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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하지만 배준석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나이프를 내려놓고 앳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형,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형이 나한테 부탁할 게 있다고 해서 이 자리를 만든 거거든?”

그는 젊은 나이에 골든아워로 불릴 정도로 성공한 의사였다.

강이한과는 전부터 알고 지낸 후배였는데 해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거금을 들여 그를 국내로 부른 것이었다.

한지음의 시력 때문에 부른 것인데 하필 식사 자리에서 유영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오늘은 급한 일이 있어. 천천히 먹고 저녁에 내가 술 살게.”

“나 술 안 마시는 거 알잖아!”

강이한이 움찔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배준석은 자유분방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자기관리가 똑 부러진 사람이었다. 의사의 길을 걷기로 한 뒤로 좋아하던 술까지 끊었다.

강이한은 음침한 눈빛으로 후배를 노려보다가 결국 외투를 다시 의자에 던져놓았다.

“그럼 화장실 좀 다녀올게.”

“아니, 이 사람이 정말!”

배준석이 뒤에서 불만을 토로했지만, 강이한은 무시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 시각 배연준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유영은 어딘가에서 풍기는 찬 기운을 느끼고 걸음을 멈추었다.

하얀 셔츠에 정장 바지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강이한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그는 최근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

그를 발견한 유영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눈치 빠른 박연준이 그녀를 돌아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먼저 들어갈게요.”

“네.”

말을 마친 박연준은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강이한을 지나치면서도 그에게 시선 한번 제대로 주지 않았다.

매사에 진중한 박연준에 비해 강이한은 지금 온몸으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박연준이 안으로 들어가자 유영을 바라보는 강이한의 눈빛도 더 차게 식었다. 조금 전 박연준과 함께 차에서 내리던 그녀의 모습을 생각하면 저절로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둘이 무슨 일로 여기 온 거야?”

전에 그와 같이 일을 한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나빴는데 사적으로 둘이 만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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