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3화

대체 언제부터 아들이 이렇게 불손하게 변한 건지, 진영숙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당장 사람 시켜서 쟤 내보내!”

진영숙이 인상을 잔뜩 구기며 말했다.

이것도 많이 참은 것이었다.

잔치가 끝나고 사람들이 돌아가면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에 반해, 한지음은 흰 붕대로 두 눈을 가린 채, 평온한 얼굴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긴 생머리를 그대로 드리운 모습은 청순하면서도 안쓰러워 보였다.

그녀는 참 분위기 미인이었다.

순수하고 악의가 없어 보였다.

이 처참한 모습이 처음 기사가 났을 때, 왜 네티즌들이 그토록 유영에게 분노한데는 이 외모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녀는 입에 미소를 머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형욱을 불렀다.

“조 비서님.”

“네, 한지음 씨.”

“뭐라도 좀 먹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그녀는 목소리마저 고양이처럼 나긋나긋했다.

그렇지만 조형욱은 거대한 부담감과 싸우고 있었다.

한쪽은 상사의 어머니, 그리고 노부인, 한쪽은 사모님에 한지음까지… 그는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는 상사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여자를 가족행사에 오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한지음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조형욱의 도움을 받아 테이블로 향했다.

얼마 가지 앉아 그들은 다가오는 유영과 마주쳤다.

그녀의 모습은 모두의 주목을 샀다.

진영숙이 뒤에서 소리쳤다.

“이유영, 거기 서!”

비록 한지음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유영과 둘을 또 싸우게 둘 수는 없었다.

게다가 오늘은 유경원의 가족들도 참석했다. 지금 유영이 한지음과 충돌하면 유경원의 이미지도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처음에 유경원은 진영숙을 따라다니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사람들도 그녀에게 공손히 대해주었다.

모두가 그녀를 미래의 세강 안주인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유영뿐이 아니라 한지음까지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입장이 난감한 건 유경원 쪽이었다.

유경원의 아버지는 화를 못참고 먼저 돌아가 버렸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