 대표야?”

헐?

이 녀석이 바로 신임 최 대표라니?

조규찬 일행도 식겁하여 몸을 벌벌 떨었다.

최서준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방금 내가 한 말 기억하지? 널 때릴 뿐만 아니라 해고할 수도 있다는 말. 이젠 드디어 믿겠어?”

정세훈은 몸이 격렬하게 떨렸다. 그는 제 뺨을 연신 후려치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제가 죽을죄를 지었어요, 제가 감히 대표님도 못 알아뵙고...”

조카가 꼽주라던 사람이 신임 대표님일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치 못한 일이다.

대표님일 줄 알았다면 대체 무슨 엄두로 이런 짓을 벌였겠는가.

“다들 간이 배 밖으로 튀었어? 감히 대표님 심기를 건드려?!”

임상아는 드디어 사건 경위를 알아채고 정교한 얼굴이 한없이 싸늘해졌다.

다들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절대 최서준을 화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건만 감히 최서준의 총구에 들이받을 줄이야.

그녀는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정세훈과 조규찬 일행은 얼굴이 잿빛이 되었고 눈가에 후회와 절망으로 가득 찼다.

임상아가 그들에게 당장 짐 싸서 나가라고 말하려 할 때 최서준이 담담하게 먼저 입을 열었다.

“됐어. 모두 전에 날 본 적이 없잖아. 오늘 일은 이쯤에서 끝내. 그렇지만 오늘부로 감히 또 같은 착오를 범한다면 그땐 진짜 가차 없이 내쫓을 줄 알아. 아참 그리고 방금 있은 일은 절대 외부에 떠벌리지 마. 특히 내 신분은 철통 비밀이야.”

“고맙습니다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 대표님!”

정세훈 일행은 희열에 찬 눈물을 머금고 어떻게 이 은혜에 보답해야 할지 몰라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다들 이마에 식은땀이 가득 맺혔다.

임상아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깍듯이 말했다.

“대표님, 누추하지만 제 사무실로 모시겠습니다.”

부대표이사 사무실 안.

최서준은 임상아의 자리에 앉아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정말이지 그녀는 어지간히 예쁜 정도가 아니었다.

최서준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빈이 센스 있네, 나한테 이렇게 예쁜 부하를 찾아주고 말이야.’

그의 시선을 느낀 임상아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난 회사를 운영하러 온 게 아니니 마케팅 2팀의 일반 직원으로 배정해줘. 회사의 모든 일정은 당분간 상아 씨가 전적으로 책임져. 내 신분은 무조건 비밀로 지켜야 해. 꼭 기억해둬.”

“네?”

임상아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최서준은 그녀에게 설명하기 귀찮아 바로 말을 이어갔다.

“상아 씨는 늘 하던 대로 하면 돼. 무슨 일 있으면 내가 따로 분부할 거야.”

그는 도연우를 가까이에서 보호하기 위해 이 회사에 들어왔다. 어찌 됐든 영감탱이의 유언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배정해드리겠습니다.”

임상아는 잘록한 허리를 비틀거리며 분부에 나섰다.

점심 식사 시간쯤.

오민욱은 곽정원, 도연우 일행과 함께 회사 로비에서 목을 빼 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또 가끔 고개 숙여 시계를 들여다보며 짜증 섞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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