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하룻밤 인연, 약혼남의 형과 사랑에 빠지다: Chapter 111 - Chapter 120
1424 Chapters
제111화 나 보고 말해
이불이 허리에 걸쳐 있어 잘빠진 허리 근육이 그의 호흡과 함께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 모습은 어둠 속에서 더욱 야릇하게 보였다.민도준은 움직이지 않은 채 눈꺼풀을 들어 권하윤을 바라보더니 갓 잠에서 깬 듯한 허스키한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말했다.“누가 하도 문질러대서 말이야.”권하윤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망치려 했다는 걸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저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화장실 가려고 했는데 깰까 봐 그랬죠.”“그래?”끝음을 살짝 올린 남자의 말투에 권하윤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민도준은 그제야 눈을 감으며 입꼬리를 올렸다.“나는 또 내가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하는 바람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 줄 알았잖아.”순간 귀까지 빨개진 권하윤이 낮게 중얼거렸다.“생각해 보니 그렇게까지 가고 싶지 않네요. 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자요.”“난 자고 싶은데 하윤 씨는 자고 싶지 않은 가 봐?”더 이상 민도준을 속일 수 없다는 걸 발견하자 권하윤은 결국 사실을 고했다.“사실, 민승현이 이미 눈치채서 외박한 게 들키면…….”한참 동안 말하던 권하윤은 이 모든 게 민도준과는 상관없다는 걸 발견하고는 입을 다물었다.민도준은 남이 어떤 고통을 느끼든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다. 오히려 남이 고통받는 모습, 세상이 혼란에 빠진 모습을 고대한다면 모를까.때문에 잠시 생각하던 권하윤은 곧바로 말머리를 돌렸다. “민승현이 이미 우리 관계까지 의심하고 있어요. 그러다 정말 제가 바람피운 상대가 민도준 씨라는 걸 눈치챌까 봐 그래요. 영예로운 일도 아닌데 아려지면 곤란하잖아요.”그녀가 말하는 동안 민도준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녀를 바라봤다. 게다가 입가에 알듯 말 듯한 미소가 걸려 있어 권하윤은 말하면서 점점 자신 없는 듯 고개를 숙였다.“말 다 했어?”권하윤은 이내 고개를 뜨덕였다.“그럼, 지금 나 걱정해 주는 거야?”권하윤은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민도준은 그녀의 모습을 재밌다는 듯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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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그 자국은 개한테 물린 거야?
권하윤은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강한 힘에 의해 밖으로 끌려 나왔다.그리고 곧바로 뺨 한 대를 얻어맞았다.“씨발, 이 더러운 년!”차에서 내리자마자 권하윤이 맞는 모습을 본 한민혁은 화가 난 듯 상대를 발로 차버렸다.“남자가 돼서 여자한테 손찌검을 해? 당신 엄마가 그렇게 가르쳤어?”준비도 없이 갑자기 걷어차인 민승현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며 비틀거렸다. 심지어 평형을 잃고 화단에 넘어질 뻔했다.“하윤 씨, 괜찮아요?”자기가 누구를 찼는지 제대로 확인도 하지 못한 한민혁은 권하윤부터 걱정했다.그리고 그녀의 얼굴에 난 빨간 손자국을 보는 순간 귀찮아지겠다는 직감이 들었다.‘도준 형이 분명 하윤 씨를 무사히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말했는데 뺨까지 맞은 걸 알면 아마 나 가만두지 않을 텐데. 그런데 뭐 내 탓 아니지 않나? 대체 어떤 미친놈이 사람을 함부로 때리고 난리야.’‘잠깐만, 아까 저 미친놈이 설마…….’제대로 답을 생각하기도 전에 그의 멱살이 상대방의 손에 잡혔다.“감히 나를 차? 내가 누군 줄 알고!”한민혁은 그제야 상대방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했다.‘설마가 사람 잡네!’그는 눈알을 빙 굴리더니 이내 미소 지었다.“아유, 민승현 씨였네요. 실례했습니다.”“쓸데 없는 소리 집어 치워! 너 저 년이랑 언제부터 바람 폈어?”한민혁은 어안이 벙벙했다.“뭐라고요?”그는 권하윤 쪽으로 눈길을 돌렸지만 그 시각 권하윤도 그와 마찬가지로 놀란 눈치였다.두 사람은 이내 같은 생각을 했다. 전에 강민정이 사람을 시켜 권하윤을 미행하게 했을 때 그녀는 마침 한민혁과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변명을 늘어놓기 전에 이미 화가 폭발한 민승현은 한민혁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내가 오늘 너희 두 연놈들 죽여버릴 거야!”한민혁도 그나마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고 민도준 곁에서 오랫동안 따라다녔기에 민승현의 공격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역시나 가볍게 몸을 피한 한민혁은 오해를 설명하려고 했다.“오해예요. 저 하윤 씨랑은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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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파혼에 대해 얘기하다
민승현은 머리가 헝클어진 채로 땀을 뚝뚝 흘렸다.한바탕 싸운 뒤 그는 한민혁이 아무리 별 볼일 없는 건달이라도 싸움 실력만은 강하다는 걸 눈치챘다. 이대로 계속하다간 아무런 이득을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체면이 깎일 수도 있었다.이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땀을 닦더니 권하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넌 안으로 들어가서 죽을 줄 알아!”화가 난 듯 안으로 들어가는 민승현의 뒷모습에 한민혁은 걱정이 앞섰다.“하윤 씨, 저 자식 설마 하윤 씨 난처하게 하진 않겠죠? 제가 다시 도준 형 별장으로 데려다 줄까요?”“아니에요. 한번 피한다고 영원히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언젠간 해결해야 할 일이에요. 그저 민혁 씨한테 피해줬네요.”“이게 뭐 별일이라고. 어차피 저 다친데도 없어요.”한민혁은 바지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었다.“저 여기에서 기다릴게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요.”권하윤이 거절하려는 걸 눈치챈 한민혁은 몇 마디 덧붙였다.“걱정 마요. 제가 멀리에 차 대고 지켜볼 테니까. 반 시간 뒤에도 괜찮다면 그냥 갈게요.”상대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권하윤은 그저 감사 인사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그럼 부탁할게요.”-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선 순간 권하윤의 눈앞에는 난장판이 된 집이 들어왔다.의자와 테이블이 모두 넘어져 있었고 그녀가 정성껏 고른 꽃병도 산산조각이 난 채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게다가 민승현이 그 난장판 속에서 눈을 시뻘겋게 뜬 채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내연남과는 작별 인사 잘했어? 그래도 기어 들어오긴 하네?”권하윤은 넘어진 의자를 지나 가방을 옷걸이에 걸어놓고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우리 얘기 좀 해.”“얘기? 일이 이 지경에 됐는데 할 얘기가 더 남았어?”권하윤은 소파에서 그나마 앉을 수 있는 곳을 골라 앉더니 평온한 눈빛으로 민승현을 바라봤다.“파혼에 관한 얘기야.”민승현은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파혼?”사실 권하윤이 한민혁의 차에서 내리는 걸 본 순간 그는 권하윤을 버릴 생각이었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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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나아가기 위해 한발 물러나다
시간이 1분 1초 흘러갔다. 권하윤의 표정은 여전히 평온했지만 손가락은 이미 김장한 탓에 한껏 구부리고 있었다.만약 민승현이 파혼을 선택한다면 그녀는 정말로 이대로 끝장나는 거다.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주눅 들면 안 된다. 민승현이 그녀가 파혼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발견하는 순간 절대 주저하지 않고 파혼할 테니까.얼마쯤 지났을까? 민승현은 끝내 권하윤을 경멸하는 듯 입을 열었다.“그래, 난 너처럼 이미 다른 사람 손을 탄 여자와 절대 결혼 안 해.”권하윤은 순간 등이 뻣뻣하게 굳었다.‘실패했나?’“그런데 네가 그렇게 쉽게 떠나게 할 수는 없지! 그러니까 내가 파혼하고 싶다고 할 때 파혼해!”그 말을 듣고 나서야 권하윤은 안심했다.시간만 벌 수 있다면 방법은 생각하면 그만이니까.“그래.”권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지금 이 결과는 그녀가 원하던 결과였기에 아주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더 이상 민승현과 충돌하고 싶지 않았기에 위층으로 올라가는 걸 선택했다.하지만 그녀가 일어서기 무섭게 민승현이 달려들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어디 가는데!”“위층에 자러 가.”권하윤은 살짝 미소 지었다.“이것도 불만이야?”민승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노려봤다.권하윤이 담담한 반응을 보일수록 그는 더욱 미쳐 날뛰었다.‘나는 이렇게 괴롭고 미치겠는데 권하윤은 대체 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온한 거야!’아까 전 한민혁의 차에서 활짝 웃던 권하윤의 모습이 다시 떠오루자 그는 당장이라도 권하윤을 죽이고 싶었다.“경고하는데 우리 파혼하지 않는 이상 나는 네 약혼남이야. 그러니까 밖에서 딴 놈 만나지 마!”권하윤은 피식 웃으며 어이없다는 눈빛을 보냈다.“민승현, 너 대체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하는데?”민승현은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무슨 뜻이야?”“네가 예전에 나 한 번이라도 제대로 봐줬으면 내가 너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았을걸. 네가 내 약혼남이라서가 아니라, 민씨 집안 다섯째 도련님이라서가 아니라 너라는 사람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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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달래기 어려운 민도준
“전화를 받는 걸 보니 내 동생 벌써 달랬나 봐?”전화 건너 편에서 들려오는 허스키한 목소리에 약간의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남자의 말에서 한민혁이 모든 사실을 말했다는 걸 깨달은 권하윤은 어깨와 귀 사이에 핸드폰을 끼운 채 화장대에서 귀걸이를 빼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쉬울 리가요. 그냥 잠시 넘어간 것뿐이에요.”“하.”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내연남이 자기 약혼녀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걸 봤는데도 잠시 넘어간 걸 보면 하윤 씨도 사람 달래는 데 아주 도가 텄나 봐?”남자의 말에 권하윤은 순간 손끝이 저릿했다. 그녀는 곧바로 위험을 감지하고는 낮게 중얼거렸다.“그럴 리가요. 제가 사람을 그렇게 잘 달래면 민도준 씨를 불쾌하게 하지는 않았겠겠요.”약간의 불평이 섞긴 말투가 전류를 타고 귀에 흘러들자 약간의 애교가 섞인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내가 달래기 어렵다고 불평하는 거야?”권하윤은 속으로는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감히 그렇게 말하지 못하고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다 제가 부족해서죠.”“급할 거 없어.”민도준은 약간 흐트러진 말투로 입을 열었다.“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연습 많이 해.”거울에 비친 권하윤은 화장함을 덮은 뒤 눈을 내리깔았다.“만약, 만약에 말이에요. 오늘 제가 이 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도준 씨가 저 도와줄 수 있어요?”그녀의 말투는 마치 상대를 영탐하는 듯 조심스러웠다.그녀는 자기가 해결하지 못할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민도준이 자기를 도와줄 수 있는지 알고 싶었다.물론 스스로도 이 문제는 득실을 따져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전화 건너편에서 침묵이 흐르자 예전처럼 객관적으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몇 시간 전만 해도 친밀하게 몸을 섞었던 두 사람은 현재 마치 남인 것처럼 거리가 멀어져 있었다.한참이 지나서도 답을 얻지 못하자 권하윤은 자조적으로 웃었다.“제가 주제넘었네요.”‘민도준은 역시 민도준이네. 나도 참 무슨 환상을 품고 있어.’“시간도 늦었는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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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내가 왜 하윤 씨 좋아하는 줄 알아?
“말했잖아, 표현이 좋으면 내가 보호해 주겠다고.”민도준은 목소리를 낮추며 야릇한 말투로 권하윤의 마음을 간지럽혔다.“오늘 밤 표현이 좋았거든.”나지막한 목소리가 고요하고 쌀쌀한 자정의 공기에 애틋함을 더했다. 분명 한참 떨어진 거리에 있었지만 아까 전 몸을 섞을 때보다도 더욱 가까이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권하윤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일부러 화를 내는 듯한 말투로 한마디 했다.“좀 진지해져 봐요.”“이것도 진지하지 않아? 내려와서 들어볼래?”민도준은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오더니 눈을 들어 권하윤을 쳐다봤다. 마치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듯 거침없는 눈빛이었다.권하윤의 심장은 저도 모르게 요동쳤다. 하지만 여전히 이성을 잃지 않았다.“민승현 아직 맞은 켠 방에 있어요. 제가 나가면 그곳을 지나야 해서 발각돼요…….”“그러면 뛰어내려, 내가 받아줄게.”민도준은 말하면서 팔을 활짝 폈다.그 동작에 권하윤은 무의식적으로 높이를 살폈다.‘여기 2층인데 뛰어내려도 문제없겠지?’하지만 그녀가 답을 얻기도 전에 전화 건너편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제수씨, 설마 진짜로 뛰어내리려고 한 건 아니지?”그제야 상대가 농담했다는 걸 알아차린 권하윤은 수치심이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체면을 잃지 않으려고 부인했다.“그럴 리가요. 뭐 타이타닉의 You Jump I Jump도 아니고, 저 죽는 거 무서워요.”민도준은 콧방귀를 뀌었다.“고집은.”민도준이 떠나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자 권하윤은 다급히 물었다.“오늘 왜 희연 언니 만났어요?”평소 같았으면 절대 이렇게 선 넘는 질문은 하지 않았을 텐데 오늘은 주체할 수 없었다.어두운 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갑자기 배짱이 커진 지도 모른다.순간 민도준에게 정말로 입맛을 바꾸고 싶은 건지 물어보고 싶었다.하지만 침묵이 길어지자 그녀의 배짱은 점점 사라졌고 결국 불안으로 변했다.아래에 있던 민도준은 어느새 담배를 또 하나 꺼내 불을 붙이더니 입을 열었다. 담배 연기가 묻은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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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강민정의 계략
강민정은 완강하게 부인하며 눈알을 굴리더니 곧이어 불쌍한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저는 그저 아침 먹으라고 언니 부르러 왔다가 잠을 방해할까 봐 망설였던 거란 말이에요. 그런데 언니가 갑자기 알람시계로 저 때렸어요.”강민정이 한참동안 변명을 늘어놓을 때 밖에서 민승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침부터 뭔 소란이야!”민승현도 밤새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머리는 이미 까치집이 되어 있었고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하지만 강민정은 보고 놀랐는지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민정아, 너 여긴 어쩐 일이야?”강민정은 권하윤을 밀쳐 버리고 민승현에게 쪼르르 달려갔다.“오빠 미안해. 나는 그저 아침밥 가져다주려고 온 거였어. 시끄러워서 깼어?”그녀의 불쌍한 표정을 보자 민승현의 화는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다.“괜찮아. 너 요즘 감기 몸살 때문에 괴로워했으면서 뭐 하러 이런 고생을…….”하지만 불현듯 빨갛게 부어오른 강민정의 이마를 보더니 걱정스럽게 물었다.“너 이마 왜 이래?”민승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민정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고 눈치를 보는 듯 침대 위의 권하윤을 흘깃거렸다.“새언니가 실수로 나한테 알람 시계를 던졌어.”“실수? 이렇게 됐는데 실수라고?”“권하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더 이상 잘 수 없겠다는 걸 인지한 권하윤은 미간을 문지르더니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내렸다.“민정 씨가 갑자기 내 방에 나타나서 귀신인 줄 알고 손에 잡히는 거 집어서 던진 거야.”“갑자기 나타나다니! 민정이가 우리 집 한두 번…….”“그건 그래. 자주 오긴 하지. 여기에서 자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고. 내가 잊었네, 내 탓이야.”민승현의 말을 자른 권하윤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비아냥거렸다.“두 사람 사랑이라도 나누게 내가 비켜줄까? 아니면 지난번처럼 안방에 가서 하든가.”그녀의 말이 끝나자 분노가 끓어오르던 민승현의 가슴은 갑자기 찬물이라도 맞은 듯 가라앉았다.어제 자기가 권하윤을 비난하던 장면이 눈앞에 아직도 선한데 오늘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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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손님에게 모욕을 당하다
예전 같았으면 집에 손님이 있을 때마다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을 권미란이 그런 명령을 하지 않자 권하윤은 어안이 벙벙했다.어찌 됐건 그녀는 진짜 권씨 집안 사람이 아니기에 그녀를 경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으니.하지만 방금 들어올 때 그녀를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말인즉 그녀가 들어오는 걸 묵인한다는 뜻이었다.상황을 연결시켜 보자 그녀는 곧바로 안에 있는 손님이 자기와 관련 있다는 걸 깨달았다.권미란의 승낙이 떨어지지 않으면 권하윤은 먼저 손님과 대화할 수 없고 심지어 눈길을 줄 수도 없다.“어머니.”때문에 그녀는 다른 데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권미란의 방향으로 머리 숙이며 인사했다.“응.”궈미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 분은 조 사장이야. 인사드리렴.”권미란의 지시가 떨어지자 권하윤은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고개를 돌렸다.서른 살 좌우로 보이는 남자는 호랑이 무늬 셔츠를 입고 있었고 역삼각형 눈은 사람을 볼 때 음습한 빛을 띠고 있어 마치 뱀이 기어다니는 듯 오싹했다.권하윤은 불편한 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훑어보는 상대의 눈빛을 애써 무시했다.“안녕하세요, 조 사장님.”조 사장은 노골적으로 권하윤을 위아래로 훑으며 명령했다.“이리 와 봐. 얼굴 좀 보자고.”권하윤은 놀란 듯 권미란을 바라봤고 그녀는 마치 익숙하다는 듯 담담하게 대답했다.“가 봐.”권하윤은 마음이 불안했지만 권미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할 수 없이 조 사장과 한 걸음 떨어진 거리까지 다가가 멈춰 섰다.하지만 조 사장이 갑자기 일어나는 바람에 흠칫 놀랐고 겨우 자신의 본능을 억누르고 나서야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조 사장은 170 정도 되는 작은 키에 마른 몸매를 갖고 있었다.그러던 그때 그는 갑자기 권하윤의 턱을 잡으며 그녀 얼굴을 자기 쪽으로 돌리더니 끌끌 혀를 찼다.“너무 밋밋하네.”권하윤은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특히 그의 눈이 자기 옷깃을 파고들 때.하지만 그의 무례함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고 아예 손을 뻣어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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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접대를 강요받다
권희연은 멈칫하더니 말을 조직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조 사장님은 민 사장님과 마찬가지로 암거래 사업하시는 분이야.”권희연의 말을 들어보니 조 사장은 한때 아주 잘 나갔었다고 한다. 그때는 그의 친구 두 명과 함께 셋이서 경성의 모든 암거래 시장을 쥐락펴락했는데 민도준이 나타난 뒤로 모든 판이 바뀌었다.초기에 세 사람은 함께 뭉쳐 민도준을 상대하려 했지만 민도준은 그들이 예전에 상대하던 사람들과는 완전히 달랐다.호기롭게 달려들었던 두 친구가 민도준의 수단에 놀아나 죽기보다 못한 처지로 전락되자 혼자 남은 조 사장은 더 이상 민도준에게 덤비지 못하고 그가 자기의 구역을 하나하나 삼키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그리고 근년래 민도준의 사업이 점점 잘 되자 조 사장이 발 디딜 공간은 점점 작아졌고 오늘날 그저 민도준이 흘린 자투리 거래만 받아먹는 신세로 전락했다.이 모든 걸 들은 권하윤은 그제야 모든 걸 깨달았다.보아하니 권미란은 조 사장의 실력을 보고 그와 왕래했지만 몇십 년이 흐른 지금 그의 지위가 점점 떨어지자 민도준으로 목표를 바꾼 모양이다.하지만…….권하윤은 미간을 찌푸렸다.‘권씨 가문은 분명 정상적인 사업을 하는 가문 아닌가? 왜 굳이 이런 사람들과 왕래하려 하지?’그리고 갑자기 “권씨 가문에서 나 이용해 먹으려고 참 애를 쓰나 보네.”라던 민도준의 말이 떠올랐다.‘설마 권씨 가문이 뒤에서 무슨 작당을 하고 있나?’“하윤아?”권하윤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언니 미안.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봐. 방금 뭐라고 했어?”권희연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조 사장님이 너한테 무슨 짓 하지 않았지?”권희연이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발견하자 권하윤은 방금 안에서 겪었던 일을 사실대로 설명했다.그 말을 들은 권희연의 얼굴에 근심이 더욱 짙어졌고 눈썹도 찡그러졌다.“미안해, 나 때문에 너까지 피해봤네.”“응? 이게 언니랑 무슨 상관이야?”권희연은 조금 망설이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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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의외의 손님
가족을 건드린다면 그 누구도 냉정을 유지할 수 없다.때문에 권미란이 일부러 이런 말을 했다는 걸 알면서도 권하윤은 그녀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오빠한테 무슨 일 있어요?”권하윤의 마음은 타들어갔지만 권미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메이드에게 명령했다.“차가 식었구나. 새로 바꿔와.”메이드가 새 차를 내왔음에도 권미란은 권하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옆에 방치된 권하윤은 깊은숨을 들이켜더니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어머니. 아까는 제가 무례를 범했습니다.”권하윤의 누그러든 태도에 권미란은 그제야 그녀에게 눈길을 돌렸다.“너도 알겠지? 내가 없으면 권씨 가문이 없다는 걸. 네 몸뚱이는 고사하고 네 목숨까지 없어지는 거야. 그런데 네가 여기에서 무얼 하고 싶고 무얼 하기 싫은지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해?”그 말을 듣자 권하윤은 알아차렸다.그녀가 권씨 가문의 비호를 받는 한 절대로 권씨 집안사람들의 어떠한 명령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을.곧게 편 허리는 다시 굽어졌다.“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사모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더 이상 구부릴 수 없을 정도로 깊이 숙인 허리를 보자 권미란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치 은혜라도 베풀 듯 입을 열었다.“네 오빠는 걱정 말거라. 내가 이미 해외에서 전문적인 의료진을 고용해 치료하게 했으니.”“오빠를 대신해 감사드립니다.”“됐다. 시간도 늦었으니 홍옥정에 갈 준비나 하거라.”“네.”-경성의 유흥업소가 즐비한 거리는 밤이 되자 바로 시끌벅적해졌고 오색찬란한 등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유독 길거리에서 울리는 차 경적 소리만이 경치를 조금 흐리는 듯했다.길이 막혀 화를 내는 기사와는 달리 뒤에 앉은 권하윤은 조용하기만 했다. 그녀는 창밖으로 느릿느릿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차가 영원히 도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다만 길이 아무리 막혀도 언젠가 뚫릴 때가 있고 결국은 도착하게 되어 있다. 역시나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경찰의 지휘하에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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