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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전에 본가에서 가족 행사가 있을 때마다 유영은 주방 담당이었기에 지금처럼 신경 써서 꾸민 적이 없었다. 그가 사준 드레스들도 전부 옷장에서 먼지만 날리고 있었다.

그녀와 10년이나 함께 살면서 파티용 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지금 보니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먼 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천상의 아름다움이었다.

강이한은 저도 모르게 위기감을 느꼈다.

차에 오른 유영이 냉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뭘 그렇게 빤히 봐?”

“드레스 참 잘 어울리네.”

정신을 차린 강이한이 착잡한 얼굴로 말했다.

한집에서 살면서 이렇게 예쁜 사람인 것을 모르고 살았다니.

한때는 그녀를 잘 아는 사람은 자기뿐이라고 자신한 적 있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그건 모두 오만한 착각이었다. 성격도 그가 알던 것과는 달랐고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이처럼 아름다운 줄도 모르고 있었다.

유영은 오늘 새로 한 네일아트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밖에서 만나고 다닌 여자들보다 내가 더 예뻐?”

“그 입만 다물면 완벽했을 거야.”

강이한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 여자는 입 다물고 있을 때 정말 예쁜데 입만 열면 얄미웠다.

유영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를 흘기며 말했다.

“내가 이런 말하는 거 듣기 싫어?”

“오늘만큼은 싸우지 말고 평화롭게 지내보자. 나도 최대한 맞출 테니까.”

강이한이 정색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하는 거 봐서.”

강이한은 또 한 번 말문이 막혔다.

그 난리를 부린 게 다 자신의 탓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기분이 상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각되자 유영은 눈을 감고 뒷좌석에 머리를 기댔다.

강이한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으며 간곡히 말했다.

“이제 싸움은 그만하면 안 될까?”

그는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다.

과거의 온순하던 유영으로 돌아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뿐이었다.

유영은 황당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정말 이 싸움의 근원이 누구한테 있는지 몰라서 하는 소리인가?

어차피 말해 봐야 또 피곤해질 것 같았기에 그녀는 아예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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