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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귀뺨을 맞은 강이한은 멍한 얼굴로 잠자코 유영을 바라보았다.

박연준 때문에 맞았다고 생각한 건지, 곧이어 그의 얼굴이 서슬퍼렇게 굳었다.

“내가 방해해서 화가 난 거야? 말해! 둘이 차 타고 또 어딜 가려고 했었어? 리조트? 아니면 호텔?”

이성을 잃은 그의 입에서 막말이 쏟아져 나왔다.

어떻게 다른 남자 때문에 날 칠 수가 있지?

그의 표정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유영은 한치 두려움 없는 얼굴로 인상을 쓰고 있는 남자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강이한, 내가 경고했지? 얌전히 있으라고. 자꾸 내가 하는 일을 방해하면 나도 이제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

방해라는 말에 강이한이 헛웃음을 지었다.

“둘 사이에 뭔가 있었던 게 분명하네.”

그렇지 않고서야 박연준처럼 까다로운 인간이 유영을 디자인 파트너로 고용할 리 만무했다.

수많은 원고가 퇴짜 맞았는데 그녀의 설계도만 통과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됐다.

강성건설에는 전국의 에이스들만 모아놓은 건축 디자인 부서가 따로 있었다.

디자인팀에서 내놓은 방안이 유영의 것만 못해서 채용한 걸까?

게다가 박연준은 친히 부족한 부분을 꼬집어 주며 꼼꼼하게 피드백까지 해주었다고 들었다.

둘 사이에 무언가 거래가 오가지 않고 정상적인 절차대로 진행됐다고는 믿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분노한 강이한이 입을 열었다.

“이유영, 내가 그렇게 만만해? 우리 아직 이혼도 안 했는데 밖에서 대놓고 남자를 홀리고 다니는 거야?”

이성이 사라진 강이한의 머릿속에는 유영과 박연준 사이의 추악한 거래만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여자가 이 정도로 타락할 수 있지?

할 말을 잃은 유영이 뒤돌아섰다.

자신을 버려두고 혼자 가버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강이한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

잠시 걸음을 멈춘 유영이 말했다.

“옷 갈아입으러 가는 거야. 시간 맞춰서 데리러 와. 늦으면 나 안 가.”

강이한은 순간 당황했다.

할머니 칠순잔치에 같이 가겠다는 말인가?

둘이 전에 그렇게 싸워댔으니 당연히 코빼기도 안 비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쉽게 승낙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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