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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도망치다

민승현의 상태와 목소리가 모두 이상했다.

말할 때 혀가 자꾸만 말리는 듯했고 몹시 흥분한 것 같아 보였다.

‘설마, 취했나?’

권하윤은 이내 상대를 떠보았다.

“너 술 마셨어?”

“마셨다 왜! 약혼녀가 바람이 났는데 술 좀 마시면 안 돼? 씨발, 나 평생 이렇게 치욕스러웠던 적 처음이야! 권하윤, 네가 뭔데 나를 두고 딴 놈이랑 바람피우는데! 네가 뭔데!”

보아하니 민승현은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갔다가 그녀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따지려고 전화한 듯했다. 사태를 파악한 권하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술에 취한 사람한테 도리를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녀는 약간 말투를 누그러트리고 입을 열었다.

“너 많이 취했어. 밖에 나가면 위험하니까 한숨 자고 내일 다시 얘기하자.”

민승현을 진정시키려는 그녀의 행동이 민도준의 눈에는 오히려 부드러운 태도로 약혼남을 달래는 모습으로 비쳤다.

‘내 침대에서 내 동생을 달랜다고? 좋아, 아주 좋아.’

민도준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하지만 점점 위험해지는 민도준의 눈빛을 눈치채지 못한 권하윤은 민승현을 설득하는 데만 정신이 팔렸다.

“지금 술 많이 마셔서 괴롭잖아. 얼른 침대에 누워서 휴식해.”

그러던 그때 그녀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권하윤은 고개를 쳐들었다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다시 숙이며 입을 열었다.

“응. 지금 침대에 누웠지? 그러면…… 아!”

짧은 비명과 함께 권하윤은 이내 아랫입술을 깨물어 흘러나오는 소리를 억지로 삼켰다.

다행히 침대에 누운 민승현은 점점 노곤해졌는지 반응이 많이 무뎠다.

“왜 소리치고 난리야?”

입을 열면 신음이 튀어나올까 봐 권하윤은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눈을 부릅뜨며 방해를 해대는 민도준을 바라본 결과 오히려 더욱 심한 괴롭힘이 돌아왔다.

심지어 반대편 귀를 잘근잘근 씹으며 그녀의 민감한 부위를 자극해 댔다.

다행히 거의 잠든 민승현은 반대편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릴 뿐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권하윤은 이내 전화를 끊으려 했지만 민도준이 핸드폰을 빼앗아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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