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해서 뭐 해요. 얼른 승낙해요.”임지아는 최서준보다 더욱 조급해했다.“흥미 없어요.”최서준이 내뱉은 몇 글자에 상영관 안의 사람들은 모두 놀랐다.뭐라고? 장철수가 직접 섭외하러 왔는데, 그를 거절했다니.이럴 수가. 이 세상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건가?유명해질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다니.장철수의 영화는 무조건 흥한다는 걸 모를 사람이 없었다.“이유 좀 물어봐도 될까요?”장철수도 깜짝 놀랐다. 그는 자기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가 한 말의 무게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최서준이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할 줄은 몰랐다.“왜냐면 저 사람이랑 저 사람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최서준은 각각 임지석과 이진희를 가리켰다.이진희는 옆에서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다가 최서준이 자기를 가리키는 것을 보고 놀라서 당황해했다.장철수가 누군데, 과연 최서준의 말 한마디를 들어줄까.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 거 아니야?그냥 일할 때 임지아를 몇 번 뭐라고 했다고 이렇게까지 하다니.이진희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만약 저 사람들을 시야에서 치우면 내 영화에 참여해 줄 건가요?”장철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그 말에 이진희는 귀를 의심했다.이게 장철수가 맞나?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언론에 흔들리지 않던 장철수가 맞나?최서준 앞에서 잘 보이려고 애를 쓰다니.최서준의 연기력 때문에?이진희는 믿을 수가 없었다.그녀는 장철수 영화의 여자 주인공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감독님, 에일리언은 아주 중요한 영화예요. 애들 소꿉놀이가 아니라고요. 저는 여자 주인공으로서 장은우 배역의 캐스팅에 발언권이 있어요.”이진희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겨우 용기를 내서 얘기했다.“지금부터 진희 씨는 에일리언의 여자 주인공이 아니야. 진희 씨는 해고됐어.”장철수는 이진희와 쓸데없는 얘기를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장철수 씨, 아무리 당신이 국내 탑 급 감독이라고 해도 이렇게 막무가내면 안 되죠.”이진희는 화가 나서
“왜 저한테 이렇게 집착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최서준은 바로 승낙하지 않고 되물었다.연예계의 탑급 감독이, 최서준의 연기만 보고, 그를 위해서 투자금도 포기하고, 심지어 그 어떤 조건이라도 들어주겠다고 말하다니.최서준은 이상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따로 얘기 드려도 될까요?”장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최서준을 데리고 사람이 적은 곳으로 갔다.“최서준 씨, 제가 찍을 것은 에일리언입니다.”“그래서요?”“최서준 씨가 에일리언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장철수는 확신에 차서 얘기했다.그러자 최서준이 깜짝 놀랐다.에일리언에 적합하다니.설마 발견한 건가?“이게 바로 저를 찾아온 이유로군요. 일반인들이 보지 말아야 하는 것이 영화에 나올까 봐 두렵지는 않습니까?”최서준이 되물었다.“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리 대단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도 스크린을 보는 관객들은 모든 것이 CG 효과인 줄 알거든요. 하지만 진실한 촬영만이 관객들이 몰입하게 할 수 있어요.”장철수는 그렇게 얘기하면서 벌써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장면을 상상했다.“생각해 볼게요.”최서준은 바로 승낙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 전화번호를 남겨두고 임지아와 함께 자리를 떴다.첫 상영이 끝났다. 진 감독의 영화의 첫 상영이 끝나자 사람들은 빠르게 상영관을 빠져나갔다.그날 밤, 영화와 관련된 일들이 인터넷에서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실시간 검색어 10개 중의 5개는 진 감독의 영화에 관한 얘기였다.“서브 남주가 남주보다 인기가 많다니!”“장철수 감독이 나서서 섭외하려던 사람이 고작 신인이라고?”사람들은 첫 상영할 때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소문냈다.“최서준 씨, 곧 핫한 연예인이 되겠네요.”돌아가는 길, 임지아는 핸드폰으로 그 실시간 검색어들을 보면서 말했다.최서준은 아무렇지 않았다. 유명해질 생각으로 촬영을 했던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아무 대답이나 하려던 때, 최서준은 앞의 길에 한 노인이 묵묵히 서서 등을 보이고
노인은 그렇게 말하다가 갑자기 말을 돌렸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를 만났구나!”말을 마친 노인은 바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 주먹에서는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일반인의 공격과도 비슷했다.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주먹이었지만 최서준이 느끼기에는 하늘을 뒤덮을 만큼 강한 힘이었다.“나타나라!”최서준이 온몸의 내공을 쥐어짜 종사 9단계의 내공을 뿜어냈다. 갇혀있던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내공은 너무도 거대해서 온몸이 땀으로 물들 지경이었다.이 노인은 도대체 누구이길래 가벼운 신경전에도 이렇게 힘이 드는 건가.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최서준은 온몸의 힘을 다해서 주먹을 내뻗었다.쿵.커다란 폭발음이 최서준의 고막을 거세게 때렸다. 두 주먹이 맞닿자 최서준은 어느새 뒤로 몇 걸음 물러나 있었다. 입가에는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한방으로 최서준을 다치게 만든다니.하산한 이후로 최서준이 전면전에서 밀린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내공 싸움에서 말이다.최서준은 이 노인의 힘이 자기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윽고 검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당신, 도대체 누구야.”최서준은 칠성용연검을 빼 들고 노인을 겨누며 물었다. “검은 좋은 검인데, 네가 너무 약해서 아쉽구나.”노인은 대답하지 않고 순식간에 최서준 앞으로 나타나 바로 최서준의 손목을 내리쳤다.칠성용연검을 빼앗으려는 행동이었다.그러자 최서준은 바로 검날을 거꾸로 쥐고 반원을 드리더니 앞으로 걸어가 노인을 공격했다. 노인은 날카로운 검을 피해 몸을 돌렸다가 손가락으로 최서준의 가슴을 내리찍었다. 차가운 기운이 최서준의 몸으로 흘러들어왔다.최서준의 방어막이 순식간에 깨졌다. 그의 기운은 최서준을 꿰뚫었을 뿐만이 아니라 최서준 뒤에 있는 건물까지 꿰뚫었다.내공에 의해 몸이 꿰뚫인 최서준은 참지 못하고 피를 토해냈다. 새빨간 피가 옷을 적셔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가슴 쪽은 온통 새빨간 피로 가득했다.“자식아, 네가 죽기 전에 이런 보물을 나한테 넘기니 내 이름 정도는
“당신은 누구야. 여기는 또 어디고!”최서준은 사방을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다. 목소리만 들려올 뿐, 사람의 그림자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몸에 난 상처도 깔끔하게 사라졌다. 마치 아까 무혼전의 살수구를 만난 것은 착각인 것만 같았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갇히다니. 정말 불쌍하군. 그러니까 이렇게 나약해 빠진 쓰레기가 되었지.”비아냥대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종사 9단계의 내공을 가진 그가 쓰레기라고 불리다니. 다른 사람들이 알았다면 놀라서 입을 딱 벌릴 것이다.“아무리 당신의 내공이 높고 깊다고 해도 계속해서 날 모욕하면 나도 더는 참지 않을 거야!”최서준이 아무리 성격이 좋다고 해도 이런 장난질을 가만히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흥, 내공도 적은 놈이 성격도 더러워서는!”그 말과 함께 한 사람의 실루엣이 최서준 앞에 나타났다.그 사람은 얼굴에 수염이 가득했고 몸은 건장했다. 그리고 짐승 가죽으로 중요 부위만 가리고 있었다. “이 자식아, 수년간 나한테 도전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다른 말은 하지 말고 일단 나한테 맞고 보자.”건장한 남자는 바로 최서준에게 주먹을 휘둘렀다.순간, 하늘을 뒤엎을 듯한 힘이 남자의 주먹에서 느껴졌다.너무도 강한 실력이다.그 주먹의 위력을 느낀 최서준은 너무 놀라서 반항하는 것조차 잊어버렸다.곧 죽을 거라고 생각하던 그때, 주먹이 최서준의 몸을 꿰뚫었다. 하지만 최서준은 다친 곳 하나 없었다.“응? 도전하러 온 사람이 아니야? 네가 설마... 용문비경의 주인? 이럴 수가!”남자는 놀라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이 용문비경에서 모든 부상을 피해 갈 수 있는 건 그의 주인뿐이다.남자의 혼잣말을 듣던 최서준은 의아해졌다.용문비경이라니.잠깐만, 용문비경?설마 용문패랑 관련이 있는 건가?최서준은 옷을 풀어 헤쳤다. 그의 가슴에 걸린 푸른색의 용문패가 지금은 그의 피로 가득 물들어 붉은빛을 내뿜고 있었다.이윽고 붉은빛이 반짝이더니 용문패가 천천히 최서준의 몸속으로 녹아들었다.
남양시.해성 그룹 대표이사 사무실.김지유는 두 눈을 부릅뜨고 연신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젊은 남자를 바라봤다.“뭐라고? 그쪽이 내 약혼자란 말이야?”“맞아. 3년 전에 당신 할아버지가 우리의 혼약을 맺어주셨어. 이건 혼약서야. 못 믿겠으면 봐봐.”젊은 남자의 이름은 최서준이다. 그는 말하면서 옷 주머니에 넣어둔 혼약서를 꺼냈다.김지유는 혼약서를 확인한 후 죽고 싶은 충동까지 생겨났다.이 혼약서는 의심할 여지 없는 진짜였다. 위에 할아버지 김호석의 글씨체가 있고 심지어 인감까지 찍혀져 있었다.김지유는 숨을 깊게 몰아쉬고 차가운 표정으로 되물었다.“그쪽 이름이 최서준이야?”“맞아.”최서준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또렷한 이목구비에 뽀얗고 탄력 있는 피부까지 더하니 아무리 인상을 찡그려도 남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타이트한 정장은 화끈한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는데 그중에서도 한 줌 되는 개미허리가 유난히 인상적이라 프로 모델이 와도 무색해질 따름이었다.그가 야릇한 눈길로 빤히 쳐다보자 김지유는 사납게 쏘아붙였다.“지금 어딜 쳐다봐?”다만 이어진 최서준의 한마디에 그녀는 어이가 없어 실소를 터트렸다.“얼굴은 90점, 몸매는 100점, 내 와이프가 되기엔 뭐 그럭저럭 봐줄 만 해.”“뭐라고...”김지유는 피를 토할 것만 같았다.그녀는 무려 재벌 가문 김씨 일가의 따님이자 해성 그룹 대표직을 맡은 하늘의 선택을 받은 완벽한 여자다.가문의 힘을 빌리지 않은 전제하에 자수성가하여 시가총액 2천억이 넘는 회사를 설립했다.그 외에도 남양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으로 불려 얼마나 많은 훌륭한 남자들이 그녀에게 푹 빠져들었는지 모른다.다만 눈앞의 이 촌놈은 검은 민소매에 헐렁한 바지, 거기에 지저분한 조리 한 켤레를 신고 있다. 잘생긴 얼굴만 빼면 아예 대놓고 촌스럽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런 촌뜨기가 감히 김지유한테 와이프로 봐줄 만 하다고 망언을 내뱉다니?그녀는 차오르는 분노를 꾹 참았다.“말해
김지유는 최서준을 빤히 쳐다보며 얼굴에 거만함이 가득 차 있었다.그녀의 옆에 있던 비서 반윤정도 시큰둥한 눈길로 최서준을 흘겨봤다. 거지 따위가 어딜 감히 대표님을 넘보려고?“그렇게 해.”최서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하지만 네 말은 소용없어. 이 혼약은 너희 할아버지가 정해주신 거니 내가 할아버님 병 치료를 다 마치거든 친히 혼약을 해지하셔야 해. 걱정 마, 할아버님만 동의해주신다면 나 절대 집착 안 해.”“아니.”김지유는 그가 미련을 못 버리는 줄 알고 점점 더 야유 어린 눈길로 돌변했다.“이건 내 결혼에 관련된 일이야. 내가 알아서 해. 우리 할아버지 병도 내가 방법 구해볼 테니까 넌 신경 쓸 필요 없어.”그녀는 냉큼 수표 한 장 건넸다.“이건 10억이야. 나랑 이 혼약 해지해주겠다면 이 돈 너 줄게. 나한테 10억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너 같은 최하층 서민들에겐 아마 평생 먹고 놀 수 있을 테니 거절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김지유는 비난 섞인 미소를 날렸다. 마치 거지에게 돈 주듯이 그를 깔봤다.최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됐어. 내가 아무리 가난해도 이런 거지 취급 당할 정도는 아니야.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 결혼 무르겠으면 김호석 씨더러 직접 찾아와서 얘기하라고 해.”말을 마친 최서준은 문을 박차고 뒤도 안 돌아본 채 자리를 떠났다.“대표님, 저 자식 너무 경솔한 거 아닙니까? 뭣 하러 저런 놈한테 예의 갖추세요?”비서 반윤정이 씩씩대며 물었다.“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가여운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뿐이야.”김지유는 입술을 꼭 깨물고 분노 조로 쏘아붙였다.“돈 없으면 남양에서 살아남기도 힘들어. 감히 장담하는데 저 녀석 사흘을 못 버티고 내게 돌아와 구걸할 거야. 에이 됐다, 쟤 얘긴 그만해.”김지유가 머리를 내저었다.“아참, 윤정아, 나 대신 남양 실세 최우빈이랑 약속 좀 잡아줘. 5년 전에 간경화 말기로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다던데 천재 의사라고 불리는 신의의 치료를 받고 다 나았대. 그 의사를 모실 수만 있다
30분 후 최서준은 어르신이 알려주신 주소대로 도씨 일가에 도착했다.거실에서 50대로 보이는 도현수가 수중의 편지를 보더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맞아, 그 명인의 필적이 틀림없어.”“아저씨, 이젠 드디어 제 신분을 믿어주시는 거죠?”최서준이 물었다.“사부님은 죽음을 앞두고 아저씨가 도움을 청했다면서 저더러 아저씨네 가족을 보호하라고 하셨어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도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서준아, 그게 실은 나의 비즈니스 상대 중 한 명이 익명으로 메일을 보내와서 우리 딸을 납치하겠다고 했고 난 그 즉시로 딸애에게 경호원 다섯 명을 붙였어. 그런데 그 녀석이 어릴 때부터 응석받이로 커오다 보니 다섯 경호원 모두 도망가버리게 만든 거야. 난 고민하다 못해 너희 사부님께 도움을 요청했어.”도현수는 눈웃음을 지으며 최서준을 바라봤다.“너희 사부님도 방금 네가 갖고 온 편지에 해결방안을 써주셨는데 바로 널 내 사위로 들이라데. 그렇게 하면 네가 정정당당하게 우리 딸을 보호할 수 있으니까.”최서준은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아저씨, 그건 좀 아니지 않나요?”“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사부님 명령 거역하는 거야?”도현수는 계속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난 널 사위로 정했어. 이 일은 그냥 이렇게 해.”최서준은 어이가 없었다.“좋아요, 하지만 저는 딱 3개월만 아저씨네 따님을 지켜줄 겁니다.”그는 속으로 연신 머리를 내저었다.‘이 영감탱이가 정말 살아서도 애를 먹이더니 죽어서까지 제자를 괴롭히는 거야. 진작 날 해칠 걸 알았다면 ‘러브스토리’ OST도 불에 태워주지 않았을 텐데.’바로 이때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내가 허락 못 해요!”한 여자가 기세등등하게 이쪽으로 뛰어왔는데 화장기 없이 눈부시게 예쁜 얼굴과 긴 생머리가 아주 인상적이고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늘씬하게 쭉 뻗은 새하얀 다리였다.그녀 뒤에 관리를 잘 받은 중년 부인도 서 있었는데 나이는 40대 초반으로 보였다.도연우는 두 눈에
“그래? 그럼 혼자 가서 물건 사.”도연우가 싸늘하게 한마디 내뱉고 머리를 홱 돌렸다.최서준은 어깨를 들썩거리다가 홀로 길옆에 나가 택시를 잡았다.“기사님, 지오 그룹으로 가주세요.”도연우는 스타벅스에 들어가 자리에 앉은 후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화났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직장 동료들 단톡방에 문자를 보냈다.「짜증 나 죽겠어.」이 단톡방엔 멤버가 고작 5명이다. 다들 도연우와 아주 친한 동료들이다.곧이어 진아영이 답장을 보냈다.「연우 왜 그래? 누가 또 우리 연우 기분 잡치게 했어?」「아빠가 어디서 되지도 않는 촌놈을 데려와서 나보고 기어코 결혼하래.」도연우는 하소연할 상대라도 찾은 것만 같았다.「뭐라고?」「헐! 진짜야?」순간 단톡방이 발칵 뒤집혔다.「내가 너희들 속여서 뭐 해?」도연우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타자했다.「가장 어이없는 건 아빠가 글쎄 나더러 그 촌놈을 우리 회사에 들어오게 소개해주래. 날 보호해준다나 뭐라나. 거절할 수가 없었다니까.」「괜찮아, 연우야.」오민욱이 답장했다.「이 일은 나한테 맡겨. 내일 바로 그 자식 찍소리도 못하고 멀리 꺼지게 해줄게.」「하하, 민욱이가 이렇게까지 말했으니 그 녀석 내일 큰코다치겠다.」「그럼. 민욱의 외삼촌이 우리 이퓨레 인사팀 매니저잖아. 민욱의 한마디면 그 녀석 우리 회사 발도 못 들여.」「꽤 재미있겠는데.」뭇사람들이 신나게 떠들어댔다.도연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타자했다.「오민욱, 너무 모질게 굴지 마. 살짝 따끔하게 혼내주면 알아서 물러설 거야.」「걱정 마, 내가 알아서 해.」오민욱이 답장했다.휴대폰을 내려놓은 후 그녀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최서준, 너와 내 차이가 얼마나 큰지 똑똑히 보여줄게.’지오 그룹 안에서.한 정장 차림에 위엄이 넘치는 남자가 최서준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그간 무사하셨습니까 도련님.”만약 누군가가 밖에서 이 장면을 본다면 식겁하여 말을 잇지 못할 것이다.이름 최우빈, 지오 그룹 오너이자 남양 실세로 불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