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131 - Chapter 140
1426 Chapters
제131화 나 꼬시려면 이 정도로 안 돼
“잠깐만요.”권하윤은 넘어지다시피 민도준에게 달려들어 전화하려는 그의 손을 막았다.하지만 가뿐히 그녀의 손을 피한 민도준은 이내 핸드폰을 들고 권하윤의 눈앞에서 권미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안…….”한 글자를 채 내뱉지도 못하고 전화는 연결되는 바람에 권하윤은 이내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품속에 있던 그녀가 마치 점혈이라도 당한 듯 뻣뻣하게 굳어있는 모습을 보자 민도준은 재밌는 듯 피식 웃었다. 곧이어 그녀의 허리를 잡고 자기 가슴에 엎드려 있는 자세를 취하게 한 뒤 핸즈프리 버튼을 눌렀다.“안녕하세요, 권 여사님.”분명 존칭을 사용했지만 왠지 모르게 건들거림이 묻어 있어 상대에 대한 존경이라곤 보아내기 어려웠다.평소 교리를 따지던 권미란은 민도준의 이런 무례한 말투에 화를 내기는커녕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민 사장님, 어쩐 일로 저한테 전화를 다 주셨습니까?”“일이라…….”끝 음을 길게 끌며 놀라 말을 하지 못하는 권하윤을 힐끗 보더니 민도준은 이내 피식 웃었다.“일이 있긴 하죠.”핸즈프리 모드를 켜놓고 있는 바람에 권하윤은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상처가 땀에 젖어 쓰라렸다. 큰 고통이 전해지는 게 아니라 조금씩 갉아먹는 듯한 미세한 고통에 더욱 괴로웠다.그때 전화기 너머로 권미란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민 사장님, 내외하실 거 없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말씀하세요.”“그게 사실은.”권하윤의 애원하는 눈빛을 무시한 채 민도준은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등을 문지르며 운을 뗐다.“제가 오늘 홍옥정에서 권…….”권미란은 숨을 죽인 채 듣다가 건너편에 아무런 인기척도 없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혹시 우리 권씨 집안 누군가를 보신 겁니까?”민도준은 자기 무릎에 앉아 두 팔로 목을 껴안으며 입술을 부비는 권하윤을 빤히 바라봤다. 그녀의 두 손은 가만있지 못하고 자꾸만 그의 몸에 불을 지폈다.유일한 아쉬움이라면 그녀의 눈빛이 자꾸만 그의 손을 흘깃거린다는 거였다. 마치 목적이 있다는 것을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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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취향대로 하다
대답하려고 입을 연 순간 민도준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고 목울대가 움직이더니 눈빛이 어둡게 변했다.“민 사장님?”민도준은 고개를 젖힌 뒤 눈을 감고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입을 열었다.“누군지는 직접 물어보세요.”말을 마치는 순간 전화는 끊겼다.“죽고 싶어 환장했어?”그는 권하윤의 머리채를 잡아끌더니 낮은 목소리를 뱉어냈다.하지만 권하윤은 오히려 눈을 부릅뜨며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서 애써 평온함을 유지했다.“그 정도로는 안 된다고 한 건 민도준 씨잖아요.”“그렇게 내 말을 잘 듣는다면 오늘은 어디 내 취향대로 해 봐.”마치 폭풍이 지나간 듯한 광기 어린 눈빛과 마주 치자 권하윤은 약간 주눅이 들었다.하지만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차디찬 티테이블 위에 얼굴이 짓눌렸다.외투가 어깨를 따라 흘러내리더니 손목에 멈추더니 그녀의 손을 뒤로 칭칭 묶었다.잇달아 민도준의 손바닥이 그녀의 엉덩이에 떨어졌다.“제대로 엎드려.”남자의 낮은 목소리에 권하윤은 두 다리가 떨려 불안한 마음에 뒤를 힐끗 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테이블이 너무 차가운데, 위층으로 올라가면 안 돼요?”“참아, 곧 더워질 테니까.”말이 떨어지는 동시에 민도준의 가슴이 권하윤의 등에 닿았다.-“어머니, 저 돌아왔습니다.”권희연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들어서더니 낮게 읊조렸다.“밤이 쌀쌀한데 왜 옷 더 입으시지 않으셨습니까?”권미란은 딸의 관심 어린 말도 들을 기분이 아니었는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오늘 민 사장 만났어?”“네…….”권희연은 오늘 혹옥정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사실대로 말했지만 권하윤이 당한 일만은 말하지 않았다.그저 민도준과 조 사장이 얘기하는 바람에 권하윤과 함께 그곳을 나왔다고만 했다.민도준이 권하윤을 만났다는 얘기에 권미란의 표정은 파랗게 질렸다.“또 다른 얘기는 없었어?”“아니요. 조 사장님이 미리 잘 얘기한 것 같더라고요.”권미란은 그 말에 이마를 문질러댔다.“희연아, 내가 민 사장을 너에게 맡긴 건 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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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까탈스러워지다
침대 머리를 붙잡고 연신 기침하는 권하윤의 등을 커다란 손이 두드렸다.기침이 멎고 나서야 그녀는 웃통을 벗고 있는 민도준을 발견하고는 갈라 터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만 두드려요. 아파요.”민도준이 건네는 물을 마신 뒤 그녀는 얼굴을 구겼다.“물 너무 차가운데 뜨거운 물 없어요?”이것저것 트집 잡는 권하윤을 보던 민도준은 재밌다는 듯 입을 열었다.“한숨 자고 나더니 까탈스러워졌네?”반쯤 죽어 나갈 정도로 괴롭혀진 권하윤은 화가 나면서도 감히 말할 수 없어 그저 눈을 부릅뜨고 상대를 바라봤다.“제가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요.”민도준은 물잔을 머리맡 테이블에 올려놓더니 다시 침대 위로 올라갔다.갑자기 드리운 그림자에 권하윤은 놀라 무의식적으로 몸을 안쪽으로 움직였다.하지만 움직이는 순간 허리에 통증이 전해져 이를 악물었다.민도준은 그녀의 일련의 동작을 여유롭게 바라보더니 차갑게 비웃었다.“그렇게 아프면서 뒤척이기는.”“이게 누구 때문인데요.”끝내 참지 못한 듯 발끈하는 권하윤을 민도준은 품속으로 끌고 오더니 그녀의 코를 잡고 흔들었다.“누가 먼저 시작하래?”권하윤은 불만인 듯 잠깐 버둥대는가 싶더니 민도준의 품이 따뜻했는지 결국 힘을 풀고 그의 가슴에 기댔다.민도준의 말처럼 친밀한 행동을 하고 나니 사람이 까탈스러워졌는지 작은 소리로 허리가 아프다는 둥 중얼대기까지 했다.그녀의 모습에 민도준도 어쩌다가 부드럽게 그녀의 허리를 문질러주었다.따뜻한 손바닥 열기가 전해지면서 가볍지도 세지도 않은 힘으로 살살 문지르자 권하윤은 잠이 솔솔 몰려왔다.하지만 점차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 귀에 거슬리는 벨 소리가 그녀를 잠에서 깨웠다.권하윤은 놀란 듯 눈을 번쩍 떴다.민승현에게만 특별히 설정해 놓은 벨 소리였다.민도준은 그녀의 표정에서 뭔가를 알아챘는지 농담 섞인 웃음을 지었다.“전화 온 거로 왜 그래? 바람난 게 들킨 사람처럼.”권하윤은 민도준과 장난칠 겨를도 없이 애원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저 힘이 없어 일어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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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도망치다
민승현의 상태와 목소리가 모두 이상했다.말할 때 혀가 자꾸만 말리는 듯했고 몹시 흥분한 것 같아 보였다.‘설마, 취했나?’권하윤은 이내 상대를 떠보았다.“너 술 마셨어?”“마셨다 왜! 약혼녀가 바람이 났는데 술 좀 마시면 안 돼? 씨발, 나 평생 이렇게 치욕스러웠던 적 처음이야! 권하윤, 네가 뭔데 나를 두고 딴 놈이랑 바람피우는데! 네가 뭔데!”보아하니 민승현은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갔다가 그녀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따지려고 전화한 듯했다. 사태를 파악한 권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술에 취한 사람한테 도리를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까.그녀는 약간 말투를 누그러트리고 입을 열었다.“너 많이 취했어. 밖에 나가면 위험하니까 한숨 자고 내일 다시 얘기하자.”민승현을 진정시키려는 그녀의 행동이 민도준의 눈에는 오히려 부드러운 태도로 약혼남을 달래는 모습으로 비쳤다.‘내 침대에서 내 동생을 달랜다고? 좋아, 아주 좋아.’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하지만 점점 위험해지는 민도준의 눈빛을 눈치채지 못한 권하윤은 민승현을 설득하는 데만 정신이 팔렸다.“지금 술 많이 마셔서 괴롭잖아. 얼른 침대에 누워서 휴식해.”그러던 그때 그녀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권하윤은 고개를 쳐들었다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다시 숙이며 입을 열었다.“응. 지금 침대에 누웠지? 그러면…… 아!”짧은 비명과 함께 권하윤은 이내 아랫입술을 깨물어 흘러나오는 소리를 억지로 삼켰다.다행히 침대에 누운 민승현은 점점 노곤해졌는지 반응이 많이 무뎠다.“왜 소리치고 난리야?”입을 열면 신음이 튀어나올까 봐 권하윤은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하지만 눈을 부릅뜨며 방해를 해대는 민도준을 바라본 결과 오히려 더욱 심한 괴롭힘이 돌아왔다.심지어 반대편 귀를 잘근잘근 씹으며 그녀의 민감한 부위를 자극해 댔다.다행히 거의 잠든 민승현은 반대편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릴 뿐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권하윤은 이내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민도준이 핸드폰을 빼앗아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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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가시지 않는 의심
이미 도망쳐 나온 마당에 다시 돌아갈 배짱이 없었던 권하윤은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하지만 20분간 기다려도 주문을 받는 사람 아무도 없자 집으로 걸어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그러던 그때,“띠-”하는 소리와 함께 차 한 대가 멀리에서 램프를 깜빡였다. 권하윤은 이내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이 시간에 어떻게 차가 있지? 설마 납치범들의 차는 아니겠지?’순간 전에 봤던 뉴스들이 뇌 속을 비집고 들어와 쉴 새 없이 재생되었다. ‘설마 다시 돌아가 민도준한테 잘못했다고 빌어야 하나?’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던 그때 갑자기 자동차가 조금 눈에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니나 다를까 차가 그녀 앞에 멈춰서 창문을 내리더니 로건이 얼굴을 내밀었다.“권하윤 씨, 모시러 왔습니다.”권하윤은 멍한 얼굴로 별장 2층을 바라봤다.먼 거리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민도준이 창가에서 자신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분노로 가득 찼던 마음이 갑자기 미세하게 떨리면서 가슴이 시큰거렸다.민도준은 언제나 이랬다. 그녀가 그에 대한 분노에 치를 떨고 있을 때 약간의 온정을 베풀곤 했다.차 안의 온기가 권하윤 몸속의 냉기를 몰아내는 순간 권하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로건은 그 모습을 보더니 이내 담요, 아니 목도리를 꺼내 들었다.“권하윤 씨, 이걸 걸치세요.”순간 로건이 험상궂은 인상을 그나마 부드럽게 보이기 위해 뜨개질을 시작했다던 한민혁의 말이 떠올랐다. “혹시 로건 씨가 뜬 거예요?”권하윤이 조심스럽게 물은 질문에 로건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도준 형님이 뜨개질하면 여성분들과의 거리를 가까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민도준의 말을 맹신하는 로건을 보자 권하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거친 손으로 뜬 목도리라 그런지 비뚤비뚤한 건 둘째 치고 중간중간 빠진 부분이 있어 마치 거미줄처럼 보였다.말문이 막혀 하는 권하윤의 반응을 눈치챘는지 로건은 머리를 긁적이며 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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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권씨 저택으로 찾아가다
차가 권씨 저택에 도착하기 바쁘게 민승현은 즉시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그는 오는 내내 머리가 조금 맑아졌지만 걸음을 걸을 때 여전히 비틀거렸다.“권하윤! 권하윤 당장 나와!”잠시 졸다가 깜짝 놀라 깬 경비원은 처음에 그를 웬 미친놈인 줄로 생각했다가 민승현이라는 걸 발견하고 이내 인사했다.“승현 도련님 아니십니까?”민승현은 잔뜩 취한 채 경비원의 멱살을 잡았다.“권하윤 지금 집에 있는 거 맞아?”“저, 저는 야간 경비라 잘 모릅니다.”“이 사기꾼!”민승현은 경비원을 확 밀쳐버렸다.“다 권하윤을 도와 나 속이는 거지! 씨발, 다 사기꾼들이야!”“오빠가 이렇게 부른다고 새언니 못 들어요. 전화해서 나오라고 해 봐요.”강민정은 말하면서 민승현의 손에 핸드폰을 쥐여주었다. 심지어 이미 권하윤의 번호를 누른 채로 말이다.권하윤이 바람을 피웠는데도 민승현이 파혼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부터 그녀는 권하윤을 벼르고 있었다.만약 민승현이 권하윤에게 마음이 흔들렸다면 지난 몇 년간 그녀가 했던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거니까.그녀는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통화 연결음이 몇 번 울리더니 전화가 연결되었다.“여보세요?”권하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민승현의 감정은 다시 한 번 폭발했다.“너 지금 어디야!”“말했잖아. 오늘 본가에 있다고.”“권하윤! 나 마지막으로 물을게, 너 그 자식 만나러 갔지?”“너 취했어, 할 말 있으면 내일 얘기하자!”“내일은 무슨 내일이야! 나 지금 너희 집 앞에 있으니까 당장 나와!”순간 몇 초간의 침묵이 흘렀다.“지금 우리 집 앞에 있다고?”놀란 듯한 권하윤의 반응에 강민정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전화를 빼앗아 들었다.“그래요. 오빠가 언니 데리러 왔으니까 얼른 나와요.”“늦었으니까 먼저 돌아가요. 할 얘기 있으면 내일 해요.”권하윤이 나오려 하지 않을수록 민승현은 권하윤에 대한 의심이 커져만 갔다.방금까지 자신을 속이던 권하윤의 목소리를 생각하자 그는 살인하고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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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두 사람 나보다 더 심하잖아
권하윤은 문 안에 서서 두 사람을 향해 미소 지었다.“내가 피해줄까?”달빛 아래에 서 있는 권하윤은 외투 안에 잠옷 치마를 입고 있었고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어깨에 드리운 채 갓 잠에서 깬 듯한 나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게다가 남자의 사랑을 받아 눈매에 야릇함이 묻어있어 무시할 수 없는 매혹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그녀의 그런 모습을 처음 보는 민승현은 몇 초간 넋을 놓고 권하윤을 바라봤다.솔직히 예전에 무뚝뚝하고 재미없던 권하윤은 어느 순간 조금 변화하긴 했었지만 언제나 경계심 가득한 모습으로 그를 배척하기만 했지 이처럼 그를 보며 웃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비록 그 미소에 조롱이 섞여 있지만 말이다.민승현은 한참을 넋 놓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너, 정말 본가에 있었던 거였어?”“아니면, 네가 지금 보고 있는 내가 귀신이라도 된단 말이야? 아니면 바람피운 증거를 잡으려다 잡지 못하니까 배알이 꼬여?”순간 말문이 막혀버린 민승현은 마치 바람 빠진 고무공처럼 태도를 누그러트리더니 더 이상 아까 전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예상 밖의 전개에 강민정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의심스러웠는데?’하지만 산 사람이 이렇게 눈앞에 떡하니 나타난 바람에 그녀도 믿지 않을 수 없었다.권하윤이 쉽게 빠져나간 것이 달갑지 않았는지 강민정은 은근히 두 사람을 이간질했다.“언니도 오빠 너무 탓하지 마요. 언니가 전적이 있으니 오빠가 의심한 거잖아요. 우리도 언니가 정말 무슨 어중이떠중이들과 엮이기라도 할까 봐 걱정돼서 와본 거예요.”그 말은 마치 권하윤이 몸을 함부로 굴렸으니 의심받아도 마땅하다는 뉘앙스를 풍겼다.역시나 그녀의 말에 민승현은 권하윤이 자신을 배신했던 모습이 생각났는지 표정이 어두워졌다.강민정은 본인의 말에 권하윤이 부끄러워 할 줄 알았지만 권하윤은 오히려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긴 해. 두 사람이 나 의심하는 것도 이해돼. 내가 바람피웠으니까 이렇게 혼자 있는 야밤에 다른 남자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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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민도준에 대한 물음
차에 돌아온 민승현은 있는 힘껏 차를 걷어차더니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분노를 표출했다.강민정은 그런 그의 모습에 감히 나서서 말리지 못하고 한참을 말없이 운전했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민승현이 했던 약속이 생각났는지 기대에 찬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오빠, 아까 이모한테 우리 사이 말하겠다고 했던 건…….”“아직 때가 아니야.”민승현은 화가 치밀어 머리에는 온통 권하윤을 어떻게 혼내줄지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건성으로 대답했다.그 대답에 강민정은 속이 뒤틀렸지만 오히려 사려 깊은 표정을 지었다.“알겠어. 오빠랑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나 그런 거 신경 안 써.”하지만 민승현은 그녀의 고백에도 관심 없는 듯 “응”이라는 짤막한 대답만 할 뿐이었다.그의 건성건성 한 대답에 강민정은 권하윤이 더욱 미워났다. 그 재수 없는 년만 갑자기 튀어나오지 않으면 이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다행히 얼마 전 손에 넣은 그림을 생각하자 불안한 마음이 싹 가셨다. 그리고 할아버지 생신에 반드시 권하윤을 집에서 쫓아내겠다고 다짐했다.-강민정의 그런 생각을 모르고 있는 권하윤은 권희연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하고 있었다.“희연 언니, 늦은 시간에 옷 가져다 줘서 고마워.”권하윤이 말하는 건 그녀가 입고 있는 잠옷 치마였다.민승현을 속이기 위해 그녀는 집으로 오는 길에 권희연에게 미리 연락했고 그 덕이 이렇게 완벽한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그때 권희연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내 동생인데 네 부탁 들어주는 게 당연하지.”그 말에 권하윤은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고처음으로 권씨 집안 넷째라는 신분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때 권희연이 갑자기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그런데 밤늦게 집에 안 가고 어디 갔었어?”“그게…….”권하윤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을 때 권희연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네가 곤란해하는 거 같으니까 안 물을게.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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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민도준과의 관계
권하윤은 후자가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문태훈이 일부러 돈을 착취하기 위해 자신을 속였다고 말이다.하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그녀는 더 이상 상상할 수 없었다.권하윤은 내내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운전하다가 별원에 도착하기 바쁘게 이승우의 병실로 달려갔다.하지만 그녀가 도착한 병실에는 아무 사람도 없었다. 이리저리 수소문한 끝에 그녀는 겨우 오빠가 다른 병실로 옮겨졌다는 사실을 알았다.권하윤이 병실에 들어오자 이승우는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으며 환한 미소로 그녀를 반겼다.“윤이 왔어?”그는 권하윤에게 왜 이렇게 오랫동안 보러오지 않았는지 왜 이렇게 급히 찾아왔는지 묻지 않았다.그저 아주 오래전 화목하던 집에서 그녀를 맞이했듯이 여상스럽게 행동했다.오랜 치료 끝에 이승우 몸에 부착되었던 튜브들은 이제 거의 없어졌고 여전히 마른 편이었지만 예전의 잘생긴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게다가 그녀를 향해 미소 짓는 순간 마치 봄바람처럼 따뜻했다.“오빠.”권하윤은 그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며 손을 뻗으려다가 그가 다치기라도 할까 봐 걱정됐는지 동작을 멈췄다.이승우는 그녀의 망설임을 눈치채고는 손을 활짝 펴고 미소 지었다.“오빠 지금 몸이 약해도 너 안아줄 힘은 있어.”2년 만에 느껴보는 이승우의 따뜻한 품이 그리웠는지 권하윤은 오랫동안 그의 품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이승우도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알았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권하윤을 안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좋아했는데 커서도 그 습관은 버리지 못했다.그저 다 큰 남녀가 다정하게 포옹하고 있으면 안 되기에 가끔 권하윤에게 팔 혹은 다리를 내주어 베게 하고는 그녀가 얘기하는 학교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듣곤 했다.이승우는 한참이 지나서야 권하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말해 봐, 왜 이렇게 급하게 찾아왔어?”…….잠시 뒤, 이승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니까 문태훈을 만난 것도 모자라 그 자식이 너를 알아봤다고?”“지금은 괜찮아졌어. 일 모두 해결했거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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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따지러 오다
“안다고 할 수는 없어. 그 여자 아버지 연주회 보러 자주 왔었거든. 대기실에서 아버지한테 꽃 선물하는 거 몇 번 본 적 있어.”권하윤은 눈살을 찌푸렸다.‘아버지의 연주회라면 나도 자주 갔었는데 그때 만나기라도 했나?’만약 민시영이 그녀가 이씨 집안 사람이란 걸 안다면…….별원에서 나온 뒤 권하윤은 수심에 차 있었다.문태훈이 한 말이 사실이라는 원인도 있었지만 민시영이 “낯이 익다”던 말이 자꾸 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캐물어도 이승우는 여전히 그때의 일을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보아하니 진실을 알려면 또 문태훈을 만날 수밖에 없겠군.’권하윤은 곧바로 문태훈을 만날 생각이었지만 별원을 나서는 순간 민시영의 연락받았다.민시영이 자기를 봤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 액정에 뜬 그의 이름을 보는 순간 권하윤은 저도모르게 경계심이 생겼다.전화가 몇 번 울리고 나서야 권하윤은 최대한 평온해 보이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네, 시영 언니, 무슨 일이에요?”-반 시간 뒤 권하윤은 경성에 있는 한 고급 백화점에 도착했다.그녀가 도착하기 바쁘게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시영이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여기예요, 여기.”하지만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인사에 화답하려고 손을 드는 순간 권하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민시영의 뒤에 지나치게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남자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서 있었기 때문이다.‘민도준?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지?’어제 바로 민도준에게 원한을 샀던 터라 권하윤은 순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왔으면서 도망갈 수는 없는 터라 억지로 다가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시영 언니…….”그리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민도준의 의미심장한 눈빛과 마주치더니 마치 고장 난 인형처럼 한참을 삐걱대더니 어렵사리 한 마디를 토해냈다.“민 사장님도 오셨네요.”민도준은 고개를 숙이며 권하윤을 향해 씩 미소 지었다.“반갑네, 제수씨.”권하윤이 민도준의 눈빛에 어찌할 바를 몰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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