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의 모든 챕터: 챕터 121 - 챕터 130
1426 챕터
제121화 악몽 같은 민도준
민도준은 자신의 앞에서 굽실대는 남자를 흘겨봤다. 그는 애써 웃고 있었지만 눈동자 깊숙한 곳에는 한이 서려있었다.하지만 그런 원한 섞인 눈빛을 보고 나서 민도준은 경계하기는커녕 오히려 흥분했다.‘원한이라, 참 아름다운 감정이네.’조 사장은 민도준의 눈빛에 소름이 쫙 돋아 이 기회에 그를 자기 구역에서 치워버리려던 생각을 조용히 접었다.보통 사람이 원수의 집에 찾아온다면 완전무장이 아니더라도 사람을 몇 명쯤은 데리고 왔을 텐데 민도준은 꼴랑 로건 한 명만 데려왔다.‘믿는 구석이 있어 두렵지 않은 건지, 아니면 나를 물로 보는 건지.’그런 생각이 들자 민도준에 대한 조 사장의 원한은 한 단계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민도준에게 자기 눈에 담긴 살의를 들키지 않기 위해 눈을 가늘게 접었다.“민 사장님이 어려운 걸음을 하셨는데, 오늘은 여기서 즐기다 가실래요?”민도준은 소파에 기대며 흐트러진 모습으로 나른하게 말했다.“제가 어떻게 형님을 번거롭게 하겠습니까?”갑자기 들려오는 “형님”이라는 호칭에 조 사장은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순간 안 좋은 예감이 밀려왔다.역시나 그의 생각대로 민도준의 말투는 갑자기 돌변했다.“조 사장님이 그 물건을 들이기 위해 오랫동안 공들였는데 제가 여기 있으면 초 치는 거잖습니까.”순간 귀신이 머리라도 쓰다듬은 듯한 느낌이 들어 조 사장은 겁을 먹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내가 그렇게 은밀하게 행동했는데 민도준은 대체 어떻게 안 거야?’그는 바로 부인하려 했지만 갑자기 자기의 두 친구가 민도준에게 어떻게 당했던지 떠올라 이를 악물었다.“제가 정신없어서 민 사장님께 미리 말씀드리지 못했네요. 하지만 이 물건은 제가 정말로 어렵게 구한 거라서 그러는데 어떻게 조금…… 아니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물건을 파는 즉시 민 사장께 대부분 이익 넘기고 저는 조금만 챙기겠습니다.”이런 제안은 이미 충분히 비참했다. 그는 분명 돈과 정력을 쏟아붓고 위험까지 감수했는데 민도준은 앉아 있다가 돈만 받아 가는 꼴이니.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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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너무 밝히는 거 안 좋아해요
조 사장은 짜증스럽게 손을 저으며 웨이터더러 민도준이 떠난 뒤 말하라는 사인을 보냈다.하지만 원래 떠나야 할 민도준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확실히 그렇긴 하네요. 한번 걸음하기도 어려운데 오늘 형님이 대접한다니 제대로 받아보죠.”조 사장은 민도준이 남겠다고 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는지 어리둥절해있다가 몇 초가 지나서야 어색한 미소를 쥐어짜냈다.“하하하, 당연히 그래야죠. 우리 여기 이번에 새로 온 계집들이 있는데 엄청 새끈하거든요. 제가 바로 불러오죠.”민도준은 눈썹을 치켜뜨며 무덤덤하게 말했다.“저한테 그런 여자가 부족할 것 같아요?”‘여자가 부족하지 않으며 여긴 왜 왔대? 내 화를 돋우려고 작정했나?’속으로 화를 내던 조 사장은 갑자기 최근에 권씨 가문에서 권희연으로 민도준을 꼬여내려 한다던 일이 생각났다. 그 때문에 그는 뒤로 밀려나 권하윤으로 목표를 바꿔야 했던 게 아직까지도 마음이 불편했었다.그런데 생각해보니 민도준 성격에 만약 권희연이 자기한테 접근하며 여기에 드나든다는 걸 알면 분명 기분 나빠할 게 뻔했다.그러면 권씨 가문의 계획이 무너지는 건 물론 권희연도 다시 자기 차지가 될 수 있을 테고.여기까지 생각한 조 사장은 갑자기 좋은 수가 떠올랐다.‘권씨 가문에서 먼저 이렇게 나왔으니 나도 그 집안 퇴로를 막아버리면 그만이야.’권하윤도 권씨 집안 사람이라는 생각에 그는 완곡히 말했다.“민 사장님이 만약 특별하게 놀고 싶으면 다른 사람으로 소개해 드릴게요. 그런데 오늘 일은 꼭 비밀료 해줬으면 합니다.”“걱정 마세요. 안에 민씨 가문 사람이 있다고 해도 전 상관없거든요.”민도준은 아무렇지 않는 듯 대답했다.히지만 그의 대답을 들은 조 사장은 흠칫 놀랐다. ‘뭔가 알고 있나? 아닌 것 같은데.’조 사장은 속으로 생각했지만 더 이상 지체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멋쩍게 웃었다.“그렇게 말씀하시니 안심입니다. 여기로 오시죠.”-권하윤은 문 소리를 듣자 천천히 일어났다.그녀는 기다리는 동안 머릿속에서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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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화 기어 와
권하윤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옆에 놓인 손을 꽉 그러쥐었다.조 사장은 민도준은 그가 권하윤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고는 바로 그녀를 자기 품으로 끌어당기더니 권희연에게 명령했다.“희연아, 빨리 민 사장님 모시지 않고 뭐 해.”허리를 잡힌 권하윤은 몸이 뻣뻣하게 굳더니 무의식적으로 민도준을 바라봤다.하지만 민도준은 단추 두 개를 풀어헤치며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권하윤을 무시한 채 권희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귀 먹었나?”이러한 상황에 권희연도 어색했는지 불쌍한 모습으로 민도준에게 다가갔다.“민 사장님.”민도준의 시선은 겁을 잔뜩 먹은 권희연을 지나 조 사장의 품에 안겨 있는 권하윤에게 떨어졌다.‘다른 남자 옆에서도 저런 모습이네.’그녀는 고개를 살짝 떨군 채 상대가 무슨 짓을 하든 모두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전에 그가 좋아했던 주제 파악하고 눈치 빨랐던 모습이 오늘은 왠지 거슬렸다.‘하긴, 오래 먹었으니 입맛 바꿀 때도 된 건가?’민도준은 또 단추 하나를 풀더니 권희연을 향해 고개를 까닥거렸다.“가까이 와 봐요.”권희연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전에 권씨 집안을 대표해 민도준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쓸 때는 보는 체도 하지 않았는데 오늘 조 사장과 왕래하고 있다는 걸 알고 난 뒤 오히려 그녀를 받아들이는 눈치였으니 그럴만했다.권희연은 어리둥절했지만 감히 상대를 기다리게 할 수 없어 천천히 민도준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몇 초간 머뭇거리더니 그의 무릎에 앉으려는 동작을 취했다.하지만 그녀가 앉으려고 할 때 민도준이 목을 움직였다.전에 상대에게 걷어차인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권희연은 이내 몸을 돌려 소파의 손 받침대 위에 걸터앉았다.물론 다리 위에 앉은 것만큼 친밀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런 자세도 충분히 야릇했다.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조 사장은 만족한 듯 껄껄 웃었다.“희연이 민 사장님을 잘 모시고 있는 것 같으니 저는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옆방에 있을 테니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주세요.”말을 마친 그는 권하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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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화 그녀를 보호해 줄 사람
조 사장은 원래도 여자를 사람 취급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속에 화가 차있으니 그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오랜 시간 공들인 일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도 모자라 민도준에게 온갖 모욕까지 당했고 게다가 권씨 가문에 이용만 당했다는 걸 생각하니 그는 권하윤이 보면 볼수록 거슬렸다.때문에 그녀가 계속 꾸물대자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바로 뺨을 내리쳤다.“씨발 년아, 뭘 꾸물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것이지!”순간 전해지는 충격에 권하윤의 귓가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얼굴이 화끈거렸다.조 사장은 민도준과 달리 그녀를 죽이기라도 하려는 듯 온 힘을 다해 때렸다.민도준이 때릴 때는 플러팅의 목적이었지 이렇게 자신의 화를 푸는 목적이 아니었다.조 사장이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행동에 권하윤은 사고가 멈췄다.극심한 고통은 오히려 그녀의 반항심리를 자극했고 손은 점점 아래로 향하며 하이힐을 집어 들었다.그리고 눈물 맺힌 눈을 위로 뜨며 낮게 중얼거렸다.“조 사장님, 아파요.”“닥쳐! 내가 너 좋게 해주려고 불러온 줄 알아? 계속 지껄이면 사람들 더 불러올 줄 알아!”“그런데 이러면 저 움직일 수가 없잖아요.”“얼른 해!”권하윤이 약한 모습을 보이자 조 사장은 그녀의 머리채를 놔줬다.권하윤이 점차 몸을 쪼그리고 앉는 모습을 보자 그는 그제야 화가 조금 풀렸는지 나지막하게 욕설을 퍼부었다.“민씨 집안 며느리이긴 무슨, 그냥 창녀였네. 내가 질리면 동생들 불러다가…….”한참을 말하던 조 사장은 갑자기 아래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바로 몸을 쪼그리고 앉았다.“아! 씨…….”“내가 너 가만두나 봐라!”조 사장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권하윤은 그제야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인지했다.그리고 순간 손에 들려 있던 “흉기” 하이힐을 바닥에 떨구었다.조 사장 구역에서 그를 다치게 했으니 오늘 여기를 빠져나갈 수 있는지가 문제였다.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바닥에 쪼그리고 있던 조 사장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씨발 년, 오늘 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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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화 아직 계산 안 끝났어
문밖에서 막고 있던 권희연은 조 사장을 막지 못했다. 그의 발길질에 넘어진 권희연은 안으로 쳐들어가는 조 사장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씨발년아! 민 사장이 너 같은 걸레를 감싸줄 것 같아? 당장 나와!”조 사장은 방금 전 밝히는 여자는 싫다던 민도준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당연히 권하윤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때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권하윤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권하윤은 힘 없이 머리를 감싸며 두피를 보호했지만 상대의 힘 때문에 점점 뒤로 끌려갔다. 그 힘에 끌려 뒷걸음치면서도 그녀는 민도준에게 끝까지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민도준은 꿈쩍도 하지 않고 손끝을 비비며 방금 묻었던 빨간 핏자국만 쳐다봤다.순간 밀려오는 절망감에 권하윤은 눈을 감으며 씁쓸하고 시린 마음을 감췄다.‘역시 소용없나?’그러던 그때.“짝-”민도준이 갑자기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오늘 나 제대로 대접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이게 뭐죠?”조 사장은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채 그저 권하윤을 죽여야겠다는 생각에 대충 대답했다.“먼저 이 창년을 제대로 족치고 나면 원하는 대로 제대로 놀아드릴게요.”“창년?”민도준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권하윤 씨는 내 제수씨인데 하윤 씨를 욕한다는 건 나까지 욕하는 겁니까?”허리를 굽혀 권하윤을 질질 끌던 조 사장은 동작이 경직되더니 무의식적으로 손을 놨다.“민 사장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는 그저 이 주제도 모르는 년을 욕하는 건데.”초라한 모습의 권하윤을 힐끗 쳐다본 민도준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주제를 모른다라…… 제수씨가 말해 봐. 무슨 일 있었어?”민도준의 말을 들은 조 사장은 눈살을 찌푸렸다.‘대체 뭐하자는 거지? 설마 권하윤의 뒤를 봐주겠다는 건가? 방금 싫어하는 눈치였으면서 갑자기 왜 상관하는 건데?’권하윤도 민도준이 뭘 하려는지 몰랐지만 그의 말에 대답했다.“조 사장님이 저 때리고 겁탈하려고 했어요.”“무슨 개소리야! 분명 네가 달려들었으면서…….”“쉿.”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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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화 뒤끝 있네
“간단해요. 조 사장님이 우리 제수씨한테 한 걸 제수씨가 조 사장님한테 돌려주면 돼요.”“네?”조 사장은 순간 당황했다.‘그런데 고작 여자인 권하윤이 때리면 얼마나 때리겠어? 민도준이 직접 나서는 것보다야 낫지.’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보던 조 사장은 마지못해 동의했다.“민 사장님이 말씀하셨는데 들어들여야죠.”“그럼 우선 이 상처부터 시작하죠.”민도준은 권하윤 얼굴에 난 손자국을 힐끗 보더니니 입을 열었다.하지만 권하윤이 움직이지 않자 그는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조 사장님은 의리를 중요시하는 분이셔. 이미 동의했으니 안심하고 때려.”그제야 권하윤은 놀라움에서 벗어나 상황을 파악했다.민도준의 이런 행동이 그녀를 위한 것이든 아니든 복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권하윤은 민도준에게 살짝 미소 짓더니 그제야 조 사장 앞으로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조 사장님, 죄송합니다.”그녀의 연약한 모습을 보자 조 사장은 당연히 그녀의 손힘이 작을 거라고 생각했다.경멸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힐끗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린 채 그녀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때.“짝”맑은 소리가 들려왔다.손의 힘은 확실히 크지 않았다. 하지만 조 사장은 얼굴이 따끔거리는 느낌을 받아 슥 문질렀는데 손에 피가 묻어 나왔다.그는 얼른 권하윤의 손을 잡아당겨 확인해 봤다. 그랬더니 그녀가 반지를 손바닥 쪽으로 돌려끼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다이아몬드 반지는 이미 그의 피로 얼룩져 원래처럼 반짝거리지 않았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민도준은 재밌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뒤끝 있네.’“네가 감히 더러운 수작을 부려?”조 사장은 권하윤의 손을 잡은 채 울분을 토했다.하지만 권하윤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뒤로 뺐다.“죄송해요. 눈치채지 못했어요.”“씨발, 너 일부러 이랬잖아. 내가…….”하품 소리가 갑자기 그의 말을 잘라 고개를 들어보니 민도준이 느긋하게 손을 저었다.“계속.”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조 사장은 할 수 없이 억울함을 삼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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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도망가는데 실패하다
소파위 검붉은 액체가 조 사장 다리 사이로 흘러나왔다.불과 십여 초 만에 그는 이미 숨을 들이마시기만 하고 내뱉지 않았다.동공은 수축되어 마치 다음 순간 바로 숨을 거둘 것만 같은 상태였다.입안에 사과가 막혀 비명이 목구멍에서 맴돌았다.“쉿-”민도준은 그를 위로하는 듯 어깨를 톡톡 두드리더니 칼을 홱 뽑았다.뜨거운 피가 칼날을 따라 뿜어져 나오자 조 사장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쓰러졌다.눈앞의 광경을 지켜보는 권하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손에는 여전히 사과를 쥔 채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꼼짝하지 않았다.“정신 차려.”손가락 튕기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넋이 나간 듯 민도준의 피로 얼룩진 앞자락과 손에 든 칼을 보고 있으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민도준은 권하윤의 어깨를 잡으며 그녀와 눈을 맞췄다.“무서워?”무섭지 않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벌리자 저도 모르게 입술이 파르르 떨려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그 모습은 민도준의 눈에 조금 귀여워 보이기 까지해 얼굴을 꼬집고 싶었다.하지만 권하윤의 눈에 보이는 건 자신을 향해 칼을 들고 섬뜩한 웃음을 짓고 있는 민도준의 모습이었다.몸은 본능적으로 뒤로 두 걸음 물러났고 두 팔을 가슴 앞으로 두르며 방어태세를 취했다.민도준은 상체를 세우며 권하윤을 바라보더니 손목을 빙빙 돌렸다.“어디까지 물러나려고?”권하윤은 머리를 쥐어 짜내며 생각하다가 문 앞에 비친 사람 그림자를 보고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은 심정으로 몸을 틀었다.“저, 희연 언니 보러 가고 싶어요.”사실 그 말은 진심이었다. 방금 권희연이 그녀를 대신해 조 사장을 막아주려 하다가 그의 발에 차였기에 지금 어떤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민도준이 반대하지 않자 권하윤은 부리나케 문쪽으로 달려갔다.그리고 문 앞에 다다랐을 때 권희연 곁에 커다란 산 하나가 놓여있는 걸 발견했다. 정확히 말하면 산처럼 큰 체격을 가진 남자였다.로건은 몸을 쪼그린 채 앉은 채 멍하니 배를 끌어안고 숨을 몰아쉬는 권희연을 바라보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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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권씨 집안 여자면 제대로 즐겨야지
문을 닫은 뒤, 바깥에 있는 웨이터이 뭔가 낌새를 채지 못했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권하윤은 비로소 안심했다. 하지만 소파 위에 마치 시체처럼 누워있는 조 사장을 보자 권하윤은 괜히 간이 떨렸다.“조 사장 설마 죽은 건 아니겠죠?”민도준은 다 피운 담배를 테이블에 눌러 끄더니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그렇다면 명이 거기까지인가 보지. 거기 조금 잘렸다고 죽어버리다니.”그의 말투는 가벼웠지만 남자한테 있어서 그곳은 가장 치명적인 곳이다. 고통을 참지 못하고 죽어버릴 수도 있었다.하지만 권하윤은 감히 반박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민도준의 심기를 건드려 저도 똑같은 꼴이 될까 봐 두려웠으니까.그런데 조 사장이 이대로 죽어버리면 뒷수습을 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권하윤은 침을 꼴깍 삼키고는 살금살금 조 사장 쪽으로 걸어갔다.그는 피를 많이 흘려 얼굴이 창백해졌고 가슴에는 이미 움직임이 없었다.손을 그의 코밑에 갖다 댈 때 권하윤은 긴장한 탓에 숨을 죽였다.다행히 약한 숨결이 그녀의 손가락을 스쳤고 미약하지만 고른 걸 봐서는 바로 죽을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권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뒤늦게 덜컥 겁이 났다.이윽고 민도준과 방법을 의논해 보려고 고개를 돌렸지만 그의 얼굴에 걸려 있는 비웃음을 발견했다.권하윤은 못 본 체 입을 열었다.“홍옥정은 조 사장 구역인데 이 사람을 이렇게 만든 게 알려지면 저희를 보내주지 않는 거 아니에요?”긴장하는 권하윤과 달리 민도준은 여유롭게 테이블 위에 놓인 장식품을 갖고 놀았다.“그럴지도 모르지. 혹시 여기 도망칠 방법 있어?”“도망친다고요?”권하윤은 싱긋 웃으며 내뱉은 민도준의 충격적인 발언에 눈을 부릅떴다.“설마 로건 씨만 데려온 건 아니죠?”“맞는데.”“그런데 방금 로건 씨마저 보냈다는 거네요?”“응.”남자의 대답에 권하윤은 눈앞이 캄캄해졌다.하지만 민도준은 그녀의 절망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더니 테이블을 손으로 짚으며 눈을 내리깔았다.“왜? 나랑 같이 죽기 싫어?”‘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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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듣기 좋네
방안.권하윤은 의자를 흔들며 수치스러운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밖에 있는 사람들이 갔는지 알 수 없어 안전하게 하기 위해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이것이 임시적인 방편일 뿐이라고 부단히 자신을 암시했지만 옆에서 계속 자신한테로 꽂히는 시선 때문에 수치스러움이 더해졌다.그리고 밖에 있는 사람들이 떠나갔을 때 그녀의 얼굴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랐다.권하윤은 애써 민도준의 눈길을 피하며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연기했다.“우리 지금 당장 나가요.”하지만 이제야 두 걸음 걸었을 때 민도준이 그녀의 앞을 막아서며 손가락으로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남자의 눈 깊숙한 곳의 뜨거운 열기를 보는 순간 권하윤은 괜히 말을 더듬었다.“왜, 왜요?”민도준의 손가락이 그녀의 목덜미를 느긋하게 문질렀다.“듣기 좋던데, 더 소리 내 봐.”“민도준 씨!”“알았어. 농담을 못하겠네.”민도준은 권하윤의 이마를 쿡쿡 찌르더니 그녀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방 안에 놓인 큰 침대를 보는 순간 권하윤의 입에서 하마터면 욕지거리가 새어나올 뻔했다.“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래요!”민도준은 아기 고양이가 사람을 긁는 것처럼 타격감 없는 권하윤의 버둥거림을 무시한 채 그녀를 화장실 안으로 밀어 넣으며 거울을 가리켰다.“거울 봐봐. 지금 어떤지.”권하윤은 산발이 된 머리와 얼굴을 덮고 있는 핏자국을 보는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이윽고 아무 말 없이 수도꼭지를 틀고 물을 받아 깨끗이 세수했다.아까까지만 해도 아무 감각 없던 상처가 차가운 물에 닿자 갑자기 쓰라려 권하윤은 저도 모르게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세수하는 동안 전해지는 고통에 그녀는 내내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이곳의 수건을 쓰고 싶지 않았기에 권하윤은 세수를 끝내고 난 뒤 휴지를 뽑아 얼굴을 대충 닦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민도준 손에 말라붙은 핏자국을 보더니 손가락으로 가리켰다.“민도준 씨도 씻어요.”“씻겨 줘.”대감님처럼 손을 슥 내미는 민도준을 보자 권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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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화 내가 그런 사람 같아?
방금 차가운 물에 씻겨 온도가 낮은 상처에 갑자기 체온보다 높은 입술이 닿자 권하윤은 마치 뜨거운 불에 데는 것만 같았다.민도준은 악의적으로 연한 살결을 핥으며 권하윤이 몸을 바들바들 떠는 걸 감상하더니 그녀가 눈물을 흘리자 그제야 놓아주었다.하지만 그의 손에서 풀려날 때 권하윤의 상처는 이미 아파서 마비되었다.방금 느낀 고통을 그대로 흘려보낼 수는 없었기에 권하윤은 눈물이 글썽한 눈을 들며 민도준을 바라봤다.“화 풀렸어요?”민도준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갑자기 대화가 왜 거기로 튀지?”권하윤은 몸을 움츠리며 뭔가 말하려고 하는데 밖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다.‘누가 들어왔어! 이럴 수가, 방금 이미 두 사람이나 따돌렸는데! 만약 누군가 조 사장의 저 꼴을 보면 우리는 나갈 수 없잖아!’권하윤이 넋을 잃고 허둥댈 때 민도준이 갑자기 당당하게 밖으로 걸어나갔다.이제 와서 상대를 막아 나서기 늦었다는 판단이 들어 권하윤도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그를 따라 나갔다.하지만 밖의 상황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방으로 들어온 사람은 조금 도도해 보이는 냉미녀였다.“민 사장님.”그녀는 민도준을 보자 차가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소파 위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조 사장을 보는 순간 이내 속 시원해하는 표정으로 바뀌었다.불과 몇 초 만에 모든 감정을 다시 눈 밑으로 감춘 그녀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제가 안내하겠습니다.”권하윤은 멍해서 민도준이 여자를 따라 나가는 걸 바라봤다.그녀가 움직이지 않자 민도준은 눈썹을 치켜뜨며 입을 열었다.“멍하니 서서 뭐해? 가기 싫어졌어?”여자는 그제야 권하윤에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눈살을 찌푸렸다.“이분은…….”민도준은 스스럼없이 권하윤의 허리를 끌어안았다.“내 제수씨.”차가운 여인의 얼굴에는 순간 경악한 표정이 나타났지만 이내 그걸 감추더니 고개를 까닥이며 인사했다.여자가 그들에게 안내한 길은 권하윤이 올 때 지나왔던 길이 아니었다. 올 때와는 다르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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