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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서문정은 해외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였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승님께서 오신다는 것을 알고 제가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

옆에 있던 경호원이 흰 장갑을 끼고 배나무로 만든 고풍스러운 색의 그림 상자를 손에 들고 왔다. 서문정이 꺼내려 한 순간, 허태현이 손을 들어 올려 그녀를 제지했다.

“오늘은 그림만 보러 왔으니 다른 것은 필요 없어.”

허태현은 푸른 바다와 푸른 하늘, 그리고 웅장하게 넘실거리는 파도가 생동하게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 그림이 묘사한 곳이 어디인지 궁금하군. 이런 풍경은 흔치 않잖아.”

아는 사람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림이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탓에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스승님, 저와 함께 저쪽으로 가 다른 그림을 보시지요.”

허태현은 못마땅한 듯 툭 한 마디 내뱉었다.

“어떻게 자기가 그린 그림도 모를 수가 있어?”

소현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

“이건 자기가 그린 게 아니니까요.”

허태현이 손을 흔들자 소현아는 곧바로 입을 닫았다. 그중 눈치를 챈 기자도 있었으나, 허태현이 막는 바람에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서문정은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했다.

“아가씨, 말조심하세요. 여기는 마음껏 떠들어도 되는 시장이 아닙니다. 한 번만 더 선을 넘으면 경비원에게 얘기해 강제로 끌어낼 겁니다.”

소현아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허태현이 물었다.

“어느 쪽으로 가 볼까?”

“이쪽입니다.”

서문정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사람들의 시선 모두가 거대한 붉은 천으로 막은 그림으로 향했다.

경호원이 붉은 천을 걷어내자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

서문정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그렸던 것이다.

그림 속 인물은 얇은 흰 베일을 허리에 두르고, 매끈한 등을 드러낸 채, 팔짱을 끼고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등에 흩어져있는 한올 한올 긴 머리카락까지... 모든 부분이 선명하고 뚜렷했다. 허리에 두른 천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까지도 생생히 그려져 있었다.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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