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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허리가 확실히 가늘어

민시영이 뭔가 눈치챌까 봐 권하윤은 꼼짝도 못 한 채 서서 민도준이 이상한 짓을 하지 않기를 속으로 기도했다.

그녀의 신경은 마치 활처럼 팽팽하게 당겨져 바람이 살짝 불어도 끊어질 것만 같았다.

에스컬레이터가 천천히 올라가 2층 바닥이 보이자 권하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바닥을 밟으려는 순간 등 위에서 갑자기 밀려오는 힘 때문에 몸을 비틀거렸다.

민도준이 그녀를 앞질러 가더니 조금의 미안함도 없는 얼굴로 낮게 중얼거렸다.

“동작이 너무 느려.”

권하윤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민도준이 주물러댄 덕에 여전히 허리에서 느껴지는 아프고 간지러운 감각에 어느새 귓볼까지 빨개졌다.

그걸 모르는 민시영은 그녀가 화가 난 줄 알고 되려 민도준에게 화를 냈다.

“오빠는 어쩜 매너가 없어. 권하윤 씨 넘어질 뻔했잖아.”

민도준은 그 말에 손을 펴며 진심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게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그러던 그때 그는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여성 의류 매장을 보며 흥분한 눈빛을 하더니 이내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진지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제수씨, 나 제수씨한테 선물 한 번도 안 사준 거 같은데 저 매장 옷 괜찮아 보이네. 가서 입어 봐. 마음에 들면 내가 사줄게.”

권하윤은 그의 말에 놀라 심장병이 걸릴 지경이었다. 때문에 당연히 그가 준다는 옷을 받을 리 없었고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

“괜찮아요, 오늘 할아버님 생신 선물 고른다고 하셨으니 저는…….”

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민시영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에이, 오빠 너무 쪼잔하다. 한 벌밖에 안 사주려고 했어? 적어도 열댓 벌은 사줘야지. 내 것까지 대신 사주면 더 좋고.”

웬일인지 오늘 유난히 대화가 잘 통하는 민도준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서 골라.”

그리고 권하윤이 거절할 새도 없이 민시영이 그녀를 밀며 안으로 들어갔다.

“얼른 들어가요. 오늘 오빠 제대로 긁어먹자고요.”

민시영이 잔뜩 흥이 난 모습을 보자 권하윤은 할 수 없이 그녀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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