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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가시지 않는 의심

이미 도망쳐 나온 마당에 다시 돌아갈 배짱이 없었던 권하윤은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앱으로 택시를 불렀다.

하지만 20분간 기다려도 주문을 받는 사람 아무도 없자 집으로 걸어갈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던 그때,“띠-”하는 소리와 함께 차 한 대가 멀리에서 램프를 깜빡였다. 권하윤은 이내 눈을 가늘게 뜨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이 시간에 어떻게 차가 있지? 설마 납치범들의 차는 아니겠지?’

순간 전에 봤던 뉴스들이 뇌 속을 비집고 들어와 쉴 새 없이 재생되었다.

‘설마 다시 돌아가 민도준한테 잘못했다고 빌어야 하나?’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던 그때 갑자기 자동차가 조금 눈에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차가 그녀 앞에 멈춰서 창문을 내리더니 로건이 얼굴을 내밀었다.

“권하윤 씨, 모시러 왔습니다.”

권하윤은 멍한 얼굴로 별장 2층을 바라봤다.

먼 거리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민도준이 창가에서 자신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노로 가득 찼던 마음이 갑자기 미세하게 떨리면서 가슴이 시큰거렸다.

민도준은 언제나 이랬다. 그녀가 그에 대한 분노에 치를 떨고 있을 때 약간의 온정을 베풀곤 했다.

차 안의 온기가 권하윤 몸속의 냉기를 몰아내는 순간 권하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로건은 그 모습을 보더니 이내 담요, 아니 목도리를 꺼내 들었다.

“권하윤 씨, 이걸 걸치세요.”

순간 로건이 험상궂은 인상을 그나마 부드럽게 보이기 위해 뜨개질을 시작했다던 한민혁의 말이 떠올랐다.

“혹시 로건 씨가 뜬 거예요?”

권하윤이 조심스럽게 물은 질문에 로건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도준 형님이 뜨개질하면 여성분들과의 거리를 가까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민도준의 말을 맹신하는 로건을 보자 권하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거친 손으로 뜬 목도리라 그런지 비뚤비뚤한 건 둘째 치고 중간중간 빠진 부분이 있어 마치 거미줄처럼 보였다.

말문이 막혀 하는 권하윤의 반응을 눈치챘는지 로건은 머리를 긁적이며 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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