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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남이 벌어온 돈을 받아서 쓰면서 갑질을 당할 바에야 그냥 내가 벌고 말지.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을 마친 그녀는 우아하게 남자의 옆을 지나쳤다.

혼자 남은 강이한은 착잡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그녀는 능력이 있는 여자라는 사실이 더 충격이었다.

박연준과의 협력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시킨 것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대체 어떻게 했길래 인정을 받은 걸까?

유영과 박연준은 강이한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등지고 앉았다.

등 뒤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두 사람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스테이크가 올라오자 그는 넉살 좋게 고기를 한조각씩 잘라 유영에게 건네주었다.

유영도 부드러운 미소로 화답했다.

“감사해요.”

“전에 자주 오던 곳인가요?”

“아니요. 전에는 외식을 거의 안 했어요.”

물론 맛집은 많이 알고 있었지만 나와서 먹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매번 외출할 때마다 시어머니 눈치를 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할 일 없을 때면 책을 읽는 게 그녀의 유일한 취미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유영은 그렇게 세상과 단절된 생활을 했던 것 같았다.

유영은 조금씩 고기를 잘게 썰어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었다. 육집은 부드러웠지만 안 그래도 얼굴이 작아 볼이 빵빵하게 부풀려졌다. 그럼에도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고 사랑스러운 게 더 신기했다.

“왜 그렇게 봐요?”

박연준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유영이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먹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이랑은 좀 달라서요.”

유영이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르다는 표현보다는 별로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먹어서인 것 같았다.

어릴 때부터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란 요조숙녀에 비하면 그녀는 먹을 때 내숭을 떨지 않는 편이었다.

매번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먹을 때면 품위 떨어진다고 진영숙에게 지적을 받았었다.

그래서 본가로 가서 식사할 때는 일부러 더 늦게 먹었다.

남자가 우아하게 와인잔을 들더니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냥 보기 좋다는 얘기였어요.”

“저도 이게 딱히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안 좋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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