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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안에 갇히다

권하윤은 하마터면 화가 나서 까무러칠뻔했지만 큰 소리를 내지 못하는 터라 속으로 그 화를 가라앉힐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이 뭐든 반드시 배로 갚는다는 거 왜 잊었지?’

매번 민도준의 심기를 건드릴 때마다 배로 당하지 않을 때가 없다.

때문에 권하윤은 이내 목소리를 낮추며 사과했다.

“어제는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

“사과도 좀 성의를 보이면서 해야지.”

“무슨 성의요?”

민도준은 권하윤이 가슴을 막은 손을 빤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뜻은 무엇보다도 명확했다.

순순히 그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던 권하윤이 시간을 끄려고 머리를 굴릴 때 민도준이 갑자기 피팅룸의 벽을 “똑똑” 두드렸다.

놀란 권하윤은 눈을 휘둥그레 똑 욕지거리를 목구멍으로 삼켰다.

“왜 그래요?”

아니나 다를까 민시영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다 갈아입었어요?”

“아니요. 실수로 부딪쳤어요.”

“어디 다친 거 아니죠?”

“아니에요. 저…….”

말을 반쯤 했을 때 민도준이 또 노크하려 하자 권하윤은 얼른 그의 손을 잡았다.

거울에 비친 민도준은 그녀를 향해 악랄한 미소를 짓고 있었기에 권하윤은 할 수 없이 가슴을 막고 있던 손을 내렸다.

고객이 옷의 디테일을 관할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인지 피팅룸의 불빛은 무척 밝았다.

때문에 권하윤은 거울을 통해 자기 옷이 점점 흘러내리는 모습과 민도준의 손이 자기 몸에 닿는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 화면이 너무 수치스러워 권하윤은 눈을 감은 채 애써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옆 칸에 있는 아무 일도 모르는 민시영이 하필이면 자꾸만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모두 골라요. 도준 오빠가 사준다고 할 때 사양할 필요 없어요.”

“네.”

권하윤은 짧은 한마디만 내뱉을 뿐 긴말을 하지 못했다.

“사실 도준 오빠가 사람은 무서워 보여도 소문처럼 그렇게 무서운 사람은 아니거든요. 시간이 지나면 하윤 씨도 알게 될 거예요.”

권하윤은 입에 손가락을 문 채 말에 한 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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