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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대체 어디 있는 거지?”

주하은은 이를 악물고 눈물을 머금으며 되뇌었다.

“우리 할아버지만 살려준다면 나 주하은, 하라는 건 다 할 수 있는데.”

이때, 주하은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고, 그녀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진수 씨. 어... 어떻게 됐어요? 제가 찾으라는 그 사람 찾았어요?”

“네, 찾았습니다. 그 사람 지금 로열 호텔 802룸에 있습니다. 근데 직접 오셔서 자기한테 사과하라고 하십니다.”

그녀의 물음에 전화기 너머에서 재빨리 답했다.

그 말을 들은 주하은은 화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기뻐하며 말했다.

“그래요, 알았어요.”

“여기요, 로열 호텔로 가게 차 좀 준비해줘요!”

한편 로열 호텔 802룸.

큰 원형 유리 테이블에 각종 고급스러워 보이는 요리가 차려져 있었고, 거기에는 값비싼 술도 놓여 있었다.

정장 차림을 한 오민욱이 와인잔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앉은 중년남성을 향해말했다.

“진 이사님, 한잔 올리겠습니다. 오늘 이렇게 직접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진 이사님은 마실 수 있는 만큼만 마셔도 괜찮습니다.”

오민욱은 진 이사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호탕하게 와인 한 잔을 원샷했다.

원샷한 이유도 다름이 아닌 바로 지오 그룹의 진 이사, 진해천을 위한 것이었다.

진해천은 맞춤 수트에 손목에는 값비싼 시계를 차고 오만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오민욱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그의 시선은 오직 오민욱 옆 도연우에게 멈춰 있었다.

“여기 이 미녀분은 누구?”

그도 지금까지 예쁘고 아름다운 여자를 많이 봤지만, 도연우를 향한 설레는 마음 또한감출 수 없었다.

“진 이사님, 이쪽은 오늘 저와 같이 온 제 동료 도연우 씨입니다.”

오민욱은 말을 마친 뒤 도연우에게 눈치를 주었다.

도연우도 그 눈치의 의미를 알아채고는 와인잔을 들고 진세천에게 술 한잔 권했다.

“진 이사님, 저는 도연우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고, 술 한잔 권하고 싶습니다.”

“여기 도연우 씨는 직장 술자리 예절에 대해 잘 모르나 봐요?”

진해천은 굳은 얼굴로 일부러 불쾌한 척하며 물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협업 상에 술을 권하는 사람이 어딨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도연우는 다급히 술잔을 들고 그의 옆에 다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진 이사님, 한잔 올리겠습니다.”

그녀도 오민욱이 했던 것처럼 한 번에 원샷을 해버렸다. 하지만 결국 사레에 걸려 기침만 나왔고, 기침으로 빨개진 얼굴은 유난히 매혹적이었다.

“한 잔으로 되겠어요? 조금 전 일 사죄하는 의미로 한 잔 더 해요.”

진해천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품에 안아버리고 싶은 욕망을 뒤로하고, 도연우에게 술을가득 따랐다.

그 모습에 도연우는 많이 난감해했다. 사실상 그녀는 술을 전혀 못 마시는 데다 술 주량도 약했다. 조금 전 그 한 잔은 그녀에게 있어 한계라고 보면 된다.

“보아하니 도연우 아가씨는 이 진해천에게 체면 따위 주고 싶지 않나 봐요. 그럼 알겠습니다. 전 이만 가볼게요.”

진해천은 몸을 일으키며 떠나려는 제스처를 취해 보였다.

“마실게요.”

당황한 도연우는 바로 그 가득 따른 술을 마셔버렸다.

그 한 잔까지 마시고 나니, 도연우는 발밑이 가벼워지며 몸이 휘청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진해천은 의기양양하게 웃어 보이며 바로 도연우의 손을 잡았다.

“진 이사님, 자중하세요...”

도연우의 의식은 여전히 말짱한 상태였고,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애썼다.

하지만 진해천은 그녀의 손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고, 므흣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도연우 씨, 술 주량이 많이 약하네요.”

“이... 이거 좀 놔줘요.”

도연우는 힘없이 몸부림치며 오민욱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오민욱, 나... 나 좀 도와줘.”

오민욱은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그 둘 옆에 가서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

“진 이사님, 이렇게 하시는 건 좀...”

도연우는 오민욱이 속으로 찜한 여자였고, 그런 그녀가 지금 다른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성추행당하고 있다.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 이미 손이라도 댔을 텐데, 그 사람이 하필 진해천이라 차마 건드릴 수 없었다.

진해천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오민욱을 보며 말했다.

“당신이 뭔데 지금 여기서 이래라 저래라야? 오민욱 씨, 당신 그 3천만 원짜리 계약하고 싶어서 이러는 거잖아? 이 여자가 나랑 하룻밤만 자면, 내가 계약서에 사인할게.”

오민욱은 자기도 모르게 망설였고, 그 옆의 진아영과 곽정원은 더욱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이때,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가 문 쪽에서 들려왔다.

“자긴 뭘 자. 가서 네 엄마하고나 같이 자자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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