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애처가 대표님과 결혼했어요: Chapter 111 - Chapter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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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심유진도 처음에는 의아해 하다가 나중에는 화를 내며 따져 물었다.“누가 당신더러 그 사람들한테 돈 주라고 했어요?”조 씨 가문 사람들은 탐욕에 눈이 먼 짐승들이었다.2억이라는 돈벼락을 맞았으니 그들은 물러서기는커녕 또다시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들러붙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떼낼래야 떼어낼 수 없을 것이다.“좋은 마음으로 도와줬더니 이런 태도로 나와?”사영은은 또다시 화가 치밀어올랐다.“심유진, 고마움도 몰라?”“당신은 날 도운 게 아니라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든 거예요.”게다가 사영은이 이렇게 하는 것도 결국 그녀 자신을 위한 일이었다.조 씨 가문 사람들은 조건웅의 죽음을 심유진에게 밀려고 하고 있다. 만약 그들이 또 다른 빌미를 찾는다면... 피곤해지는 건 심유진이 아니라 사영은이 될 것이다. 심 씨 가문은 원래부터 그녀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었다. 때가 되면 그들은 사영은을 더더욱 심하게 비웃을 것이다.“못 본 사이에 대드는 재주가 늘었구나!”사영은은 점점 소리를 높였다.“엄마인 내가 오늘 단단히 혼내줘야겠네! 어른한테 지켜야 할 예의가 있지!”그녀는 심유진의 옷깃을 잡아당겨 의자에서 일으켜 세운 뒤 발로 그녀의 무릎을 걷어찼다.사영은은 뾰족한 가죽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심유진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그녀는 재빨리 테이블 변두리를 잡아 무릎을 꿇는 걸 방지했다.이 수단은 전에 사영은이 자주 사용하던 수단이었다.심유진이 말을 듣지 않거나 혹은 사영은이 여기기에 말을 듣지 않았다고 생각되는 경우라면 늘 심유진을 무릎 꿇게 만든 뒤 손이나 몽둥이로 때리곤 했다.한번은 심유진의 갈비뼈가 끊어지는 바람에 병원에 석 달 내내 입원해 있었다. 이로 인해 수능을 놓치게 되어 1년을 복학했던 것이다.“무릎 꿇어!”사영은은 그녀가 여전히 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걷어찼다.심유진의 무릎은 이미 굽힌 상태였다.심유진은 재빨리 팔을 뻗어 사영은의 옷을 잡아당겼다.사영은은 단번에 그녀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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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심유진은 창문에 기댄 채 뒤를 확인했다.사영은을 포함해 아무도 없었다.그녀는 도로 의자에 기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여긴 웬일이에요?”그녀는 그제야 이 문제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우연히 지나가다가 들렸어.”허태준의 표정은 덤덤했다.심유진은 당연히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날 기다렸잖아요.”그녀는 서술형 말투로 대답했다.“왜요?”그녀가 더욱 궁금했던 건 이점이었다.“제가 뒷문으로 나올 거란 건 어떻게 안 거예요?”허태준은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았다.“그냥 지나가다가 들린 거야.”심유진은 입술을 꽉 깨문 채 구멍이라도 뚫을 듯 따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허태준은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여전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차는 리친시아에 들어섰다.심유진은 또다시 창문 유리에 기댔다.아파트단지는 여느 때처럼 인적이 드물었다.자동차 바퀴가 낙엽을 밟으며 지나갈 때 은은한 소리가 들려왔다.그들이 사는 아파트 앞에는 웬 낯선 차가 세워져 있었는데 큰길과 등진 탓에 차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긴장되었다.허태준은 그 차 옆에 차를 주차했다.그는 키까지 뽑았지만 심유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귀를 쫑긋 세워 옆 차 움직임을 살폈다.허태준은 그녀가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새로 산 차인데 마음에 들어?”그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네?”심유진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재빨리 고개를 돌려 물었다.“지금... 지금 이 차가 당신 것이라고요?”허태준은 보관함에서 보조키 하나를 꺼내 꾹 눌렀다--옆에 있던 차가 갑자기 확 밝아지더니 띡 소리를 냈다.누군가에게 혼이라도 빼앗긴 듯 심유진은 힘없이 주저앉았다.그녀는 의자에 기댄 채 손으로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았다.괜히 놀란 것이었다.다행히도 괜히 놀란 것이었다.“난 또...”그녀는 자신의 리액션이 타당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고 멋쩍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차 예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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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그는 당황한 눈빛을 지은 채 손으로 힘껏 오픈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죽고 싶어?”그는 낮은 목소리로 따끔하게 혼냈다.“손으로 엘리베이터 문 막는 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몰라?”이런 상식쯤은 심유진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를 알고 있어도 다급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그녀는 소리 없이 손을 뒤로 숨기려고 했지만 허태준이 먼저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그녀의 손바닥과 손등에는 붉은 자국이 남아있었는데 마치 그녀의 부어오른 얼굴처럼 보기 흉했다.허태준의 눈빛이 확 싸늘해졌다. 심유진은 이를 눈치채고 재빨리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더욱 꽉 잡히고 말았다.“움직이지 마.”그의 목소리는 나긋했지만 말투는 유달리 무거웠다.심유진은 곧바로 그의 말에 따랐다.하지만 이윽고 또다시 고뇌에 빠지고 말았다.그녀가 잘못했다고 해도 결국 다친 건 그녀 자신이었다.그녀는 자신이 그를 마주할 때 왜 이토록 작아지는 건지 알 수 없었다.허태준은 20층 버튼을 눌렀다.심유진은 버튼과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손도 잡혀있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18층 눌러주세요, 고마워요.”허태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18층?”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여형민한테 볼 일 있어?”아니다.그녀는 단지 집으로 돌아갈 엄두가 없을 뿐이었다.허태준은 그녀에게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아직 안 왔어, 먼저 내 집으로 가.”이는 상의가 아니라 명령이었다.“...네.”심유진도 거절할 마음이 없었다.**리친시아로 이사 온 지는 몇 달이 되어가지만 이는 심유진이 처음으로 허태준 집에 방문하는 것이었다.같은 평층이지만 천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층과 아래층 구조는 완전히 달랐다.허태준이 모든 칸막이를 없앤 탓에 입구에서도 집 안 구조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안이 유달리 넓어 보였다.시야가 닿는 곳에 검은색, 흰색, 회색 외에 다른 색은 없었다. 요즘 유행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모던한 스타일이었다.정작 허태준 본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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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커플템이라는 세 글자가 순간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심유진은 재빨리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그는 그저 귀찮은 마음에 대충 구매한 게 틀림없었다.그의 신발장을 보면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슬리퍼 여분은 하나도 없었다.예상 밖의 결과에 심유진은 순간 보송보송한 슬리퍼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허태준은 두 사람의 신발을 신발장에 넣은 뒤 몸을 돌려 심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복잡한 눈빛으로 신발장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왜 그래?”그가 물었다.심유진은 그제야 정신을 되차렸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허태준은 의혹을 도로 되삼켰다.“들어와.”그는 겉옷을 벗어 소파에 대충 걸쳐두었다.“앉아.”심유진은 두 다리를 가둔 채 조신하게 소파 한끝에 앉았다.허태준은 곧바로 부엌으로 향했다.그의 집 주방은 오픈식이라 심유진은 그가 냉장고 문을 열어 재료를 꺼내는 모습을 훤히 바라볼 수 있었다.그는 얼음주머니를 들고 그녀에게 걸어왔다.“찜질하고 있어.”그는 얼음주머니를 심유진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갑작스레 전해져온 차가움에 심유진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더니 목을 뒤로 움츠렸다.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얼음주머니를 건네받고 얼굴에 가져다 댔다.허태준은 그녀의 옆에 앉아 그녀의 볼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그는 분명 이유를 알면서도 되물었다.심유진은 고개를 푹 떨구며 말했다.“상대하기 어려운 고객님을 만났거든요.”말을 마친 그녀는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이럴 줄 알았으면 당신 말대로 며칠 더 쉬다가 출근할 걸 그랬어요.”허태준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서글퍼진 그녀의 눈빛을 바라보았다.“도와줄까?”차가운 말투와 달리 부드러운 관심이 드러났다.“괜찮아요.”심유진은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녀는 오른쪽 얼굴이 차갑게 얼어붙은 김에 아예 얼음을 얼굴에 가져다 댔다.“그나저나”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위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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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아파트단지 입구 옆에 마트가 하나 있었다.리친시아 주민들은 대부분 도우미 아줌마를 고용했기에 직접 요리하는 일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도우미 아줌마들은 아침 일찍 재료를 구매하기에 심유진과 허태준이 갔을 때 마트에는 카운터 직원과 몇몇 손님들만 있었고 대부분 재료들은 소진된 채 채소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시간 절약을 위해 허태준은 신선한 게맛살과 스테이크 및 조미료 몇 가지만 구매했다.두 사람이 계산하려는데 한 사람이 마트 안으로 들어오더니 허태준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서 물었다.“허태준 씨? 여긴 웬일이에요?”심유진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소박한 옷차림의 중년여성이었다. 사오십대로 되어 보였는데 어깨에 큰 주머니를 메고 있었다.아무래도 어느 주민 집 도우미 아주머니인 것 같았다.“장 보러 왔어요.”허태준은 카운터 직원에게서 카드를 건네받은 뒤 물건들을 쇼핑백에 담았다.중년여성은 그와 심유진을 번갈아 보더니 물었다.“그럼 오늘 밥 좀 많이 할까요?”허태준이 말했다.“제 밥도 준비해 줄 필요 없어요.”중년여성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그녀는 대답하는 동시에 심유진을 흘끔흘끔 쳐다보았다.마트에서 나온 뒤에야 허태준이 심유진에게 알려주었다.“여형민이 찾아준 도우미 아줌마셔.”심유진은 이미 속으로 짐작했기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여 변호사님 곧 오지 않아요? 그냥 여 변호사님까지 불러서 함께 저녁 식사할까요?”그저 아무렇지 않게 툭 뱉은 말이었지만 분위기는 순식간에 살얼음처럼 차가워졌다.“아니.”허태준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신경 쓰지 마.”**허태준은 게맛살을 간단히 손질한 뒤 썰어놓은 생강과 함께 볶았다.이윽고 그는 프라이팬 하나를 꺼내 스테이크를 구우려고 했다.심유진은 사실 그의 요리 솜씨가 별로 믿음직스럽지 않았다.그는 종일 비즈니스로 바쁜 몸이었기에 직접 요리하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그가 힘들게 생강을 써는 모습만으로도 그의 진짜 요리 실력을 대충 짐작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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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그는 여자친구 네 글자를 끝 음 처리까지 하며 강조했다.그의 놀림에 심유진은 곧바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왕 아주머니께서 오해하신 거예요.”그녀가 말했다.“오해는 아니죠? 허 대표 여자친구 맞잖아요?”여형민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심유진이 반박하려고 할 때 그가 또다시 말을 이었다.“두 사람 계약 그냥 체결한 거 아니잖아요.”...아.심유진은 얌전하게 입을 닫았다.여형민은 테이블을 툭툭 쳤다. 그가 들어온 뒤로 허태준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스테이크 곧 탈 것 같은데?”허태준은 경고 어린 눈빛을 보이며 말했다.“네 몫은 없어.”“마침 나도 스테이크 별로 안 좋아하거든.”여형민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대답하고는 시선을 부글부글 끓고 있는 냄비로 돌렸다.“랍스타랑 게만 있으면 돼.”심유진이 보는 앞에서 허태준은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다. 그는 잠시 화를 죽인 뒤 버터를 냄비에 발랐다.“에잇!”여형민은 여전히 진정하지 못했다.“화장실 가야되니까 슬리퍼 좀 빌려줘.”허태준은 단번에 칼같이 거절했다.“싫어.”“왜 이렇게 속 좁게 구는 거야?”여형민은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투덜거렸다.“우리가 친구로 지낸 지 몇 년인데 이사해도 슬리퍼 하나 준비해 주지 않았잖아. 두 사람만 슬리퍼 신고 있고 나는 맨발 바람이야, 그러고도 네가 친구야?”허태준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심유진은 마음이 복잡했다.“여 변호사님, 제 슬리퍼 신으세요!”“안돼!”“아니에요!”허태준과 여형민은 동시에 소리치더니 일제히 서로를 바라보았다.불꽃 튕기는 신경전 끝에 여형민이 먼저 시선을 돌렸다.“신이 너무 작아요. 게다가 핑크색이라 나한테 어울리지도 않아요.”여형민이 심유진에게 말했다.“화장실 간다고 하지 않았어요?”심유진은 이미 슬리퍼를 벗어 던지고 말했다.“화장실 바닥에 물기가 있어서 양말이 젖으면 안 되잖아요.”그녀의 진지한 말투에 여형민은 민망함이 앞섰다.“장난이에요. 신발장 안에 일회용 슬리퍼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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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그들 둘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투닥거리는 것뿐이었지만 심유진은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여형민도 다른 손님들처럼 일회용을 사용하는데 그녀가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스테이크를 썰다가 예리한 칼날이 접시와 부딪히면서 귀청을 찢는듯한 소리를 내게 되었다.허태준과 여형민은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았다.심유진은 순간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했다.“혹시 허 대표가 구운 스테이크 맛이 별로예요?”여형민이 잔뜩 신난 말투로 물었다.“아니에요!”그녀는 허태준을 힐끗 쳐다보더니 재빨리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스테이크 맛있어요.”허태준의 요리 솜씨는 예상 밖으로 훌륭했다. 스테이크가 익은 정도는 아주 적당했다. 사용한 것도 직접 제작한 후추소스였지만 맛이 딱 좋았고 레스토랑 스테이크 못지않았다.허태준은 단번에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슬리퍼는 지나가다가 예뻐 보여서 그냥 산 거야. 내 집에 들어오는 여자가 없으니까 그냥 너한테 신으라고 준 거야. 일회용품 사용하고 싶으면 사용해도 돼. 스테이크 썰기 어려울까 봐 실버로 준 거야.”그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심유진, 설마 내가 널 좋아한다고 생각한 거야?”속마음이 들킨 바람에 심유진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그의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에 심유진은 더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다.“진짜 좋아하게 될 리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허태준이 계속 박차를 가했다.“너도 그러지 않길 바래.”심유진은 손에 든 포크와 나이프를 확 움켜잡더니 이를 꽉 깨물며 대답했다.“네.”하지만 허태준은 그녀의 대답에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심유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스테이크를 먹는 데만 집중했다.그녀는 빨리 식사를 마치고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어색한 분위기에 여형민은 게 다리를 뜯는 속도를 늦추었다.“크큼.”그는 목을 풀며 강제적으로 대화 주제를 돌렸다.“오늘 북성구 파출소에 한 번 들렸어.”심유진은 힘겹게 고기를 삼킨 뒤 물었다.“가서 뭐 했는데요?”“또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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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문이 닫히는 순간 허태준은 손에 든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았다.“너...”안 먹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여형민은 그가 접시에 남은 스테이크와 깔끔하게 손질한 랍스타를 통째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지켜보았다.“아--”여형민이 막으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안 먹을 거면 나한테 주면 되잖아!”그는 가슴 아픈 나머지 비명을 질렀다.허태준은 그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싸늘한 표정으로 식기들을 거둬 싱크대에 넣었다.그는 수도꼭지를 틀어 손에 묻은 찌꺼기들을 씻어냈다.“이거”그는 손으로 싱크대에 쌓인 식기들을 가리키며 여형민에게 말했다.“네가 씻어.”**허태준이 욕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에도 여형민은 아직 가지 않고 집에 있었다.그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고 싱크대는 이미 텅텅 비어있었다.허태준은 머리를 닦은 수건을 목에 걸치며 퉁명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아직도 안 돌아가고 뭐해?”여형민은 진지한 자세로 고쳐 앉더니 말했다.“수업 해줄게.”“무슨 수업?”“여자 꼬시는 법.”“필요 없어.”허태준은 곧바로 몸을 돌렸다.여형민은 재빨리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설마 평생 솔로로 살 생각이야?”허태준은 매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더니 아리송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한텐 네가 있잖아?”허태준이 애정 섞인 말투로 대답했다.여형민은 단번에 손을 놓고 두 손으로 자신을 끌어안은 채 방어 태세를 보였다.“꿈 깨! 난 여자랑 결혼할 몸이야!”그는 곧바로 자신의 뜻을 전했다.“풉.”허태준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걸음을 재촉했다.“그럼 결혼이나 하고 말해. 여자를 어떻게 꼬시는지.”여형민은 그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가 곧바로 그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포인트를 찾았다.“나도 비록 연애 경험은 없지만 너보단 나아. 적어도 난 너처럼 자존심 세워가며 좋아하는 마음도 드러내지 못하진 않거든. 넌 절대 여자를 꼬실 수 없어!”허태준은 걸음을 멈추더니 한껏 싸늘해진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내가 티 낸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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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그녀는 문을 안에서 걸어 잠갔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에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귀를 쫑긋 세우고 바깥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었다.문 앞으로 사람 한 명이 지나갈 때마다 그녀는 온몸이 굳어버려 다 지나간 뒤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전만 지났을 뿐인데 그녀는 이미 평소 퇴근할 때처럼 피곤하기 그지없었다.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심유진은 절반 완성한 파일을 저장한 뒤 전원을 끄고 식당으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사무실 밖으로부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게다가 이번에는 지나가지 않고 그녀의 사무실 앞에 멈춰 섰다.심유진은 본능적으로 숨을 참았다.그녀가 자세히 들어보니 심장 소리 외에 다른 소리도 뒤섞여 있는 것 같았다--똑똑똑.누군가 문을 세 번 두드렸다.심유진은 침을 꿀꺽 삼킨 뒤 힘들게 말을 꺼냈다.“누구세요?”“저예요.”젊은 남성의 목소리였는데 어딘가 모르게 익숙했다.심유진이 열심히 기억을 떠올려 보는데 그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정재하입니다.”정재하?“혼자 오셨어요?”그녀가 경계 어린 말투로 되물었다.그녀의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정재하는 당황스러웠다.“당연히 저 혼자죠. 제가 누구랑 오길 바라는 거예요?”심유진은 그제야 의심을 내려놓고 다급히 달려가 문을 열어주었다.“무슨 일이에요?”그녀가 물었다.정재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비즈니스 때문에 찾아왔어요.”“무슨 비즈니스요?”심유진은 의아하기 그지없었다.그녀의 인상 속 정재하는 늘 노느라 바쁜 재벌 집 도련님이었다.두 사람은 몇 번이나 만남을 가졌지만 심유진은 단 한 번도 그가 비즈니스를 언급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정재하는 다짜고짜 의자를 잡아당겨 자리에 앉더니 두 팔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비즈니스 자세를 취했다.심유진은 재빨리 일회용 컵에 따뜻한 물을 떠서 그에게 넘겼다.“물밖에 없으니까 일단 마셔요.”“괜찮아요.”정재하는 잔을 건네받고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사실은 곧 여자친구 생일이거든요. 로열 호텔에서 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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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심유진은 며칠 동안 불안감에 휩싸인 나날을 보냈지만 다행히도 사영은을 만나진 않았다.그녀의 추측대로라면 사영은은 아마 경주로 돌아갔을 것이다.조 씨 가문 사건도 해결하고 말괄량이 딸도 혼냈으니 상처는 받더라고 자신의 평판에 금이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이렇게 되면 그녀는 더 이상 대구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조 씨 가문 사람들이 조건웅 발인 때문에 정신없는 틈을 타 심유진은 여형민과 함께 여러 차례나 법원을 드나들었다.조건웅의 사망으로 그녀는 더 이상 이혼소송을 제기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집은 반드시 돌려받아야 했다.증거가 확실한 데다 조건웅 비리사무소 직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덕에 법원은 조건웅의 명이 이전을 무효로 판결 내렸고 부동산 관리국에서도 집문서 소유인을 심유진으로 수정했다.이 모든 과정은 어렵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쉬운 것도 아니었다.여형민이 도와준 덕에 법원에서 심의 속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고 조 씨 가문 사람들이 재산분할로 난동을 부리기 전에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었다.심유진은 조건웅이 이전해 간 결혼 중 재산을 돌려받을 계획이 없었다.그건 돌려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쓸데없는 곳에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집을 돌려받은 뒤 심유진은 가정 관리 회사에 찾아가 모든 걸 말끔히 처리했다.그녀는 조건웅의 물건을 몽땅 가져다 버렸고 자신이 남겼던 물건도 절반이나 버린 다음 남은 짐을 끌고 리친시아로 돌아왔다.모든 걸 끝낸 다음 그녀는 집세 비용으로 용돈을 벌기 위해 집을 부동산에 내놓았다.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22일이 되었다.정재하는 로열 호텔에 와서 파티장 세팅 정황을 확인하는 김에 심유진 사무실에 들려 23일 저녁 생일파티 참석 요청을 제안하려고 했다.최신 일정표가 이미 그녀의 사무실 테이블 끝에 붙여져 있었다.심유진이 힐끗 확인해 보니 23일 일정표가 비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단번에 동의했다.정재하는 아기처럼 기뻐하며 가기 전에 그녀에게 신신당부했다.“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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