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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걱정하지마. 절대 말 안 할게. 그러니 빨리 말해봐.”

모두 그녀를 재촉했다.

이어서 진아영이 차갑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정세훈 매니저님이 그놈 면접 보면서 일부러 온갖 어려운 질문만 하면서 곤란하게 만들었다는 거야. 근데 때마침 예고 없이 찾아온 최 대표님이 그걸 봤대. 그걸 보고는 화를 내시면서 부대표님까지 불러왔다는 거야. 그러고는 정세훈 매니저님만 대판 깨졌대.”

오민욱은 그제야 정세훈이 왜 그랬는지 알게 되었다.

“아, 어쩐지 삼촌이 날 보는 눈빛이 원수를 보는 눈빛이다 했어. 새로 부임한 최 대표님 때문이었네.”

“연우야, 너도 다 들었지? 이번일 내 탓 아니다? 그놈이 우연히 운이 좋았던 거지.”

“운 좋네! 그놈.”

도연우가 굳은 얼굴로 중얼거리자 오민욱이 이어서 그녀를 위로했다.

“걱정하지마, 그때 가서 내가 다른 이유로 그놈 퇴사하게 만들면 되니까.”

어느새 퇴근 시간이었고, 오민욱은 계약서 체결하러 가기 위해 도연우 등 일행도 같이가기로 했다.

최서준은 딱히 가고 싶지 않았지만, 도연우도 간다고 하니 할 수 없이 따라갔다. 필경 도현수에게 그의 딸 도연우를 보호하겠다고 승낙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모두 오민욱의 벤츠 E300에 탔고, 뒷좌석에 한 자리가 남았다.

이때, 오민욱이 최서준을 막아 나서며 비열하게 웃어 보였다.

“미안해요. 최서준 씨. 이 차는 제가 새로 구매한 차라 최서준 씨가 앉으면 아마 더럽혀질 거에요. 아니면 그냥 택시 타고 가는 건 어때요? 주소는 로열 호텔 802 룸입니다.”

“맞아, 저런 촌닭이 어떻게 벤츠 차에 탈 수 있어.”

“최서준 씨, 택시 탈 돈 없으면 제가 택시비라도 좀 드릴까요.”

진아영과 곽정원이 비아냥거리며 웃어 보였고, 아예 대놓고 왕따를 시키는 식이었다.

하지만 최서준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먼저들 가봐요. 저도 뒤따라 갈게요.”

오민욱은 의기양양하게 그를 향해 휘파람을 불어 보이며, 가속 페달을 밟아 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

도연우는 백미러로 혼자 길가에 서 있는 최서준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보니 약간은마음 약해졌지만, 곧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연우, 최서준이 싫으면 더 매정하게 굴어야 하는데...

10분 뒤, 최서준이 택시를 타고 로열 호텔 문 앞에 도착했다.

그가 들어가려던 찰나, 옆에서 갑자기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10m 떨어진 곳에 모자를 쓴 남성이 카메라로 그를 찍고 있는 것이었다. 최서준이 자신을 발견한 걸 안 그 남성은 바로 그 자리에서 줄행랑치려 하였다.

하지만 얼마 도망가지 못하고 최서준에게 바로 잡혔다.

“말해, 왜 날 몰래 찍는 거지?”

“누... 누가 몰래 찍어요.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남성은 그와 눈도 마주치지 못한 채 버벅거렸다.

“그래?”

최서준이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내가 당장 이 자리에서 너 발가벗긴다면 믿겠어? 길거리에서 발가벗긴 채로 한번 다녀볼래?”

“이... 이러지 마세...”

그 남성은 바로 겁먹고 최서준에게 이실직고했다.

“다른 게 아니라 주씨 일가에서 제가 그쪽 찾는 대가로 1억 원 현상금을 걸었어요. 그쪽이 몰라서 그렇지, 지금 남양시에서 파파라치 기자들 다 미친 듯이 찾고 있다고요...”

그러면서 그는 주머니에서 한 장의 사진을 꺼내 보였다. 그 사진은 최서준이 병원 CCTV에 찍힌 화면이었고, 그 영상은 누군가에 의해 사진으로 만들어졌다.

“주씨 일가?”

최서준은 그제야 깨달았다.

그가 전에 병원에 있었을 때 주씨 일가의 이목을 끈 건 사실이었다. 주씨 일가에서 그를 필사적으로 찾는 이유도, 최서준만이 주씨 어르신 병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서 전해줘요. 나를 찾고 싶거든, 직접 로열 호텔 802룸으로 찾아오라고요. 직접 와서 내 앞에서 사과하라고 하세요.”

최서준은 그 남성을 놓아주며, 한마디를 던진 뒤 로열 호텔로 들어갔다.

곧 그 남성은 빠르게 전화를 걸었다.

한편, 병원에서는 주하은이 병실 문 앞에서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었다. 그녀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얼굴도 많이 초췌한 상태였다.

할아버지가 위급하다는 소식은 이미 퍼졌고, 주씨 일가의 예전 사업 파트너들도 이 시기에 잇달아 그들과의 협력을 종료하려 했다. 게다가 주씨 일가의 라이벌들은 더욱 강하게 주씨 가문 산업을 공격하고 있었다.

지금 주씨 일가 전체가 위험에 처해있고, 오직 그 사람만이 그들을 구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여 그 짧은 시간 내에 주씨 일가에서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미친 듯이 최서준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실망케 한 건, 최서준이 마치 증발한 것처럼 흔적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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