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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백건호는 최서준에 의해 자존심이 뭉개진 거나 다름없었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처참히 당한 꼴이라니.

오늘만 일단 강압적인 수단을 쓰고 앞으로 잘해줄 생각이었다. 그러면 임지아도 별로 문제 삼지는 않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아무것도 못 한 것도 모자라 임지아가 보는 앞에서 오히려 발리고 말았다. 체면이 바닥에 떨어진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최서준의 발밑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백건호는 너무 화가 난 나머지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목에 핏대가 섰다.

“아까 하마터면 저 자식한테 당할 뻔했어요.”

임지아는 바닥에 침을 뱉고 나서도 기분이 너무 더러웠다. 지금은 단 한시라도 백건호를 보고 싶지 않았기에 최서준의 팔을 당기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 가요.”

“그래요.”

최서준이 발을 치우더니 임지아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

다시 그 술집을 지나치는데 최서준은 자꾸만 그 술집이 기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뭐가 기괴한지는 알 수 없었다.

카운터를 지키던 노인네가 지금은 낡아빠진 의자에 앉아 있었고 앞에는 나무 탁자가 놓여 있었다.

“사람은 찾았나?”

노인네가 관심 어린 말투로 이렇게 물으며 임지아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혀를 끌끌 찼다.

“흠, 젊은 총각, 여자 복이 넘치는구먼.”

“무슨 뜻으로 하는 말씀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제 사람을 데리고 가봐야 해서요. 어르신, 인연이 된다면 다시 만나요.”

최서준은 더는 쓸데없는 말로 입씨름을 하기 싫어 노인네를 피해 가려 했다.

“아직은 갈 수 없어.”

노인네가 테이블을 몇 번 톡톡 쳤다. 이에 노인네 눈가의 주름이 더 깊게 패어 들어가는 것 같았다.

“물건을 남겨둬야 갈 수 있다네.”

노인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최서준은 듣지 못했다. 마치 일부러 노인네의 말을 차단한 듯 임지아를 데리고 골목 입구까지 걸어갔다.

이때 발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골목을 물샐틈없이 가로막고 있었다. 저마다 손에 무거운 몽둥이나 서슬 퍼런 칼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최서준의 상대가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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